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두아, 기생충, 리플리 그리고 명품

by 리치보이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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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레이디 두아>를 보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지인이 '명품'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훌륭한 드라마라고 하길래 '굳이' 플레이 버튼을 누른 것이다. 앞으로 더 봐야 하겠지만 제1화의 내용만으로도 주제를 다 말한 것 처럼 느껴졌다. 백화점 회장님이 녹스 회장에게 눈을 내려다 보며 '결이 다르다'고 말하는 대목은 인상적이었다. '나는 이렇게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았는데, 너는 화장실 옆자리인 이유가 뭘까?' 라는 식의 대사는 머무는 자리의 위치 그리고 높이만으로도 이른바 '끕이 다르다'고 말한 것인데, 이 대목에서 나는봉준호의 영화 <기생충>가 떠올랐다. 영화 <기생충>에 이선균이 분한 '박사장'의 대사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아냐 그런 거 아냐..뭐야 그거 아 오래된 무말랭이 냄새, 아 아니다. 행주 삶을 때 나는 냄새. 그거 있지 그런 거 비슷해. 암튼 그 양반 전반적으로 말이나 행동이 선을 넘을 듯 말듯 하면서도 결국엔 절대 선을 넘지 않거든, 그건 좋아 인정. 근데 냄새가 선을 넘지, 암튼 말로 설명하긴 힘들고 가끔 지하철타면 나는 냄새가 있어, 그런 거랑 비슷해. 지하철 타는 분들 특유한 냄새가 있거든."



저희들이 돈이 많아 무엇을 얼마나 많이 사든, 무엇을 얼마나 많이 먹든 상관이 없다마는 굳이 '난 너와 달라'는 의식을 갖는 의식은 무척이나 못마땅하다. 이 대목에서 녹스 회장님이라는 사람이 '명품'이었다면 백화점 회장의 모임에 끼워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백화점 회장의 그런 말에 좌절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입모양을 쭈욱 내밀고 '퓨우~웅신' 하고 돌아설 것이다.


한근태의 말마따나 세상에는 후진 사람이 참으로 많다. 부자동네에서 명품을 사 입고 명품 차를 타는 것으로 자신이 '명품'인양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자동네에 월세를 살고, 월급 전부를 고급차 할부에 쏟아붓고, 짝퉁 옷과 가방을 휘두르면서 부자를 흉내 내는데 올인 하는 사람들도 있다. 더 웃긴 것은 그 꼴이 보기 싫다며 짝퉁이 없는 명품을 찾아서 둘러매는 부자가 있다고 하니, 정말 후지고 후진 사람들이다.


<레이디 두아> 역시 부자와 그들의 추종자 그리고 명품과 짝퉁으로 도배를 하는 장면 속에서 '명품인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이다. 이 작품의 마지막이 미리 짐작되지만 그 끝의 허망함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게 한다.


이런 류의 원조격인 작품으로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미남배우 알랑 들롱이 출연해서 세계적인 작품이 된 <태양은 가득히>가 있고, 이를 모티브로 한 멧 데이먼의 리메이크작 <리플리>가 있다.


또한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동명의 8부작 드라마 <리플리 ; 더 시리즈>도 있다. 전작들 못지 않게 재미있게 본 드라마인데, 특히 이 드라마는 시종일관 흑백으로 제작되었다는 점과 드라마 속 카라바조의 작품들이 종종 등장한다는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화면 전체를 어둠 속에 밀어넣고 주체가 되는 특정 부분에만 강렬한 빛을 주어 극저긴 명암대비를 만들어 관찰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태너브리즘(Tenebrism)이 흑백의 드라마 전반에 걸쳐 펼쳐지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레이디 두아>를 재미있게 봤다면, 이들도 함께 추적해 보기를....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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