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뇌가 게으른 건 나름 이유가 있는데 우리의 뇌는 하루 24시간 잠시도 쉬지 않고 운동하기 때문입니다. 단단한 머리뼈 속에 숨어 있는 1.5 킬로그램에 불과한 뇌는 우리가 깨어있는 시간 동안은 물론 잠들어 있는 시간에도 뇌는 홀로 깨어 있어요. 우리가 하루 동안 겪은 일을 기억하기 위해 저장하고, 꿈을 꾸는 일을 하죠. 그래서 몸무게의 약 2 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기관이 우리가 하루에 소모하는 에너지의 약 25 퍼센트를 쓴다고 하죠.
그래서 뇌는 좀처럼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고 하죠.
그 때문에 뇌는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먹고 학교나 직장을 가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하는 일 같은 익숙한 일들은 뇌가 따로 운동하지 않아도 거의 자동적으로 움직이게 세팅했어요. 그게 뭘까요? 바로 ‘습관’입니다. 놀랍게도 우리가 하루 동안 하는 모든 행동의 약 40퍼센트는 이 ‘습관’에 의해 이뤄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걱정하는 아이들의 게임이나 유튜브 보기도 그 ‘습관’의 영역에 들어 있어요.
뇌는 게임이나 유튜브 보기 같은 단순한 일을 무척 좋아합니다.
모니터에 뜨는 영상을 눈으로 보면 시신경을 통해 뇌로 그대로 전달되니까 뇌가 따로 일을 할 필요 없이 눈으로 보기만 하면 되니까요.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시각과 청각으로 쉽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정보들은 뇌를 전혀 자극하지 않는다는 거에요. 보고 듣는 대로 바로 이해가 가능하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뇌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채 정보를 받아들이면 전체 정보의 약 30 퍼센트 밖에 기억하지 못하고 그 기억도 금방 연기처럼 사라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뇌는 책읽기를 정말 싫어합니다. 책 읽기는 멀뚱히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시청하는 것보다 훨씬 피곤한 일이니까요. 만약 우리 뇌가 입이 있어 말할 수 있다면 “아니, 영상을 그냥 보기만 하면 되지 굳이 왜 활자를 읽는 거야?” 하고 불평할지도 몰라요.
책은 게임과 영상과 다르게 달랑 그림이 하나 있거나, 아예 그림 한 장 없이 활자를 읽어야 합니다. 이처럼 책을 읽으면 시각적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메우기 위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요, 이 때부터 뇌가 활성화 됩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먹음직스러운 빨간 사과가 내 손에 들어 왔다.’ 는 문장을 읽어보세요. 그러면 아마도 사과를 한 입 콱~ 깨어 물면 상큼하고 단물이 입안 가득해질 것 같은 윤기 있고 새빨간 사과가 머릿속에 떠올랐을 거에요. 분명히 그림 하나 없이 '한 문장'만 읽은 것뿐인데 말이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동화나 소설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에요. 책 속에 등장하는 어떤 장면 그리고 인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 부분을 읽으면 그와 동시에 뇌는 내용을 해석하고, 생각(사고)하고 상상(추론)하느라 바빠집니다. 이것을 두고 ‘뇌가 활성화된다’고 말하는데요, 특히 측두엽, 두정엽, 전전두엽 등이 통합적으로 활성화됩니다. 이렇게 책을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뇌의 아주 많은 부분을 활성화시키고 뇌를 개발하는 것이 가능해 집니다.
반면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미디어로 제작된 정보를 보면 변화무쌍한 영상을 쫓느라 생각하거나 상상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요. 특히 초등생 같은 어린이는 더욱 불가능하죠. 뇌의 활성화도 거의 없어요. 단지 눈과 귀를 통해 영상을 시청하기 때문에 시각과 청각을 담당하는 후두엽과 측두엽의 일부만 활성화 될 뿐이죠.
심리학자 프랭크 스미스는 <읽기의 이해>라는 책에서 "진정한 읽기는 글과 눈 사이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독자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진다."라고 말했습니다. 쉽게 말해 아이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아이가 상상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물론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자연스럽게 상상력은 점점 더 길러집니다.
그렇다면 초등생인 내 아이가 책을 읽으면서 상상하면 어떤 효과가 일어나는 걸까요? 김대식 교수의 <12세 전에 완성하는 뇌과학 독서법>에서 한 말을 더 들어 볼게요.
“뇌과학자의 입장에서는 독서가 우리 뇌를 힘들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책을 읽는 순간, 뇌는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 새로운 세상을 상상해야 합니다. 신경 세포들이 새로운 가지를 뻗치고 서로 연결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결정적 시기에 이루어진다면 아이의 뇌는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한 길들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남들은 못하는 새로운 창의적 생각은 어느 시기에나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상상을 하기 시작하면 뇌는 자극을 받아 수많은 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완성합니다. 그래서 뇌가 열심히 일을 하면 할수록 뇌세포가 활발해지고 튼튼해져서 결국 머리가 좋아지는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상상력이 지식보다 중요하다.” 라고 아인슈타인이 말했습니다. 인터넷 세상에 모든 지식이 널려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에요. 그래서 아이들이 옛날처럼 정보와 지식을 찾아다니며 달달 외우는 건 이제 의미가 없어졌어요.
대신 그 어느 때 보다 '상상력'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더 좋게 만들고, 이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려면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하니까요.
사실 책읽기는 아이의 ‘상상력’을 키워준다는두 번째 이유는 어릴 때 책을 읽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첫 번째 이유와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왜냐하면 책을 읽으면 머리가 좋아지는 건 책을 읽으면서 상상하기 때문이거든요. 이건 이 부분은 게임이나 인터넷에 떠다니는 수많은 영상은 절대로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이에요. 인공지능 시대에도 책읽기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죠.
<<기억하세요>>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내 아이의 상상력은 오직 책읽기를 통해 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