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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Apr 05. 2024

주말을 기대하게 하는 소설 - <류> 나오키상 대상작!

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책

TV를 끊은 지 5년째다. 콘텐츠를 담보로 마구 쏟아내는 광고와 예고편을 마냥 지켜보면서 한정된 '내 시간의 통제권'을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아서 내린 결정이었다. 덕분에 마음속 심란함도 사라지고 주위도 조용해졌다. 생각할 시간은 늘고, 깊이도 더 깊어졌다. 


심심하면 소설을 읽는다. "뛰어난 스토리는 더 나아질 것 없을 것 같은 무언가에 숨겨진 수많은 기회를 끌어낸다." 모건 하우절이 <불변의 법칙>에서 한 말이다. TV에서 의도하거나 연출된 콘텐츠를 수십년 동안 봐 온 뒤늦은 후회는 '농락당했다'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소설은 십인십색의 독자가 저마다 자신만이 가진 상상의 그릇 속에서 느끼게 했다. 


소설을 고를 때 유독 심사숙고한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을 보게 만드는 매력 있는 녀석(?)을 찾고 싶어서다. 온라인 서점에 접속할 때 마다 눈에 밟혔던 녀석을 서재에 들였다. 제목은 <류 流> 내로라하는 장르 소설가들이 극찬을 한 일본소설, 정작 작가는 대만 태생이다.  내일부터 읽을 책이다! -richboy





<<책소개>>


“몇십 년 만에 한 번 나올 만한 위대한 소설”

일본 3대 문학상을 동시 석권한 전대미문의 걸작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된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


출간과 동시에 ‘제153회 나오키상’과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일본 서점대상’ 등 일본 최고의 문학상을 휩쓸며 벼락같이 등장한 히가시야마 아키라의 『류』가 한국 독자들의 오랜 염원 끝에 국내에서 출간됐다. 아직 국내에 출간이 결정되기 전부터 일본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던 이 소설은, 일본 최고의 문학상 중 하나인 ‘나오키상’ 수상작들 중 2000년대 들어 처음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된 것은 물론, “몇십 년 만에 한 번 나올 만한 위대한 걸작”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작가인 히가시야마 아키라 역시 오랜 침체기를 겪고 있던 일본 문단을 구원할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소설 속 캐릭터들이 마치 살아 있는 듯 거리를 활보하는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의 필력”, “독자를 혼돈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와 같은 심사평에서 알 수 있듯, 『류』에 등장하는 작중 인물들은 꽤나 흥미롭고, 개성이 넘치며, 끊임없이 우리를 소설 속으로 끌어들인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 작가가 창조해낸 가공할 만한 혼돈의 역사 속으로 훌쩍 뛰어들어 보자.





히가시노 게이고

내가 심사를 맡은 이래 단연 최고의 작품이다. 치안과 질서가 불안정한 땅을 무대로 삼은 소설은 다이내믹하고, 전대미문이었으며 통쾌해서 작중에 등장하는 파이어버드에 올라탄 듯한 질주감이 있었다.


미야베 미유키

생동감 넘치는 표현력, 힘찬 문장, 뼈대가 굵은 스토리텔링, ‘인생·청춘·가족의 해학과 비극’을 이해하고 이야기 전체에 유머를 감돌게 한, 모든 것이 빼어난 걸작이다.


아사다 지로

후보작 중에서 단연 발군이었다. 문장에 열기가 있었고 저자도 글쓰기를 즐기는 것처럼 보여 마치 책이 팔딱거리는 듯 생동감이 넘쳤다. 디테일이 이만큼 쌓이면 메인 스토리가 위협을 받는 법인데 삼천포로 빠지나 하는 사이 본론으로 딱 돌아가는 이유는 냉정하게 장편의 전체 모습을 잡아놓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야시 마리코

스케일이 있으면서도 문장이 매우 깔끔하다. 소년 시절의 유머러스한 호러 이야기는 압권이었다. 이만한 대중성을 지닌 소설은 오랜만이라 정말로 즐거웠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이 되었다.


이주잉 시즈카

일찍이 이야기는 이야기꾼의 것이었다. 그 빼어난 입담으로 생생하게 이어져 내려왔다. 《류》의 목소리는 뜨겁고 풍부했다. 어떤 때는 외치고, 어떤 때는 속삭였으며, 어떤 때는 침묵을 지키고 있어도 항상 귓가에 저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본인에게도 역사적으로 큰 연관이 있는 나라의 이야기에 문학이 또렷하게 보인 점도 기뻤다.


다카무라 가오루

중국어권의 신체 감각과 대만의 선명한 생활 풍경이 눈에 떠오르는 듯해 소설을 읽는 행복을 오랜만에 맛보았다. 중일전쟁에 농락당한 역사나, 할아버지가 살해당했다는 가족사 등 그 어떤 사건도 너무 음산하지도,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이야기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까닭은 저자가 주인공을 17세 소년으로 설정했기 때문인데, 이야말로 소설가의 직관적인 균형감각이다.


기타카타 겐조

요즘 보기 드문 뛰어난 소설로 완성되었다. 더위가, 음식 냄새가, 시궁창 냄새가, 거리의 먼지가 행간에서 피어오른다. 혼란스럽지만 거기에서 청춘의 열망을 진주 한 알을 건지듯 끄집어냈다. 이 젊은 재능은 이제 ‘이것을 뛰어넘어라, 뛰어넘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을 것이다.


기리노 나쓰오

나무랄 곳 없이 재미있었다. 대만의 외성인(外省人)과 본성인(本省人)의 억압과 해방을 주제로 한 어두운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회고로 쓰여진 점, 그리고 풍성했던 세부적인 부분과 유머가 음산해지기 쉬운 이야기를 쓴웃음으로 바꾸었다.


미야기타니 마사미츠

단어를 신중하게 고르는 것이 아니라 닥치는 대로 모아 채워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유들유들함이 보여서 신기했다. 그러나 대만이라는 작은 나라가 지닌 끊임없는 불안이 저변에 깔려 있고, 그 위에서 벌어지는 위태로운 사회 현상이 읽는 이에게 자연스레 스며든다. 나는 새로운 바람을 느꼈다.





<<출판사 리뷰>>



제153회 나오키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일본 서점대상

일본 3대 문학상을 동시 수상한 전대미문의 걸작!


소설 《류》는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할아버지 예준린의 죽음을 목격한 예치우성이 살인범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이자, 역사, 시대물이다.

완벽하게 자취를 감춘 범인을 쫓는 과정과 전혀 의외의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치밀한 반전의 설계는 훌륭한 장르물의 면모를 보이나, 소설이 삼고 있는 시대적·역사적 배경과 삼대에 걸친 세대의 중첩은 장르물의 범주를 한참이나 벗어나 대하소설의 영역까지 가 닿는 스케일을 구축했다.

저자는 혼돈과 활력이 공존하는 대만 사회를 배경으로 중일전쟁과 국공내전이라는 피 튀기는 현장, 조직폭력단의 항쟁, 군사훈련이 강제되는 독제사회, 애절한 첫사랑과 실연, 일본과 중국을 나아가 온 세상을 누비는 인물들의 모험을 다각적, 중층적으로 그려냈다. 여기에 유령, 분신사바, 도깨비불이라는 초현실적인 요소마저 위화감 없이 엮어 작가가 창조해낸 《류》의 세계관이 미스터리를 넘어 어디까지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기분마저 들게 된다.


《류》의 주인공 예치우성은 보통의 소년이 겪는 보통의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의 단서가 삐죽 머리를 내밀 때마다 급류에 휘말리듯 사건의 중심으로 빨려들어 간다. 마치 현실세계에 사는 평범한 남자가 사차원 또는 ‘이세계’로 넘어가 믿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듯, 예치우성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할아버지가 세운 ‘모래언덕’을 조금씩 조금씩 오른다.

할아버지가 만든 세계는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낼 때마다 ‘파국’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예치우성을 중심으로 한 가족들은 적당히 이해하고, 적당히 부정하며 그가 만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이 노력은 개인이 아닌, 전체 또는 국가가 자행한 일방의 역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속한 자들의 숙명’일 것이다. 이 소설이 특별함을 갖추는 순간이 바로, 예치우성을 통해 그 ‘숙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의 일탈이 보편적 공명을 일으키는 바로 그 ‘순간들’이다. 이 찰나의 서사가 만든 무구한 역사의 영원을 목도한 히가시노 게이고이기에 “내가 나오키상 심사를 맡은 이래 단연 최고의 작품이다”라는 찬사를 남겼으리라.


다양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아등바등 살아남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할아버지와 그의 친구들, 공산당임에도 국민당 친구들과 평생 교류하는 대륙의 할아버지까지 그 도도한 물길 같은 삶은 우리를 압도한다.

여기에 고도 성장기를 살아내는 경쟁의 화신인 아버지 세대, 학교 선생이면서 아들에게 채찍질을 마다하지 않는 인물, 입만 열면 허풍인 삼촌과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선원 삼촌, 기가 센 엘리트 고모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단숨에 제압하는 힘을 지닌 어머니가 있다.

사회 밑바닥에서 인생의 쓴맛을 직접 경험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천차만별의 상황에서도 같은 깨달음을 얻어가는 청년 세대까지 세대와 계층을 녹이는 장대한 이야기가 이 소설 한 편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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