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날 때 한번은 꼭 하는 생각은 이거 였다.
틀린 생각이 아니다.
어려서는 '돈'이 없어 못가고
나이가 들어서는 '시간'이 없어서 못간다.
늙어서는 돈과 시간이 허락되지만
정작 체력이 허락되지 않아서 망설이게 된다.
아닌 게 아니라 연로한 여행자들은 여행하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여행은 '떠날 마음이 생기면 떠나는 게 상책'이다.
이것 저것 따지다가 보면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는 게 여행계획이니까.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떠나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내 마음이 그걸 원한다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 들 때 시간과 돈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면 아예 마음조차
없을 텐데, 그런 마음이 든 건 노력하면(?) 이런 것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무엇이든 경험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진리 때문이다.
경험한 이후의 삶은 달라지게 마련인데 여행경험은 더욱 그렇다.
인생 전반을 놓고 큰 전환점이 될 수 있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고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다른 나라는 또 다른 세상이다.
그 점에서 전혀 가 본 적 없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건
새로운 삶을 사는 것과 다름 없다.
낯선 세상을 경험하려면 오감은 잔뜩 곤두서고 동공은 커진다.
여행을 마치고 숙소로 오면 파김치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잠깐이지만 새로운 세상에서 정말 새로운 삶을 경험해 본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가능하다면 경험해 볼 만 하다.
어쩌면 여행 같은 놀라운 걸 하려고 돈을 버는 건지도 모른다.
지난 해 열흘간 서유럽을 다녀온 것도 그런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스위스는 정말 놀라운 곳이었다.
이렇게 평화로운 곳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 곳,
그래서 '죽기 전에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곳'으로 삼았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길은 늘 흥미롭다.
내가 사는 곳에 없는 교통수단을 경험하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낯선 땅의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은 카페가 제일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오랫동안 듣다 보면 내 입에서도 그 말들을 따라 하게 된다.
'잠시 현지인인 척 해보기'는 흥미로운 도둑질(?)이다.
낯선 땅에서는 뭘 팔까? 역시 흥미롭다.
들고만 갈 수 있다면 사서 가져가고 싶은 작품, 폰으로만 담았다.
빈사의 사자상.
사진으로만 익히 봤던 것과 전혀 달라서 발과 시선을 뗄 수 없었던 장면.
엄청나게 크고 정교한 작품이었다.
인간의 의지와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게 했다.
수많은 인파가 지나는 속에서도 여유로움과 평화를 느끼게 한 곳.
건물들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 곳이기도 하다.
보는 곳곳이 작품들이었다.
흐르는 물결이 비취빛인 건 빙하수이기 때문이다.
어찌나 맑고 시원한지 모른다.
여기에 아예 눌러앉아 발을 담그고 있던 시간, 평온한 순간이었다.
융프라우를 가기 위한 전진기지 벵겐.
다음 날 아침 기차를 타면 바로 갈 수 있는 기차역에 숙소를 잡았다.
끝내주는 곳. 한국인은 우리 일행 밖에 없었다.
예정에 없던 새로운 일정은 나를 더욱 설레게 한다.
아이와 함께 나란히 앉은 성당은 평화로웠다.
종교가 없는 내가 할 수 없는 경험.
함께 뒤를 돌아본 사진은 더 멋진데, 차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