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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Dec 08. 2023

요즘 세대를 이보다 더 잘 간파한 책은 없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북리뷰


책을 죽어라고 읽지 않는 사람들 



요즘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아니, 징그럽게 읽지 않는다. 

2021년에 실시한 대한민국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두 명 중 한 명은 1년 동안 '한 권', 다시 강조하지만 '딸랑 한 권'도 읽지 않고, 그나마 다행스럽게 읽는 한 명은 일년 동안 5권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통계치를 가지고 싸잡아서 이야기하는 건 좀 아니다 싶긴 하다. '설마 만화책, 잡지라도 읽었겠지. 미용실에 가면 쎄고 쎈 게 그런 건데...' 하며 애써 부정하고 싶은 건 독서가로서 '정말 이렇다면 큰인일데...'하는 피할 수 없는 간절함 때문이다. 


그 다음 드는 생각은 '왜? 와이WHY? 머때메?'가 아닐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너무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가 단연 1등이다. 그리고 애써 대답하지 않는 진짜 대답은 스마트폰, 게임, 인터넷, OTT 등 '책 읽는 재미보다 훨씬 재밌는 것들이 드글드글' 하다는 거다. 


맞다, 부정하지 못한다. 인간이, 뇌라는 기관이 '태생이 게을러서' 책 읽고 상상하며 즐거움을 찾는 건 어쩌면 스마트폰, 인터넷 같은 것들이 없어서, 어쩔 수 없어서 읽은 '차선책'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불구하고 여전히 드는 걱정은 여전히 대한민국 젊은이의 인생을 판가름하는 '수학능력시험'을 게임이나, 영상으로 치르는 것이 아니라, 활자로 이뤄진 시험지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왠만한 놈은, 시험지를 읽기만 해도 시험시간을 넘길 만큼 활자로 가득하다 하니... 글 읽기에서 손을 뗀 아이들이 그 시험을 볼 수나 있을까 하는 우려는 피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어른이란 것들은 참으로 못된 놈들이다.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다른 한 손에는 책과 연필을 쥐어주고 '열심히 공부해, 화이팅!' 하고 있으니 말이다. 뭐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세상이, 요즘이다. 

책보다 영상이 더 친한 시대, 그거라도 잘 하나 했더니 그마저도 아주 '괴상한 방법'으로 시청을 하고 있다니....오늘 읽은 책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이야기를 시작한다. 일본의 영화 관련 컬럼니스트인 이나다 도요시가 쓴 화제작으로, 원제는 "영화를 빠르게 보는 사람들, 패스트 영화/네타바레" 이다. 





영화, 드라마, 강의를 10초씩 건너뛰거나 빨리 감기로 본다고?


요즘 '빨리 감아보기'가 대세다. 유튜브는 1.25배로 보면 헬륨 섞인 목소리일 망정 들을만 하고, OTT로 제공되는 드라마와 영화는 10초씩 빨리 보기를 한단다. 나도 시간 지난 뉴스를 보다가 짜증나는 기사가 나오면 건너뛰기를 한 적이 있기는 있다. 하지만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과 같은 '문화 콘텐츠'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아니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거늘, 이게 뭔 소린가 싶다. 요즘 애들, 대체 왜 그러는 건데?


이 책은 소개하고 자시고 할 군더더기가 없다. 첫 장을 펴고 몇 페이지 채 읽지 않아 본론으로 들어가 버린다. 한 줄 한 줄이 '라떼는 없었던' 요즘 젊은이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놀람과 충격, 나아가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이 책은 일본 애들 이야기잖아.' 하고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생각할지 모른다(그치, 당신 그렇게 생각했지?).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이건 반도의 이 땅 젊은이들한테서 이 시간에도 버젓이 생생하게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다. 심지어 수능이나 자격증 준비를 위한 인강도 '빨리 보기'로 듣는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듣고 있으니, 작가와 책에 소개되는 콘텐츠의 제목이 일본어 일 뿐이지, 내용은 한국판이라고 해도 틀림이 없다. "아, 그러니까! 얘네들이 왜 그러느냐고???" 하는 큰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빨리 감기로 보는 세 가지 배경



첫째, 봐야 할 작품이 너무 많다. 

TV 채널은 100개가 넘은 지 오래고, 유튜브에서는 내 선호도에 맞는 알고리즘으로 무장된 콘텐츠가 수천, 수만 개다. 어디 그 뿐이냐?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애플, 와차 등등....난 요즘 세상에 깔린 OTT도 다 모를 만큼 많다. 거기서 쏟아내는 콘텐츠의 숫자는 어후~ 상상을 초월한다. 

영화관에 가야 최신 영화를 보고, 비디오/DVD로 묵은 영화를 돈 내고 대여를 하시는 시절에는 볼 것이 그것 뿐이라 잘 보고 아껴서 봤다. 하지만 요즘은 말 그대로 '공급 과잉의 시대'다. 월정액으로 구독버튼을 누르면 저 많은 것들을 '꽁짜'로 볼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보고 싶고, 봐야 할 영상'이 많아도 너무 많아진 것이다.


둘째, 시간에서도 '가성비'를 따진다.

영상은 많고 비용도 걱정 없어 좋은데, 부족한 건 딱 하나 시간이다. 그러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마치 '속독'으로 책을 읽듯, 영화나 드라마를 빨리 감기로 보면서 "와~ 이 방법, 개꿀!!" 효율성에 엄지척을 한다는 것. 그래서일까. 그들은 더 이상 영화나 드라마 등을 '작품'이라 부르지 않고 '콘텐츠'라고 부른다. 감상의 목적은 작품을 접하고, 음미하고, 몰두하는 것만으로 독립적인 기쁨과 희열을 느끼는 행위 그 자체일진대, 그들에게 감상은 그저 '낭비'일 뿐인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낭비는 악이다, 가성비야말로 정의다."


셋째, 대사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영상 작품의 증가도 한몫 한다. 

요즘 콘텐츠는 친절하기 짝이 없다. 어떤 방송이든 자막 천지다. 그 시작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볼 수 있도록 만든 구성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물론, 편집자의 사감까지...거기에 웃음 유도 효과까지 이끌고 있는, 이른바 자막 전성시대다. 이토록 친절하다 보니 요즘에는 영상 작품 속에서 배우가 진지하게 연기할 필요가 없다. 배우가 기쁜지 슬픈지, 속마음이 어떤지까지 배사로 일일이 설명하고 있는 작품이 늘고 있다. 이건 뭐, 영상을 본다며 대사를 쳐 읽고 있으니.... 울 아부지가 보면 "뭐 이런 개판오분전이 다 있어?" 할 노릇이다. 



올 해 안에 한 권을 읽는다면, 이 책!


저자가 판단하는 이들의 빨리 감아 보기의 동기는 '시간 단축', '효율화', '편리 추구'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세태가 심각해진 계기는 코로나 사태였고, '방콕 시대'를 거치면서 개개인이 영상에 심취하게 되었고, 작금의 이런 요지경 세상이 급속하게 늘어났다고 봤다. 

작품 감상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시대, 그래서 잘 된 작품의 감독이 누군지 궁금하지 않은 시대, 오로지 '시간 가성비'가 정의가 된 이 시대가 더 궁금하지 않은가? 그럼 읽어보시길!


12월 현재를 기점으로 다양한 OTT에는 유독 구독자의 눈을 황홀하게 할 작품들이 쏟아진다고 한다. 

그들을 즐기기 전에 연말을 보내기 전에 야식 한끼 꾹 참고, 이 책을 읽어보시길. 그럼, 당신도 모르는 당신의 행태를 십분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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