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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Jan 23. 2022

지하철에서의 혼독 - 움직이는 도서관으로 만드는 법

혼독 - 혼자라면, 읽을 때다 25

2부. 혼자라면, 읽을 때다



25. 지하철에서의 혼독 - 움직이는 도서관으로 만드는 법




“인간의 모든 불행은 

    자기 방에 혼자 조용히 머무는 방법을 모르는 것에서 비롯된다.” 


                        -(17세기 프랑스 수학자,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 Blaise Pascal)




  몇 해 전 중국의 한 아버지가 스마트폰에 빠진 아들을 혼내려다 죽음으로 몰고 간 사건까지 있었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이 스마트폰에 빠져 공부를 소홀히 하자 아버지는 홧김에 창밖으로 폰을 던졌고 이에 아들은 아파트 창문 밖으로 몸을 던져 추락해 숨진 것이다. 아버지의 꾸짖음이 얼마나 심했는지, 또 학생이 창밖으로 투신하게 된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창문 밖으로 내던져진 스마트폰을 붙잡으려 창문 밖으로 투신하는 학생의 모습이 선해서 끔찍한 기분마저 든다. 이런 뉴스는 비단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안타깝게도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우리 생활을 편하게 하는 대신 끊임없이 우리 삶과 우리 가족, 심지어 침실과 뇌까지 슬금슬금 침범하고 있어서 온전히 마음을 다잡고 살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하기에 업무상 스마트폰이 자주 필요하지 않은 나만 하더라도 잠깐이라도 한가한 시간이 생기면 딱히 사용할 것도 아니면서 혹시라도 메일이나 SNS에 새로운 메시지가 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펼치는 걸 피할 수 없다.  

  가급적이면 스마트폰을 몸에서 떼어놓지 않으려 하고, 혹시라도 몸에 지니고 있지 않더라도 최소한 내 눈에 보이는 곳에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이거 정말 큰 병이다 ‘ 자책하면서도 금방 나도 모르게 손이 스마트폰을 향하곤 한다. 미국의 언론인 웨인 커티스 Wayne Curtis는 디지털기기를 몸에서 떼지 못하는 사람들을 ‘손에 쥔 작은 화면에 눈을 고정한 채 느릿하게 움직이는 디지털 사망자’라고 칭했는데, 이 말은 곧 나를 두고 하는 소리가 아니까 싶다.  


  잠시라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공갈젖꼭지가 없으면 울음을 터트리는 젖먹이 아이처럼 불안을 느끼고 우울해지기까지 하는 스마트폰 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스몸비족’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다. 스마트폰(smart 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인데, 이 신조어는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해 걸음이 느리고 주위를 살피지 않고 걷다가 주변 사람과 부딪히거나 넘어져 다치는 경우가 빈번한 현대인의 현실을 꼬집는다. 

  한 보험회사가 보행자 14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33%가 걸을 때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했으니 스몸비족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침 출퇴근길 지하철을 타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심각하다. 소설가 김영하의 산문집 <보다> 중 ‘시간도둑’이라는 글에서 김영하는 요즘 우리의 시간을 훔치는 주범으로 스마트폰을 꼽았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손안에 쏙 들어가는 앙증맞은 휴대전화에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시간이라는 희소한 자원을 잠식당하고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금쪽같은 시간을 스마트폰에 공짜로 헌납하면서 스마트폰 값과 통신비로 매월 십만 원이 넘는 돈까지 내고 있는 셈이라고 김영하는 지적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른 아침 직장인들이 출근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노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무엇인가를 하면서 지하철 자동문으로 들어온다. 지하철을 타기 전부터 심취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사람은 많은데 조용하기 그지없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묵묵히 스마트폰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은 마치 호러무비를 찍기 위해 연출된 모습 같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장 내일이라도 그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길 권한다. 정말 섬뜩할 만큼 무서운 광경이다. 

  물론 저마다 게임을 하든,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든, 책을 읽든 무엇을 하든 자유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목적지를 향하는 잠깐의 이동시간마저 야금야금 훔쳐가는 시간도둑임을 우리는 인식하고 있는가 자문해 볼 일이다. 우리 인생에는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눈앞의 단기적인 즐거움이나 유익함 이외에, 길게 보고 결정해야 할 수많은 것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돈 잘 쓰고 잘 사는 법을 이야기한 책 <돈 사용설명서>에서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중에 ‘임금은 곧 생명력(시간)’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참으로 인상적인 구절이다. 여기서 생명력이란 ‘내게 허락된 수명을 의미’한다. 저자는 ‘우리가 직장에 가서 일을 하고 받은 급여는 내가 일을 해서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 유한한 시간을 돈과 바꾼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즉 회사의 입장에서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을 한 나에게 급여를 준 것이지만, 회사원인 나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유한한 내 생명력의 일부를 직장에 내어준 대가로 급여를 받는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대로 ‘나는 내 생명력을 직장에 얼마를 받고 팔고 있을까?’ 생각해 보면 꽤 충격적이다. 


  이를 계산해 본다면 일반적으로 ‘시급으로 얼마’를 생각하기 쉬운데, <돈 사용설명서>의 저자들은 생명력 공여 측면에서 따지면 급여는 단순히 직장에서 일하는 근무시간뿐 아니라, 출퇴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 직장을 출근하기 위해 꾸미는 시간, 심지어 복장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근무시간 외에 직장으로 인해 드는 시간과 비용 전부가 급여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의 주장대로 급여를 시급이 아닌 생명력으로 놓고 따져보자. 


  예를 들어 출퇴근 거리를 합해 2시간이 걸리는 회사에서 한 달에 300만 원을 버는 직장인과 집 바로 옆 공터에 몇 동의 비닐하우스에서 상추를 심는 농부가 한 달에 300만 원을 번다면 이들은 회사원과 농부는 실제로 얼마의 현금을 손에 쥘까? 농부는 집 바로 옆이 일터이기 때문에 직장인에 비해 당장 수십만 원의 교통비와 비슷한 금액의 의상비를 아낄 것이다. 

  무엇보다 농부는 직장인이 업무시간 외에 허비하는 백수십 시간을 매월 줄일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독자에게 ‘내가 생계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과연 그 생명력을 어디에 쓸 것인가?’라고 묻는다. 


  소중한 시간(생명력)을 행복하게 만들 일이 과연 내게 있는가 물은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살 수 있도록 지출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라고 권한다. 그 방법이 큰돈 없이도 행복한 인생을 사는 법이기 때문이다. ‘돈인가, 인생인가’라는 이 책의 원제가 말하듯 돈을 추구하는 인생은 답이 없지만, 행복한 인생을 위한다면 돈은 열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생계를 꾸리는 것과 내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또한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쓰고, 먹고살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사는 사람이 부자가 될 리 만무하다. 오히려 지출을 통제해서 꼭 써야 할 돈만 쓴다면 낭비로 인해 돈을 더 벌기 위해 소중한 내 생명력을 ‘일하는 시간’과 맞바꿀 필요는 없다. 


  매 순간 ‘시간은 돈이 아니라 생명과 같다’고 생각하자. 그래야만 귀한 시간을 결코 허튼 일에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간을 잘 사용해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렇게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우리의 하루가 되고 인생이 되어야 한다. 

  그 점에서 출퇴근 시간을 합하면 적게는 한 시간 많게는 두 시간 이상을 지하철에서 머물면서 스마트폰에 심취해 있는 건 결코 좋은 습관이 아니다. 만약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면 출퇴근 시간이라는 ‘나의 생명력’을 충분히 계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시간에 무엇을 해야 ‘나의 생명력’을 낭비하지 않는 걸까? 바로 독서다. 



하고 많은 것 중에 왜 하필 독서를 하라는 걸까


  이쯤에서 이런 질문을 던질 법하다. ‘하고 많은 것 중에 왜 하필 독서를 하라는 건가?’ 2016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생활시간 변화'에 따르면 우리나라 10세 이상 국민들은 평일 기준 TV 시청으로 하루 1시간 53분을 보내지만 독서 시간은 단 6분에 불과하다. 

  한편 정부가 2015년 발표한 우리 국민의 연평균 독서율은 65.3%로 바꿔 말하면 3명 중 1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셈이다. 스웨덴은 연평균 독서율이 90%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보급률과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보유율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현재 스마트폰에 빠져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책을 읽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야말로 ‘책 읽기’다. 과거 독서의 목적은 ‘지식과 정보를 쌓기 위해서’였지만, 늘날의 독서는 넘쳐나는 정보와 지식 중에 내게 필요로 하는 것만 선별하고 수용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학 강연을 나가 학생들에게 책 읽기를 강조하면 “선생님, 취업을 위해 스펙을 갖추려고 노력하다 보면 책 읽을 시간이 전혀 없어요.”라는 학생들의 푸념을 적잖이 듣는다. 취직을 위한 스펙을 쌓느라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생각은 오늘만 알고 내일을 모르는 소리다. 취직은 10년의 먹거리를 제공하지만, 독서는 창의성이 요구되는 지식 기반 경쟁사회에서 평생을 책임져 줄 생존의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라도 독서를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사람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의미는 ‘뇌를 깨우고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돌처럼 딱딱한 뇌가 아닌 건강하고 말랑말랑한 젊은 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상 생각하고 고민하며 살아야’ 한다. 하루를 보내면서 이미 내게 익숙한 것들도 새롭게 볼 줄 알아야 하고, 낯선 것에 대해서는 호의를 갖고 대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 '각성'하는, 즉 깨닫는 하루하루가 되어야 한다. 각성의 뜻은 '깨닫고 반성하기'이고, 각성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경험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견문을 넓히면 자연 매일 각성하는 삶이 가능해진다. 가장 좋은 각성의 방법이 바로 지하철 독서이다. 



  ‘인생에는 성공할 기회가 세 번 있다’는 말이 있다. 나는 젊은 시절, 이 말을 듣고 ‘내게는 행운의 여신이 언제 윙크해 줄까?’ 마냥 기다렸지만 행운의 여신은 끝내 오지 않았다. 중년이 된 지금 깨달은 건 행운의 여신 즉 ‘성공할 기회’의 다른 이름은 ‘내 인생을 바꿀 터닝 포인트’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터닝 포인트는 ‘행운의 여신이 주는 윙크‘가 아닌 나 스스로 만들어 낸 ’ 내공‘에서 생겨나고 내공의 핵심은 바로 내가 가진 식견(識見)이었다. 독서를 해야 할 이유를 굳이 꼽는다면 사람을 보고, 세상을 느끼는 식견을 넓히기 위해서다. 이래도 지하철에서라도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부족한가?


  아주 좋은 사례를 소개할까 한다. 세 아이의 아빠이자 직장인인 김범준 씨는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하루 중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전혀 낼 수 없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시간을 낼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출퇴근 시간, 주말 등 자투리 시간을 계획적으로 사용했다. 자신의 이러한 시간 활용 경험담을 <하루 30분의 힘>(비즈니스북스)이라는 책에 담았다. 지금은 일 잘하는 직장인, 좋은 아빠, 자기 삶에도 충실한 저자이자 강연자 그리고 40대 대학원생으로 살고 있는 김범준은 ‘우리가 바쁘고 시간이 없는 이유는 쓸데없는 일에 시간낭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어느 날 출퇴근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게임하거나 연예기사 검색하고, 퇴근 후 TV를 시청하며 길바닥에 돈을 버리듯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을 계기로 출퇴근길, 점심시간, 퇴근 후 저녁 시간, 외부 미팅을 위한 이동시간, 주말 등 10분 이상 1시간 이내의 모든 자투리 시간을 체크해 자신이 꿈꿨던 일들을 하나하나 이뤄나갔다. 저자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 자투리 시간은 출퇴근길 지하철에서의 독서였다. 그는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약간의 소음은 오히려 집중력을 높여준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조용한 사무실보다 약간의 소음이 있는 공간에서 공부하거나 일할 때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소음이 있는 공간에서 보다 심리적 안정을 느낀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귀에 편안하게 들리는 소음을 백색소음이라고 하는데 비 오는 소리, 파도치는 소리, 바람에 나뭇가지가 스치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부터 카페 소음, 냉장고가 작동하는 소리 등의 환경음도 포함된다. 

  2년 전 시카고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이 백색 소음은 집중력뿐 아니라 창의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백색소음을 들려주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나누어 영어 단어를 암기하게 했는데 백색소음을 들려주었을 때 기억력이 35% 향상되었다고 한다.”


  지하철 속에서 우리의 눈과 귀가 보고 들을 수 있는 세계는 지극히 좁다. 그 점에서 우리는 시한부로 감옥생활을 경험한다. 그런데 이 감옥에는 어떤 세계와도 만날 수 있는 창이 있으니 바로 ‘책’이라는 이름의 창이다. 책 속의 콘텐츠는 몇 년, 많게는 수십 년의 세월을 통해 저자가 얻어낸 지혜와 경험 그리고 고민이 빼곡하게 응축되어 있다. 한마디로 저자의 생애 중 얻어낸 통찰이 책의 곳곳에 담겨 있다. 그러므로 책을 읽어 저자의 통찰을 듣고 배우면 저자가 통찰을 얻기 위해 쏟아부은 시간을 얻은 셈이다

  이 말은 곧 시간은 돈을 주고 살 수 없지만 책에 담긴 저자의 시간은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의 인생 시간은 저자의 시간만큼 늘어난다. 수십 년의 통찰을 채 열 시간도 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데 읽지 않을 이유가 무엇일까?


  ‘잠자기’, ‘스마트폰 만지작거리기’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는 지하철이라는 곳을 오히려 ‘독서’에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한 예는 또 있다. 스테디셀러 <뛰어난 직원은 분명 따로 있다>의 저자이자 딜로이트컨설팅의 대표로 활동 중인 김경준 대표는 자신의 책에서 차를 운전하는 대신 일부러 지하철을 타며 책을 읽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독서량 가운데 80% 이상을 전철에서 소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직장인들에게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책에다 밝히기도 했는데, 출간된 지 꽤 오래되어 요즘은 지하철에서 거의 만날 수 없는 신문이 언급될 만큼 오래된 내용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지하철에서 책 읽기와 관련된 것들이기에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첫째, 가능하면 조금 일찍 출근해서 러시아워를 피하라.

둘째 출근할 때 조간신문, 퇴근할 때 책을 읽는 식으로 규칙화하라.

셋째, 전철에서 읽을 책으로 너무 무겁지 않은 것을 선정하라. 

넷째, 일과 중 전철을 이용할 일이 있으면 읽을거리를 미리 준비하라.

다섯째, 최소 2주에 한 권 정도를 읽는다는 목표를 세워라.

여섯째, 스포츠 신문 유의 읽을거리는 가급적 멀리하라.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위의 지인들에게 지하철에서 책 읽기를 권할라치면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연결하면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등에 내가 알고 싶은 지식과 정보가 그득한데 굳이 책을 읽거나 신문을 읽을 필요가 있냐?’고 반문한다. 이는 뭘 잘 모르고 하는 답답한 소리다. 영상은 받아들이는 사람 측면에서 ‘통제하기 힘든 정보’인 반면, 책이나 잡지, 신문 등의 활자 매체는 받아들이는 사람 쪽에서 ‘통제하기 쉬운 정보’다. 책이나 신문은 독자가 원하는 속도로 언제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읽다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을 만나면 거듭 읽을 수도, 책장을 덮고 읽은 내용을 곱씹으며 생각에 잠길 수도 있다. 반면 스마트폰에서 쏟아지는 영상들은 빠른 속도의 매체라서 시청자가 머리로 생각하거나 마음으로 느낄 여유를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단숨에 훅~하고 쏟아낸다. 

  물론 영상은 현장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어서 글자를 읽는 것보다 이해하기 쉽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영상에서 나오는 글과 영상들은 우리의 뇌 속에서 할 수 있는 ‘상상하는 힘’을 빼앗아가기 때문에 영상을 보더라도 뇌 속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아서 학습효과가 전혀 없다. 그 점에서 독서는 영상을 보는 것보다 훨씬 사고가 확장되는 지적 활동인 셈이다. 


  <책을 읽는 사람만이 손에 넣는 것>라는 책을 쓴 후지하라 가즈히로는 현대인 중에 ‘스마트폰 게임을 하지 않고 독서를 통해 교양을 익히는 사람은 상위 10퍼센트의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단언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만약 당신이 기업의 인사부장이라면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는 사람과 계속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사람 중 어느 쪽을 채용하겠는가? 내가 인사부장이라면 책 읽는 사람을 우선 채용하겠다. 왜냐하면 스마트폰과 떨어져 책을 읽는 습관이 있다는 것은 단순한 생활습관의 배제와 추가가 아니라, 삶의 방법에 대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책 읽기가 가장 효율적이고 시간낭비를 줄인다고 해서 책 읽기에 큰 부담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 모든 것이 처음에는 쉽게 접근해야 하듯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시간낭비를 할 바에는 스마트폰 대신 책이나 읽자!‘고 편하게 마음먹는 것이 좋다. 

  지하철에서 읽을 책을 고를 때도 어렵고 무거운 주제보다는 아주 쉽고 편한 주제로 선정하고 편집도 한 꼭지 글이 두세 페이지로 끝나는 책을 골라서 말 그대로 심심풀이 삼아 가볍게 읽자.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책을 읽다 보면 점차적으로 읽을 책도 쉽고 재미있는 책에서 필요한 주제, 부족한 내용의 주제들로 바뀌게 된다. 나도 처음에는 순전히 시간을 때우기 위해 대학을 지하철로 통학하면서 소설책을 읽기 시작했다. 

  

  더 쉬운 방법도 있다. ‘지하철을 타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15분간 책을 읽자’고 마음먹고 실천하는 것이다. 출퇴근하는 한 시간 내내 책을 읽으라고 하면 처음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것이다. 대신 1시간 중 단 15분만 읽는다면 부담 없이 한 번 해볼 만하다. 15분을 읽을 후 뭔가 했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켜도 될 테고 잠시 눈을 감아도 좋다. 만약 10분 동안 읽은 내용이 재미있어서 더 읽는다면 금상첨화다. 지하철 서너 정거장 가는데 걸리는 만큼의 짧은 시간인 이 15분은 생각보다 효과가 크다. 



  우리는 몰입에 약하다. 한 가지 일에 15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가벼움을 가리켜 ‘쿼터리즘 quaterism'이라 불릴 정도다. 그만큼 현대인들은 침묵과 고독 속에서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보스턴 대학의 졸업식 축사에서 “하루에 1시간씩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끄고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며 진짜 대화를 나누라”라고 당부한 바 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앉아 책장을 넘기면서 저자와 침묵의 대화를 나눠보자. 

 

  책을 읽지 않았다면 졸거나 스마트폰을 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냈을 시간을 ‘뭔가를 했다’는 만족감을 주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습관은 언제나 무서운 법. 꾸준히 15분 독서를 실행해서 하루 30분씩 읽는다면 아무리 바빠도 2주일에 1권은 읽을 것이고 쌓이다 보면 어느새 독서가로 변신한 자신을 만날 것이다.  

  책을 많이 읽고 싶다면 꼭 잊지 말아야 한 가지가 있다. 새로운 책을 펼 때 ‘이 책은 언제까지 읽어야지’하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우선 이렇게 목표를 설정해야 되도록 책을 내 곁에 두고 틈만 나면 읽게 돼서 목표가 없을 때보다 더 많이 읽는다. 책의 맨 앞장에 책을 읽기 시작한 날을 기입하고 목표한 날을 써 두면 좋다. 책을 완독 한 후에도 기록한다면 처음에 목표한 날과 대조할 수 있어서 목표한 날에 맞추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목표를 설정하고 제한 시간을 두고 책을 읽으면 긴박감으로 인해 집중력이 높아지는 동시에 기억과 관계된 뇌신경전달물질인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책 내용이 기억에 잘 남는다고 한다. 



  제 아무리 불평등한 세상이라고 모두 말하지만 평등한 단 하나가 있다면 그건 바로 ‘시간’이다. 누구나 하루 24시간 똑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항상 시간이 모자라 헉헉대고 업무에 휘둘리고, 누군가는 제 할 일을 마친 후 시간을 남겨 자신이 하고 싶은 일까지 하며 여유 있게 산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달에 책 한 권을 읽을 시간도 없다고 말하지만 독서가들은 이틀에 한 권 심지어 하루에 한 권 책을 거뜬히 읽기도 한다. 이 차이가 단지 할 일이 많고 적음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승자는 시간을 관리하며 살고 패자는 시간에 끌려서 산다’는 말이 있다. 독서가는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면서 시간 활용을 잘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낭비되는 시간을 흘리지 않고 책을 펴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곧 독서가가 되면 시간 활용법도 훌륭히 소화하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시간은 금’이다. 하루 종일 당신에게서 떨어지는 금쪽같은 시간을 흘려버릴 것인가, 책을 읽어 주어 담을 것인가? 선택은 당신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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