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으로 어그로를 끄는 것 같지만,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 지폐에 담긴 이야기는 이후에 설명하고 먼저 실물을 공개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 이민족으로 보이는 여성 뒤에 쪽진 머리에 흰 저고리를 입고 있는 이.
쪽진 머리와 흰 동정깃을 한 한복저고리를 입은 모습이 아니더라도
눈썹과 눈의 표정, 도톰한 입술, 오똑한 콧날의 생김생김은
누가 봐도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여인의 모습이다. 놀랍지 않은가?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이 지폐의 실물을 입수하고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이 이게 진짜돈 인가? 였다.
사진에서와 같이 지폐를 보면 중국인민은행이 발행한 지폐가 맞다.
금액은 '이각', 환율은 뒤로 하고 우리 돈으로 20원 정도 된다.
하지만 중국에서도 각은 잘 통용되지 않은 값어치 없는 화폐로
주로 화장실 같은 곳에서 통용되었다고 한다.
공짜가 없는 중국화장실, 시골에 가도 화장실 문 앞에 문지기가 지키고 있다.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소변은 일각, 대변은 오각 정도의 이용료를 받았다고 한다.
지금 통용되던 그렇지 않던 분명히 중국지폐에 우리나라 여성의 모습이 들어 있음을 확인했다.
우리가 잘 아는 누군가가 이 지폐속 여성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참 슬픈 조선의 얼굴이다.
눈물나도록 슬픈 우리들 엄마의 얼굴이다.
우리 엄마의 엄마, 그 엄마를 낳은 할머니,
그 할머니를 낳은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 얼굴이다.
또한 시집간 누이의 얼굴이다."
글을 읽고 다시 지폐를 들여다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한껏 치장하고 이가 보일 만큼 살짝 미소짓는 여성의 뒤에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바라보는 저 여성을, 참말로 잘 표현했다 싶다.
그럼, 난 어떻게 이 사실을 알고 지폐를 입수한 것일까?
흥미롭게도 우연히 책 한권을 읽다가 발견했다.
그 책은 바로, 이 책이었다.
소설을 좋아한다면, 특히 국내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라면 최인호의 소설 <상도>을 읽어봤을 것이다.
"장사는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
이라는 화제의 금언으로 유명한 이 소설은 우리 역사상 점원에서 동양 최고의 거상이 된 무역왕 임상옥 스토리를 담고 있다. 출간 7개월 만에 100만 부를 돌파하고, 20년 동안 총 누적 판매부수 500만 부에 달하는 기록을 만듦면서 국내 경제소설로는 최고의 밀리언셀러로 남았다. 한편 국내 드라마로 제작되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화제의 소설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시작은 기평그룹의 총수 김기섭 회장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은 후 그의 지갑에서 나온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이란 문장의 출처를 밝혀달라는 회사 측의 요청에 소설 속 '나'가 그 문장을 썼던 이가 조선 중기의 무역왕 임상옥임을 알아내고 그의 발자취를 찾아 더듬어 간다.
의문의 문장이 담긴 종이와 함께 김기섭 회장의 지갑 안쪽에 고이 모셔진 지폐가 '이각'이었는데, 소설 속에서 이 돈을 만든 김기섭 회장은 "이봐 이 여인은 분명히 우리 조선 여인의 얼굴이야. 봐, 이 표정 좀 봐. 울 밑에 선 봉선화 같지 않아." 하며 한참 들여다보더니 자신의 지갑 속에 넣고 '부적'으로 삼아 가끔 이 돈을 꺼내 이 돈에 새겨진 조선 여인의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곤 하며 사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국 출장길에 김회장이 화장실에서 잔돈으로 받은 '이각'지폐는 어떻게 그의 부적이 되었을까?
궁금한가? 그럼 직접 책을 찾아 읽어보시길.
집안을 뒤져보면 아빠 엄마가 읽던 책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만큼 많이 팔린 책이니까.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면 구해서 읽어보시길.
2020년이 재출간된 개정 4판이 서점에서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언제고 다시 읽어도 멋지고 감동적인 소설이요, 이 시대의 고전이닊.
후회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좋은 책만 팔고 다니는 책장수, 리치보이였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