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아이가 처음으로 책을 두 권이나(?) 읽었다.
매주 독서록을 쓰기 위해 토요일을 통째로 비워두고 책을 한 권씩 골라서 읽고 온라인 서재에 독서록을 쓰기로 결정하고 한 달 째 이어오고 있다. 지난 토요일은 특별했다. 평소에는 토요일 아침에는 주로 빈둥대면서 오전을 보내는데, 지난 토요일은 아침을 먹고 바로 책을 읽는다면서 손원평의 소설 <아몬드>를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 시간이 채 되지 않아서 '다 읽었다'고 했다.
여러모로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설이었다면서 높이 평가를 했다. 그런데, '독서록을 쓰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며 다른 책을 한 권 더 읽어야겠다고 했다. 아이의 독서생활에 있어서는 '절대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게 내 철칙이다. 오히려 어릴 때에는 '독서에 흥미를 잃지 않게 하기 위해' 내지는 '스스로 발전되어 간다는 느낌을 갖게 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독서인'이 되는데 노력했다. 이제는 중학생인 아이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닐 뿐더러 '나만의 스타일'로 읽을 줄도 알아야 하기에 '노터치'하기로 했다. 매주 한 권씩 책을 읽는 것이 어디인가, 매주 한 편 씩 독서록을 쓰는 것이 어디인가. 이것도 잘해 봐야 중학생 시절까지가 아닐까.
지능과 정서가 폭발하는 청소년기의 독서는 인생에 있어 더할 나위 없는 자양분이 된다. 조용히 홀로 책을 읽으면서 집중하고, 침묵하며, 몰입하면서 정신은 시공을 초월하며 넘나드는 경험을 하고, 육신은 고요함과 몰입 그리고 무거운 엉덩이를 갖춤으로써 '공부할 자세'를 자연히 익힌다. 청소년인 아이에게 이만한 공부가 또 어디에 있을까. 그 어느 유명한 학원에서도 불가능한 공부가 아닐까.
아이는 고민 끝에 헤르만 헤세의 고전 <수레바퀴 아래서>를 골랐다. 제 엄마가 10대에 읽고 울었는데, 20대에 다시 읽고 또 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읽어보고 싶다'고 해서 사 줬는데, 그 말을 잊지 않았나 보다. 아이는 남은 토요일 오후 동안 절반을 읽고, 일요일에는 수학과 영어 공부를 하고 오늘인 월요일 오후 동안 마저 읽어 완독을 했다. 독서록은 내일 정도에 쓸 모양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고전의 세계에 접어든 걸 환영한다'고 축하해 줬다. 아이는 '한 번 읽었는데 그렇게 위대한 소설인지 잘 모르겠다'며 머쓱해 했지만 나는 요즘 같은 때 '고전 한 권을 완독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경험이다'라며 칭찬해 줬다. 아닌 게 아니라 참으로 대견스러웠다. 제발이지, 중학교를 마칠 때 까지 이런 경험을 계속해준다면 나는 더 이상 원이 없을 것 같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