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망고탱고 레시피
2월 들어 아들녀석과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돌아서는 길이 아쉬워 아이스크림을 샀다.
난 500원짜리 비비빅과 돼지바. 아이는 5000원짜리 '하겐다즈 바'
"아빠, 아빠도 이거 먹어. 정말 맛있어!" 라고 권했다.
하지만 난, "아냐, 아빤 이게 더 좋아!"라고 머쩍게 웃으며 답했다.
나도 하겐다즈가 훨씬 더 맛있고 고급스럽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난, 비비빅과 돼지바를 먹어야 한다.
사악한 가격도 가격이지만, 결정적으로 난 '유당분해효소'가 제로인지
아이스크림만 먹으면 배탈이 난다. 그래서 우유가 티스푼으로 하나 정도 들어간
싸구려 아이스크림만 먹는다. 그럼 탈이 안 나니까
(우리집 냉장고에는 우유와 함께 삼육두유가 들어 있다).
그 날 이후로 좀 문제가 심각해졌다.
아이가 매일 아이스크림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사악한 가격의 '하겐다즈'를.
나는 먹지도 못하는 그걸 사려고 굳이 마트로 가기가 귀찮아졌다.
하지만 '먹지 말라'고 하면 비정한 아빠요,
귀차니즘이 발동한 내 진심을 알면 '게으른 아빠'가 될 터,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던 차에 외국 사이트에서 훌륭한 수제 아이스크림 레시피를 만났다.
몇 번을 보며 눈에 익혔다. 그리고,
새학기를 앞둔 마지막 연휴의 시작인 오늘,
녀석과 함께 집에서 망고 아이스크림 만들기를 했다.
2월 동안 오늘까지 총 네 번째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있는데,
아이가 말 그대로 환장을 한다.
하겐다즈보다 맛있고, 베라보다 훨씬 더 맛있다고 한다!!
물론, 애가 나를 부려먹고 자주 먹기 위해서 한 구라라는 걸 잘 알지만,
어렸을 적 내가 만들어 먹던 쥬스를 얼려 먹던 샤베트나 요구르트와는 차원이 다른 건 사실이다.
무엇보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수제 아이스크림 레시피는 너무나 쉬워서 초등 5학년이 되는 아이가 직접 아이스크림을 만들 정도다. 고학년이 되면서 커피 내리기, 라면 끓이기, 깍두기 만들기 등 부쩍 무엇이든 참여하고 싶어하는데,'수제 아이스크림 만들기'는 녀석에게는 안성마춤이었다.
사진은 거의 막바지 과정인 아이스크림 위에 망고 퓨레를 뒤섞고 있는 모습인데,
잘 섞어서 냉동고에 넣고 다섯시간만 있으면 정말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다.
'뭐, 다섯시간이라고? 내가 만들 때는 하루 종일 걸렸는데?'
하고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다섯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사진과 설명을 듣다 보면 차차 알게 될 것이니 잘 따라 오기를...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위한 메인 주인공을 소개하면,
바로 생크림과 연유다. 둘이 합하면 하겐다즈 미니 컵 3개 살 정도된다.
한마디로 겁나게 싸게 먹힌다!
보통들 아이스크림을 만든다고 하면 생크림에 우유와 설탕을 넣곤 한다.
물론 나도 예전에 그랬다.
이 방법도 나쁘지 않지만 손품도 많이 들고, 시중에서 파는, 특히 베라 같은 아이스크림 본연의 맛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우유에 포함된 물 때문이다.
우유를 얼려본 적이 있다면 쉽게 이해할텐데, 우유를 얼리면 물 따로 우유 따로 얼어버린다. 그래서 골고루 얼리려면 두 세 시간 마다 뒤섞어줘야 한다. 설령 우유가 제대로 얼었다고 해서 특유의 '서걱서걱' 씹히는 맛은 아이스크림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샤베트'에 가깝다고 해야 한다.
하지만 연유를 쓰면 우유를 쓰는 모든 단점들을 단번에 해결해 준다. 입 속에 넣는 순간부터 사르르 녹아버린다. 게다가 달디 단 연유 특유의 맛은 생크림과 중화되어 '아이스크림의 단맛 그대로'를 연출해준다. 만들어 보면 알겠지만 만들기는 정말 별 것 아닌데, 맛은 정말 맛있다(그래야 난 한 티스푼 정도만 먹어 봤지만) !
망고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생크림 200ml
연유 70ml
해동시킨 냉동 망고
도깨비 방망이
이것만 있으면 된다.
처음엔 오레오를 사서 아주 잘게 부순 후에 섞어주는 '쿠앤쿠'를 해줬다.
맛있다며 너무 좋아하는데, 자꾸만 만들어 달라고 귀찮게 해서 아예 아이에게
가르치기로 했다. '직접 만들어 먹으면 더 맛있다'며....(오~ 구차한 변명이여!!)
각설하고, 초5 아들녀석이 맹그는 아이스크림 제조 현장으로 가 보자.
우선 생크림 200ml를 부어준다.
용기는 도깨비 방망이를 구입할 때 함께 있던 플라스틱 컵에 생크림을 넣고 있는데, 눈금이 표시되어 있어 편리했다. 그런게 없다면 아무거나 해도 상관 없다. 다만, 부피가 2.5~3배 정도 늘어나므로 1리터 정도를 담을 수 있는 용기로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생크림을 넣은 후엔, 연유 70ml를 부어준다.
연유는 비중이 생크림보다 높아 바닥에 가라앉는데, 어차피 도깨비 방망이를 사용할테니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옆으로 살짝 흘리는 연유가 있거든, 얼른 손가락을 찍어 먹기를! 한방울도 꿀맛이니까!
그 다음은 도깨비 방망이로 사정없이 뒤섞기.
여기서 아이스크림을 제대로 만들어내는 기술이 필요하다.
다름 아니라 공기와 함께 섞어줘야 한다는 거다.
기본 원리는 '머랭치기'와 같다. 계란을 풀고 거품기로 돌리면 계란이 공기와 함께 섞여서 부피가 부풀어오르는 효과를 얻는데, 수제 아이스크림 만들기도 마찬가지다. 도깨비 방망이를 생크림과 연유에 담근 채 내내 작동시킬 것이 아니라 위 아래~ 위 아래 ~ 위위 아래~노래부르듯 오르내리게 하면서 공기와 접촉시키면서 뒤섞어야 공기가 투입되어 빡빡한 크림거품이 만들어진다.
보다 쉬운 설명은 아래 영상을 보면 될 것 같다.
이러기를 약 5분 정도 하다 보면 묽기만 하던 생크림이 꾸덕 꾸덕해 지기 시작하고,
그 후 1분 정도를 더 돌리면 아래 그림과 같이 완벽한 휘핑크림 같은 크림 거품이 만들어진다.
락앤락에 크림 거품을 따로 담아내면 아이스크림 만들기의 80%가 끝난 셈.
지금껏 먹었던 새까만 오레오는 말고
오늘의 게스트인 해동시킨 냉동 망고를 물기 하나없이 쫙 뺀 후
도깨비 방망이로 드르륵 드르륵 슥슥~ 눌러 주면 30초 만에 퓨레가 되고...
곤죽이 된 망고 퓨레를 크림거품 위에 툭툭 하고 떨어뜨리고 고르게 섞어준 뒤 수저로 슥싹 슥싹 정리하면...
집에서 만드는 수제 망고탱고 아이스크림 완성!
그리고, 냉동고에 넣은 후 5시간 뒤엔
먹기 좋게 완성된 망고탱고 아이스크림.
사내녀석이 만들어서 그런지 예쁘지도 않고 투박하기만 하지만
맛은 정말 훌륭하다.
베라를 좋아하는 아들 녀석은 망고탱고 보다 훨씬 더 맛있다고 한다.
물론 자기가 직접 만들어 먹는 맛이라 더욱 그렇게 느껴질테고,
적당히 구라도 포함된 걸 알지만....
난 더 이상 마트행을 할 필요가 없으니 적당히 반응하고 칭찬해주었다.
지금껏 생크림 1L와 연유 500g으로 지금처럼 총 네 번을 만들었는데,
오레오를 잘게 부순 쿠앤크 아이스크림 세 번과
이번에 만든 망고 아이스크림이 네 번째.
지금보다는 적은 양이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정도 더 만들 양이 남았다.
먹다 남은 딸리 두어 개 칼로 잘게 자른 뒤에 섞으면 어떨까,
누텔라를 큰 수저로 하나 넣고 섞어 볼까,
고민 중이다.
수제 아이스크림 만들기는 여러므로 유익하다.
만드는 방법이 너무나 쉽고 편해서 아이가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과
덕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의 제조과정을 몸소 익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도 훌륭했다.
건강적인 측면에서는 생크림과 연유만으로 만들어서 시중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각종 식용색소와 첨가물 등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두 번째다.
가장 큰 장점은 게으른 아빠가 매일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아 참! 뛰어난 가성비는 덤이 되겠다!
신학기 개학을 앞둔 기나긴 연휴, 아이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만들며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에 소개했다. 맛있다고 자주 해 먹지는 마시길. 먹는 만큼 살질 테니까. 난 분명히 경고 했숨.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