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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Apr 22. 2024

내 아이의 책 읽기 습관은 꼭! 종이책으로 길러 주세요


- 내 아이의 첫 책 읽기 습관은 종이책으로



“내 아이가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더 좋아하는데, 괜찮을까요?” 


라고 질문하는 엄마 아빠가 부쩍 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내 아이가 책을 읽기 시작하면 처음부터 아이에게 종이책으로 읽기를 권합니다. 


4년 전 코로나 펜데믹으로 아이들이 거의 1년 넘게 학교를 갈 수 없는 때가 있었습니다. 

이 때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는데요, 선생님들은 학생 없는 교실에서 카메라를 보고 수업을 했고요, 아이들은 저마다 집에 머물며 줌zoom을 통해 선생님의 수업을 들어야 했지요. 그때는 과외는 물론 학원도 갈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학력격차를 우려한 엄마 아빠가 선택한 것은 온라인 학습지였는데요, 기업들이 앞다투어 학습지 프로그램 속에 아이들이 학년별로 읽을 수 있는 책 수천 권을 전자도서관에 넣은 겁니다. 이때부터 아이들이 전자책을 만나기 시작했고 전자책으로 책을 읽는 독자수가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pixabay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여러므로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는 점입니다. 일단 온라인 학습지 속 전자도서관에 있는 책 수천권은 ‘무료’이고요,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해도 종이책에 비해 많이 저렴한 편입니다. 

두 번째는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면 구입 즉시 볼 수 있어 시간이 절약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요즘은 온라인 서점에서 오전에 주문하면 당일 저녁에 받아볼 수 있을 만큼 빨라졌다고 하지만 전자책만큼 빠르지 않으니까요. 

세 번째는 휴대가 편하다는 장점입니다. 전자책이 유행하기 전에는 엄마 아빠가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가거나 외식을 할 때면 그 시간만큼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게 따로 챙겨가야 해서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자책은 평소 들고 가는 태블릿 속에 파일로 넣는 것인데다 한 번에 수십 수백 권을 넣어도 되기 때문에 여간 편한 것이 아닙니다. 이 장점은 아무리 책을 많이 사더라도 집안에 서재를 늘리지 않는다는 공간적 장점으로 이어지죠. 이런 장점만을 놓고 보면 ‘아이가 전자책을 읽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pixabay


하지만 책값이 싸니까 부담이 없고, 바로 바로 책을 살 수 있으니 따로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되고, 여행을 가도 가져가는 책 무게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전자책의 장점은 '엄마 아빠의 입장'에서 바라본 관점입니다. 그 속에 빠진 것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그 책을 읽을 독자는 아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이런 뛰어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면 종이책을 읽히기를 권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전자책을 오래 보고 있으면 눈이 피곤해져서 오랜 시간 동안 읽을 수 없다는 건 엄마 아빠들도 경험적으로 아실 겁니다. 여기에 더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요, 전자책 읽기는 기본적으로 종이책의 그것과는 읽는 달리 방식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pixabay



종이책은 좌측 끝에서 시작해 우측 끝까지 읽고 한 줄씩 내려가면서 읽습니다. 책을 읽다가 잠시 딴생각을 했거나, 이해가 잘 되지 않으면 몇 줄 위로 다시 올라가서 찾아 읽지요. 하지만 전자책은 몇 줄씩 듬성듬성 읽는 경향이 있고, 위로 더듬어 찾아 읽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주로 온라인에서 뉴스를 보거나 SNS 피드 읽기를 즐기고 있는 엄마 아빠라면 경험적으로 잘 알겁니다. 문제는 나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 글을 읽을 때 그렇다는 겁니다. 


베스트셀러이자 독서의 뇌과학을 다룬 책 <다시, 책으로>를 쓴 뇌과학자 메리언 울프는 이러한 전자책 읽기 방식을 ‘F자 읽기 혹은 Z자 읽기’라고 불렀어요. 글을 읽는 눈이 페이지에 머무는 움직임의 상태를 이야기한 건데요, F자 읽기는 처음 몇 줄을 대충 읽다가 중간을 건너뛰고 마지막 몇 줄을 읽는다는 거죠. 그리고 Z자 읽기는 글 첫 부분 몇 줄을 읽다가 지그재그 방식으로 대각선을 타고 시선을 내려오면서 느낌적으로 읽다가 마지막 결론에 멈춰 몇 줄을 주의 깊게 읽는 겁니다. 이러한 전자책의 F자 읽기와 Z자 읽기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정보를 접하는 데는 유리합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헤드라인을 살피며 뉴스를 보거나, 짧은 정보들을 훑어보는 데는 딱히 문제가 없습니다. 



@pixabay



하지만 이러한 전자책 읽기는 아이들의 책 읽는 습관에는 치명적입니다. 

아이가 전자책으로 책을 읽으면서 F자나 Z자로 읽기와 같은 얕고 빠른 읽기에 익숙해지면 종이책으로 읽을 때는 깊이 읽기가 어려워져요. 그래서 전자책에 적응된 아이는 종이책을 펼치고도 대충 전체적인 내용만 파악하려고 의미보다는 느낌으로 읽으려고 하죠. 아이들은 학년을 더할수록 그림은 적어지고 글이 많은 책을 읽을텐데요, 이런 책 읽기 습관으로는 종이책을 읽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나아가 책 읽기를 싫어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자책은 태생적으로 독자로 하여금 글을 읽으면 자꾸만 빨리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전자책은 빨리 읽어서 끝에 다다르려는 욕구를 생기게 해서 읽는 독자를 재촉하는 편이에요. 전자책을 읽을 때 F자 혹은 Z자로 읽는 것도 그 때문인데요, 우리가 보통 스크린에서 내용이 긴 글을 만나면 ‘스압’ 즉 ‘스크롤의 압박’이라고 부르는데, 이게 좋은 예가 될 거예요. 


우리가 모니터나 스크린을 볼 때 갖는 심리와 행동이 ‘정보를 빨리 읽고 해치우기’에 익숙하기 때문이에요. 빨리 읽으면서 정보를 습득할 수 있으니 이런 점은 전자책의 장점이 되겠죠. 하지만 이렇게 읽는 방식은 종이책을 만나도 같은 방식으로 책을 대충 훑어보게 만들어요. 푹 빠져서 몰입하면서 읽게 하는 종이책의 장점이 없어진다는 뜻이죠. 이것은 아이들이 종이책을 읽어야 할 마지막 이유로 이어집니다. 


바로 아이들이 전자책 읽기에 익숙해지면 학업에는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거의 모든 수업과 과제 그리고 시험은 종이 위에 새겨진 활자들을 통해 이뤄집니다. 교과서도 종이책이고, 시험지도 종이시험지라는 거죠. 그렇다면 전자책을 읽어 온라인 활자에 익숙한 학생과 종이책을 읽어 오프라인 활자에 익숙한 학생 둘 중에 누가 더 학업에 더 열중할 수 있을까요?그 답은 이미 나온 셈이 아닐까요? 


@pixabay



앞서 살펴본 전자책의 장점은 엄마 아빠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이라 지적했어요. 

여기서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엄마 아빠는 이전에 ‘종이책’을 읽어왔던 사람이라는 겁니다. 종이로 된 책을 읽는 데 익숙한 사람이나 성인들은 종이책의 단점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전자책을 즐길 수 있고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 전자책 읽기로 책읽기를 시작한다면 앞선 단점들로 인해 깊이 있는 책읽기, 몰입하는 책읽기를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에게는 종이책 읽는 습관을 먼저 길러야 한다는 겁니다. 


전자 책 읽기에 대한 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아이에게 처음 든 습관은 무섭도록 중요합니다. 아이가 종이책 읽기에 익숙해지면 전자책 읽기도 가능하지만, 전자책으로 먼저 시작한다면 종이책 읽기는 힘든 일이 됩니다. 내 아이의 책 읽기 습관은 먼저 종이책으로 길러 주세요. 내 아이가 종이책 읽기에 충분히 습관이 든 이후에 전자책을 만나야 합니다. 



<<기억하세요>>

내 아이의 책 읽기 습관은 종이책으로 길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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