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페 공인모 에서 1~2월에 진행한 '부동산중개사 시험대비 기본강의'가 한 두 과목을 제외하고 거의 끝났다. 그 말인즉슨 1회통독을 했다는 거다. 강의를 워낙 이해하기 쉽고 친절하게 해주고 있어서 수강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부드럽게 강의를 듣기만 해도 되는 거야?'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3~4월은 과목 당 70% 정도를 강의한 기본보다 좀 더 깊이 들어가는 심화를 들어간다고 했다. 심화를 들으면 90% 정도를 커버할 수 있다고 했다. 5~6월엔 핵심 요약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기출문제와 모의고사 등을 치루면서 시험스킬을 익히는데 집중한다고 했다. 그러다 보면 4~5회를 통독하는 셈이니, 열심히 수강만 잘 따라준다면 무난히 부동산 중개사 시험을 치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리하면, '공부하기 잘 했다'는 것이다.
주말을 제외하고 2~3시간씩 꾸준히 강의를 듣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험생에게는 매일 발생하는 내외적 변수가 많이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해 보니 공부를 하기 전과 많이 달랐다. 의외로 그런 변수들은 그렇게 많이 일어나지 않았다. 하루 중 2~3시간 수강이야말로 전에 없던 가장 큰 변수였기 때문이다!
강의를 들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도 덜 만나고, 자연스럽게 밤 늦게까지 어울릴 시간도 줄었다. 다음 날 컨디션이 좋아야 강의를 더 편하게 들을 수 있으니 되도록 일찍 잠을 청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수면시간도 늘었다.
줄어든 건 '딴짓하는 시간들' 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스마트폰을 쥐고 마냥 흘려보냈던 시간이 줄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느라 물론 영화도 덜 보고, 드라마도 줄인 것은 사실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줄기차게 봐 왔던 유튜브 컨텐트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하루에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했던 그 시간들이 사라졌는데도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는 점이 신기했다. '한 편만! 한 편만 더!' 하다가 결국 밤을 꼴딱 넘겨버린 나날들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강의를 들으면서 오히려 나아진 점은 수십 년 동안 듣지 않던 강의를 듣다 보니 '다시 학생이 된 기분'이 새롭게 느껴졌다. 강의를 들으며 펜을 들고 필기하거나 교재에 밑줄을 치는 모습을 스스로 보는 기분은 사뭇 남달랐다. 물론 처음 1~2주는 힘들었다. 문득 '내가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습관이 되자 생각과 행동이 변했다. 딱히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데, '젊어진 기분'이랄까. 어쨌든 수험생인 난 학생이니까 말이다. 오전부터 조금전까지 강의 세개를 나눠서 모두 듣고, 교재를 덮으며 든 생각을 적어봤다.
교재를 주문하고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설렘의 시간을 넘기고 이제 두 번째로 교재를 공부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느낌을 정리하고 싶었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나름대로 잘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 실로 오랜만이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