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내 생일....이었다.
유독 바쁘게 지낸 올 한 해라 그런가, 정말 깜빡했다.
아예 단 1프로도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마치 태어난 적이 없던 사람인 듯 살았다, 그것참~
내 보험을 책임지고 있는 가족에게서 연락을 받고 알았다.
미역국을 끓일 미역은 내일쯤 도착할거라며 맛있는 외식을 하라고 했다.
아내도 뒤늦게 안 듯 어수선을 피웠다.
간단히 외식을 하고 케익을 들고와서 한 조각을 먹었다.
입이 달고 느끼해서 룽고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사실, 내 생일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의미가 없어졌다.
어머니가 끓여준 맑은 미역국도 더 이상 없고,
내가 태어난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줄 이도 없으니 의미가 없을 수 밖에.
내가 태어난 날이 오늘이기도 하지만, 나를 낳아준 날이란 생각이 더 크기에
당신이 없는 오늘은 내게,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나이 한살 더 먹는게 뭐라고...라며.
올해는 더욱 정신이 없다.
공인중개사 시험도 시험이라고 여간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게 아니다.
공부를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하다 보면 끝이 없으니 지친다.
이번 여름을 지내면서 밀린 강의를 모두 듣고 이제 중개사법과 중개실무만
열 대여섯개 강의를 남겨두고 다른 것은 모두 따라 잡았다.
남은 기간동안 아프지 않고 진도를 잘 따라간다면 탈락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건 또 모르는 일이다. 핑계결에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맛난 밥집에서 생일상을 겸해서 모처럼 배가 부르게 저녁을 먹고 공부일랑 접고 밤 늦게까지 놀기로 했다.
뭐 어떤가 불금인 걸. 오늘은, 오늘만은 아무 생각없이 놀다가 자야겠다. 마음 먹었다.
그런데, 시원한 선풍비 바람 아래서 오늘 밤 무엇을 할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이런~
하지만 정말 아무런 생각없이 모처럼 깊은 잠을 잤다. 막 태어난 아기처럼 열 시간이 넘게.
허무한 아침을 맞으면서 한편 가장 생일같은 밤을 보낸 것 같아 양치를 하며 피식 웃었다.
이 말을 하고 싶어 글을 적었다. 땡큐, 엄마!!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