[책리뷰] 입시의 본질(윤윤구)
해가 갈수록 '수능시험 치르기가 힘들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그도 그럴 것이 출제기관은 예전 시험의 비미점을 보완해서 좀 더 완성된 문제를 내려고 하고, 사교육 시장은 보다 더 많이 쌓인 데이터를 가지고 수학능력평가시험을 대비한다. 이러한 과정의 참여자이자 소비자이자 시험 당사자인 학생들이 점점 더 스마트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러니 시험문제가 점점 더 어려울 수 밖에.
같은 논리로 학생들의 고민이 깊어갈수록, 학부모의 시름도 깊어만 간다. 뭔 놈의 시험제도는 이리도 복잡한 지 대학을 들어갈 수 있는 방법만 1,200개가 된다는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제 아무리 수능을 파고 또 판다고 해도 정작 시험을 보는 당사자는 '내'가 아니니, 알면 알수록 답답함은 더한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생기는데, 대학능력평가시험은 더 이상 '수험생' 혼자서만 치르는 시험이 아니라는 것이다. 엄마의 정보력과, 조부모의 경제력(안타깝지만 아빠의 무관심을 더해서)이 뒷받침이 될 때 '수험생'이 원하는 대학을 갈랑 말랑 할 지경이 된다.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가족들의 협조가 원활하게 이뤄지면 물론 다행이겠지만, 대부분 아니 거의 대부분이 '삐그덕' 소리를 낸다. 뭘 해도 '아이의 성적이 오르지 않을 때' 나는 소리다. 현재 고교에서 근무중인 선생님이자 입시전문가로 잘 알려진 윤윤구 선생은, 이 점을 콕 짚어서 해결책을 알려주고 있다. 한마디로 "이렇게 삐그덕 소리를 내는 현 상황은 아이의 문제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 역시 스스로를 살펴야 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학생 이외의 직간접적 당사자인 동시에 소비자이며, 가장 목소리가 큰 학부모를 향한 이런 목소리는 좀처럼 듣기 힘들다. 책을 읽어보면 그 목소리는 더 커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신이 애를 망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책 제목은 <<입시의 본질>>인데, 제목 그대로 참으로 맞는 말이다. 수험생들의 입시의 본질은 '1점 더 때려맞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대해서 공부에 임할 수 있는 물리적 심리적 환경 조성'에 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학부모들이 그토록 바라는 '명문대 합격생들'의 생활방식과 심리상태를 비롯, 나아가 이들을 서포트 하는 부모의 환경조성에 대해 디테일하게 짚어낸다. 그러면서 '이 아이들의 이토록 놀라운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지능과 우수한 학원, 과외의 덕분보다 그 이외의 시간들, 그러니까 학교에서의 생활, 집안에서 혼자 공부하는 시간, 하루를 보내면서 갖는 수험생의 심리적 안정감 등이 더 큰 몫을 차지했다'는 걸 밝혀낸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점은 학부모에 있음을 저자는 숨기지 않고 자주 강조하고 있다.
"육아를 하고 자녀 교육을 하는 데 있어 부모가 자녀와 충돌을 빚는 본질적인 원인은 바로 자녀에 대한 과한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자녀가 어떤 어려움도 겪지 않고 탄탄대로 성공하길 원하는 놀라운 사랑 때문에 우리는 자꾸 자녀와 전쟁을 하게 됩니다. (중략) 부모들은 ‘사랑하는 내 아이’를 위하는 마음으로 자녀 인생의 운전대를 직접 잡으려 합니다. 안전하게 운전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면서요. 그러나 자기 인생의 운전대는 자기가 직접 잡아야 제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자기주도학습’ 역시 자기 인생의 운전대를 직접 잡은 학생에게만 가능한 일이거든요. ‘엄마표 학습’으로는 고등학교의 그 많은 공부량을 소화할 만큼 성장할 수 없습니다."
- pp.24-25 「부모의 사랑이 독이 되지 않으려면」 중에서
"우리의 ‘지금’은 실패의 순간들을 이겨낸 결과물입니다. 그러니 자녀가 지금의 실패에 ‘머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패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합니다. 더 빨리, 더 많이 실패를 경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실패를 그냥 실패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모르는 것을 배우면서 실수하지 않거나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지적 호기심을 가진 학생은 ‘새로운 것’을 알려고 노력하고, 그 노력이 곧 ‘도전’이 됩니다. 그러니 부모가 자녀에게 해주어야 할 일은 “공부해!”가 아니라, 자녀가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 pp.246-247 「실패를 성공으로 만드는 힘: 도전 정신」 중에서
이 책의 주제를 이야기한다면 '부모는 자녀와 라포rapport를 형성하라'가 될 것이다. 라포는 '마음과 마음의 다리를 잇다'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인데, 자녀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스킨십과 여행'을 그 예로 들었다.
부모들은 말한다. "내 맘 같아서는 애 대신 내가 수능을 보고 싶다."고. 그 마음은 알지만, 어림반품어치 없는 말이다. 요즘 수험생들이 얼마나 어려운 공부를 하고 있는지 교과서를 한 번이라도 펼치고 나서 할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수험생들은 역대 최고로 어려운 수능을 치르고 있는 학생들이다. 한마디로 '쌩고생중'이란 말이다. 선천적으로 머리가 좋거나, 성실해서 수업을 잘 듣거나, 공부가 습관인 우등생들은 그나마 믿는 바가 있어 꾸역꾸역 공부한다지만, 이도 저도 아닌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막막함'이란 단어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이처럼 외롭고 힘든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공부해!" 라는 악다구리가 아니라 "수고한다."며 곁을 주는 스킨십이 아닐까.
그 점에서 이 책은 수험생이 아닌 수험생의 부모를 위한 수험지도서가 될 것이다. 그 어느 입시설명회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팩트폭격에 책을 읽는 곳곳에서 멈칫! 할지도 모른다. 공감 100배 되는 조언에 눈물을 훔칠 수도 있다. 물론, "내가 애를 망친다니, 이 무슨 되도 않는 소리냐?"며 역정을 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안할수록, 답답할수록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그 점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 그가 무슨 말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서 요즘 수험생의 현실과 실태, 그리고 문제점과 해결책을 누가 가장 잘 알까? 바로 '고교 선생님'이다. 그 중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선생님은 직접 책을 쓴 고교 선생님이 아닐까. 게다가 매년 전국을 다니며 수 백차례의 강연을 하는 입시 전문 고교 선생님의 목소리라면 책 한 권을 구입해서 읽을 시간 정도는 충분히 투자할 만하다(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최근 출연한 유튜브 동영상을 몇 개 찾아 봤다만, 이 책에서 전하는 말의 5퍼센트도 채 하지 않고 끝을 맺더라).
특히 이 책의 마지막 장인 부록 <<2028 입시질문과 대입필승공식 5>>은 지상에서 만나는 입시설명회급이니 마지막장까지 읽어야 할 일이다!
그러하니 친구여! 당신이 수험생의 부모님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윤윤구 선생이 내 앞에서 일대일로 조언하고 있다' 고 여기고 읽어보기를. 올해 들가 가장 가성비 높고 훌륭한 투자가 될 터이니.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