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마무리, 중간리뷰
올해 초등 5학년이 되는 아들 녀석이 하버드대학 교수진이 만든 사고력 개발 프로그램을 교재로 만든 << 초등학교부터 시작하는 논술 오디세이 >> 2권을 어제 마무리 했다.
오디세이 교재 2권은 추론의 기초 두 번째로 '분류와 추론'을 공부했다.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위계적 분류와 집합, 유비추론 그리고 공간적 추론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3주가 되는 지난 봄방학 동안 국어 논술공부를 위해 준비한 자료였는데 1일 1섹션으로 꾸준히 풀어서 2권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교재 한 권당 11개의 섹션과 종합문제로 나뉘어져서 있다).
국어 공부를 위해 학원을 가지 않고 혼공한 방법에 대한 내용은 아래 포스트에 담겨 있으니 참고가 되면 좋겠고,
아이의 사고력과 논술력을 키우기 위해 이 교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한 내용은 아래 포스트에서 확인하면 될 것 같다.
이번 포스트에서 다루고 싶은 내용은 6권의 교재 중 2권을 마무리 하면서 '이 교재를 통해 녀석이 어떤 진전(또는 어떤 효과가)이 있는가?' 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으로 중간평가 이다. 미리 총평을 하자면 '정말 잘 만든 교재!' 였다는 것이다.
우선 나는 아들 녀석이 이 교재를 즐기는가? 하는데 주목했다.
제아무리 좋은 교재라 할지라도 본인이 스스로 즐기지 않으면 진전도 없을 뿐더러 효과도 없기 때문이다. 녀석은 이 교재를 꽤나 즐겨서 매일 20~30분 정도 소요되는 '1일 1섹션 풀기'에 다른 교재에 비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다른 교재와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의 문제라 신선하고, '정답이 없다'는 점이 아이의 적극성을 도왔다. 그래서 부모가 교재의 뒷부분에 있는 해답과 설명을 보며 아이가 풀어쓴 답과 비교 대조해야 하는데, 설령 답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나는 이런 생각에 이렇게 저렇게 쓴 것이다'고 대답한다면, 그래서 그 대답이 일견 타당성이 있다면 그게 답이 된다. 그래서 이런 구성이 '아이의 자율성'을 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질문과 완전히 다른 생각으로 답을 적으면 틀린 답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 답에는 부모의 보충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교재는 다른 답을 허용하지 않는 '정답'은 아이의 자율적 사고를 제한한 것과는 달리 사고의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서 문제를 풀면서 '틀린 답'을 미리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그것이 오히려 아이가 해답에 가까운 사고를 도와준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사고의 유연성'은 아이의 자율성을 도왔고, 그것은 질문에 대한 흥미를 높여 20~30분 간의 문제풀이에 집중할 수 있는 집중력도 도왔다는 생각을 했다.
둘째로 녀석이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가?' 에 주목했다.
녀석에게 가장 취약했던 부분은 바로 분류체계 였다.
넓게는 동물과 식물의 분류를 비롯해 깊게는 다양한 형태의 도형(그 속에 찍힌 점의 위치와 방향을 포함)를 흐뜨려놓고 도형을 분류하고 그 도형에 찍힌 점들의 패턴을 찾아 다음에 어떤 도형이 있어야 할 지를 찾게 하는 사고시험에 이르는 추론의 기초 1, 2 권 은 녀석으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했다.
더 놀라운 점은 아이 스스로 '내가 점점 더 깊고 넓게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는 점이었다. 다시 말해 사고의 변화를 스스로 직감할 만큼 교재가 잘 만들어졌고, 문제를 풀 때 마다 그 효용을 체감하고 있어서 녀석이 다음 섹션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말 잘 만들어진 교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3권 부터는 그간 익힌 체계의 분류와 추론 능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에 접근하는 내용을 담았다. 어제 1개의 섹션을 시작했는데, 녀석은 무난히 잘 마쳐서 3권이 마무리 될 때 얼마나 더 사고력이 진전된 대답을 할 지 궁금해진다.
이 교재를 선택하기에 앞서 아이가 학교생활을 통해 배우지 못하는 내용이 무엇인가를 짚었을 때 '사고력'이라고 판단했고,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꼭 '학원'을 가야 하는가? 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고민했었다.
'사고력 학원'을 불신하는 것이 아니라 기왕에 학원을 보내려면 실력좋은 학원을 보내야 할텐데 그곳에 보내기 위해 라이딩을 하며 등하원 시키는 시간에 대한 효용을 더 고민했다. 다시 말해 1시간 학원에서 공부하기 위해 등하원 1시간, 학원에서 공부한 내용을 제 스스로 공부할 1~2 시간을 생각했을 때, 수준높은 학원보다 수준은 떨어질망정 괜찮은 교재를 찾아 매일 꾸준히 학습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고민 끝에 찾아낸 교재가 바로 이 교재이고, 녀석이 이 교재를 즐기고 있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오디세이>>는 지식책도 아니고 문학책도 아니다. 말 그대로 교재, 사고력을 키워주는 공부책이다. 그 점에서 교재를 1챕터씩 풀어가는 본인이 스스로 효능감을 느껴야 꾸준히 진도를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린 학생들에게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스스로 꾸준히 풀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할 수 있는 게 필진, 그러니까 하버드교수진의 고민이 담겨 있다.
픽사의 에니매이션과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작품들이 거의 매년 나와서 뚝딱! 만들어내는 것 같지만 실은 5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아이들이 보는 명작을 만들려면 아이의 시선까지 눈높이를 낮춰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매년 개발되는 그래픽 신기술에 맞춰 재구성해야 해야 구닥다리라는 말을 듣지 않는다. 한마디로 아이들을 고객으로 한 모든 것은 그 만큼 더욱 신중하고 수고를 더해야 한단 뜻이 되겠다. <<오디세이>>도 그런 것 같다. 부모인 내가 딱히 신경쓰지 않아도 아이가 스스로 재밌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모든 게 생각의 지평이 넓어짐을 스스로 느껴지게 만드는 필진들의 노력 덕분이 아닐까. 꼭 추천하고 싶은 교재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