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심란할 때, 필사 만한 것이 없다

by 리치보이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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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부터 필사를 하고 있다.


우연히 내가 좋아하는 만년필 전문가가 직접 '펜촉을 손 본' 만년필을 구입하게 되었고, 만년필로 글을 쓰는 재미가 들려 시작된 필사는 이제 '하루의 루틴'이 될 만큼 소중한 개인 '행사'가 되고 있다.





책을 읽으면 좋은 문장을 만난다. 내가 알지 못했던 깨달음을 주는 문장을 만날 때도 있고, 훌륭한 문체나, '어떻게 이렇게 표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표현력에 매료되거나, 평소 흠모하는 인물의 말을 만나면 '따로 옮겨 적고 싶어'진다. 이런 마음은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갖게 되는 마음이고, 앎에 대한 결핍을 가진 사람이라도 종종 생기는데, 학창시절 애나멜톤 무지개색 노트에 글을 적어본 경험이 있다면 이런 게 모두 '소중한 것을 갖고 싶은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다. 나 역시 매일 <데일리 대드>라는 훌륭한 책을 매일 한 페이지 씩 읽고 있던 때 였는데, 오늘의 훌륭한 글을 따로 담아고 싶은 욕구를 느끼던 중 만년필이 생겨 오늘까지 꾸준히 필사라는 좋은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껴 쓰는 것이 아니라, 한 문장을 쉼표나 마침표가 찍힌 부분까지 읽고 머리속에 담은 뒤 마치 내가 이 글을 쓰는 소설가라는 마음으로 '내가 지금 소설을 집필중이다'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면 마치 원작자의 숨소리와 사각사각 글 쓰는 소리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이입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작가가 왜 이 단어를 썼고, 왜 이 부분에서 쉼표를 찍고, 이렇듯 장면을 전환하였는지를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내로라하는 유명한 작가들은 대부분 저희들이 사랑하는 작가의 작품을 이런 식으로 베껴쓰면서 '작가의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내가 필사를 하는 글들은 내가 갖고 있는 '화두를 깨 주는 문장'들을 주로 베껴쓴다. 반백이 넘은, 그래서 좀처럼 남의 말에 현혹되지 않는 능구렁이인 나의 심장을 웃게 하고, 울게 하고, 덜컹덜컹 움직이게 하는 문장들을 만나면 어김없이 만년필을 들어 적고 있다.


필사가 주는 효능감은 여러가지다. 무엇이든 자주 하면 능숙해지듯이 거의 매일 펜을 들어 글을 쓰다 보니 글이 예뻐진다. 게다가 만년필로 글을 적다 보니 종이와 펜촉이 부딪치면서 내는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를 즐기게 된다. 그러다 보니 되도록 조용한 시간과 공간을 찾아 필사를 하다 보니 '침묵'을 즐기게 되었다.


기왕 글을 쓴다면 글자를 틀리고 싶지 않아서 노력하고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레 집중하게 되고, 어느덧 '몰입'하면서 글을 쓰는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아가 한두 페이지를 필사하면서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필사를 했다면 '아, 내가 꽤 몰입했구나!' 하는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요즘은 중개사 시험 공부를 하기 전에 필사를 하는데, 공부에 집중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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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적으로 소란스러운 요즘이다. 그래서 이래저래 내 마음도 심란하다. 그렇다고 흔들리는 내 마음을 마냥 세상의 흐름에 맡길수야 없잖은가. 이런 마음을 다스리고 싶다면, 친구에게 필사를 권한다. 내 마음에 쏙 드는 펜을 하나 골라서 질 좋은 종이 위에 몇 자 적어보기를. 최근 내가 너무나 사랑해서 아껴서 읽는 <작은 땅의 야수들>이라는 소설 같은 책을 골라 소설가로 빙의되어 시간을 보내보기를. 색연필로 컬러링하는 것과는 또 다른 몰입감과 보람을 선사할 것이다. -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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