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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Sep 01. 2024

부산 해운대 현지인이 사랑하는 노포 장어 맛집 - 고옥

수험생에게 일요일 오후는 참으로 애매한 시간이다. 



공부하자니 효율이 떨어지고 

빈둥거리며 놀자니 한 두시간 개기다가 잠들기 딱 좋은 시간이다. 


아예 자리를 깔고 낮잠을 청하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시간, 

누구 말대로 흐르는 시간이란 놈을 새끼로 매듭을 묶어 굵은 나무 가지에 

마냥 묶어두고 싶다. 


중개업법과 중개실무 강의를 들으며 이런 저런 딴청을 피우고 있던 때에 

아들 녀석이 갑자기 '장어덮밥'이 먹고 싶다며 나가자고 했다. 


요즘 외식을 어디로 할 지는 아들녀석이 거의 정하다시피 하고 있다. 

먹성도 좋은 데다가 방학들어 맘이 편한지 많이 먹고 편하게 잔 덕분에 

2cm나 자라나 버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먹는 대로 키로 가나보다' 싶어 주로 아이가 먹고 싶은 메뉴로 식사를 정하는데, 

오늘은 '장어' 였다. 세 번의 복날을 보내도 삼계탕 한 번 안 먹었는데(한창 더운 날 삼계탕을 먹으면서 땀을 흘리기는 생각만 해도 질려버린다), 여름을 보내며 장어도 좋겠다 싶었다. 






요즘 애들 말로 '부산 해운대에서 가장 핫한 장어집 세 곳' 이 있는데, 그 중 한 곳을 찾아갔다. 

이름은 고옥, 오래된 집이라는 뜻인데 오래 전부터 부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노포집이다. 

오랜 만에 찾아온 이곳은 예전에 비해 훨씬 세련되고 멋있어졌다. 

먹어보니 맛도 예전보다 훨씬 더 나아졌다. 








예약 어플 '캐치 테이블'에 예약을 걸고, 광안대교를 따라 달려서 수영세무서 주차장 옆에 별도로 마련된 '고옥 전용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차례를 기다려 들어가니 가게 맨 안쪽 실내정원이 보이는 자리로 안내해 줬다. 







가족 모두 한 마리 짜리를 주문하고 소스가 고소한 샐러드를 먹으며 

히츠마부시 먹는 방법을 살폈다. 


고옥은 장어를 잘 구워주기로 유명하고, 소스에 잘 발라 잘 구워서 장어의 식감이 뛰어나다. 

장어 한 마리의 양도 푸짐하고, 고슬고슬한 밥맛 좋기로 유명하고, 타래 즉 장어덮밥 소스가 

짜지 않고 감칠맛이 있어 한데 모아 먹으면 더 할 말이 없을 정도가 된다. 





푸짐한 장어덮밥 등장. 

가게가 설명해 준 대로 네 등분으로 나워서 이렇게도 먹고 저렇게도 먹어도 모두 맛이 좋다. 

넉넉하고 푸짐한 장어와 맛있는 밥 덕분에 한참을 먹은 기억. 

아쉬움이라고는 1도 남지 않을 만큼 풍성한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모두 마치고 나면 후식으로 주는 것이 시원한 매실차인데, 직접 담근 거라서 

진하고 맛이 훌륭하다. 마지막 한 모금까지 마시다 보면 커다란 알갱이를 만나는데, 

절인 매실 하나가 통째로 들어 있다. 씨를 잘 발라서 먹으면 쫀득쫀득한 매실 하나 덕분에 

개운해진 입맛을 느끼게 된다.





요리나 음식이 나오면 먹기에 바빠 사진 찍고 할 겨를이 없다. 

뜨거우면 뜨거운대로 차가우면 차가운대로 빨리 먹으며 그 맛을 온전히 느껴야지, 사진은 무슨....


아들 녀석이 맛집을 하나 더 알게 되었다며 그 전에 갔던 곳들보다 제일이라며 해운대 최고 장어덮밥 집이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음식 맛을 하나씩 알아가는 녀석이 나는 마냥 신기할 따름이다. 어릴 때는 먹는 것 때문에 그렇게 속을 썩이더니, 녀석이 잘 먹으니 외식이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나 역시 아들 녀석 덕분에 오랜만에 고옥을 들렀다. 

새로운 맛을 느끼니 종종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아들 녀석의 성화로 곧 다시 오지 싶긴 하지만.... -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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