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을 하면서 내가 특히 주목한 것은 '길'이었다.
내가 사는 이 땅에는 시멘트 보도블록과 아스팔트가 전부이지만 - 그 역시도 거의 매년 파헤치고 재설치되는 - 족히 수백 년의 나이를 먹었을 만한 유럽의 길들은 경외심마저 불러일으킨다. 특히 이번 '이탈리아' 여행은 더욱 그랬다. 건물의 흔들림을 최소화 하기 위해 '박석(작은 돌)'로 바닥을 깔았는데, 수백년을 거치다 보니 윤이 나다 못해 광이 날 지경이다.
수백년 동안 숨겨져 있다가 화산재 속에서 찾아낸 죽음의 도시 '폼페이'의 길은 더욱 놀랍다. 인간은 녹아버려 거푸집으로 변해버렸지만 그 당시의 건물과 길은 거의 그대로 복원되었는데, 큰 돌로 깔린 도로들 가장자리가 움푹 들어간 것은 '마차길'이었다. 도대체 몇 백년을 같은 길로 지나야 크나 큰 돌에 마차 자국이 날 것인가.
베네치아의 뱃길도 경이로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바다에 말뚝을 박고 그 위에 땅을 만들어 도시를 세운 베네치아의 길은 죄다 뱃길인데 내가 TV에서 보거나 짐작한 뱃길과 실제를 정말 딴판이었다. 단 한 번의 뱃길 체험이었지만, 나의 모든 사고와 경험들이 180도 뒤집어지는 경험, 아울러 그 어떤 환경에서도 인간은 살아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 내가 알던 그 '길'이 아니었다. 다른 길들은 또 무엇이 있을까, 내가 앞으로 더 다녀봐야 할 이유 중 하나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