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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Sep 25. 2024

아이의 책읽기 실력은 우후죽순 같더라




아이의 책읽기 실력이 부쩍 늘었다.


비온 다음 날 죽순처럼 어느 순간 확 변한 느낌, 실제로 최근 아이를 보면서 느낀 내 느낌이다. 


모든 배움에는 단계가 있다. 

그래프로 표현하면 서서히 올라가는 곡선형이 아니라, 조금 오르고 평평하다가 다시 조금 오르는 말 그대로 계단식 모양이 실력의 변화도다.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하면서(기술을 쌓거나 심지어 다이어트를 할 때도) 힘들어하고,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 단계가 바로 이 '평평한 단계'다. 하지만 변화의 양상이 계단식이란 걸 알면 정체기에 '아, 나는 평평한 구간인가보다'라고 생각하면 마음도 편하고 다음 단계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내 아이의 책읽기 실력도 같은 것 같다. 

처음에는 아이의 손에 책을 쥐어주기까지가 무척 힘이 들었다. 심지어 책을 손에 쥔 아이가 "나보고 어쩌라고?"라는 말을 들을 만큼 아이는 책 읽기에 관심이 없었다.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무엇보다 재미있는 영상 쪽이 더 좋았던 아이에게 '책도 재미있다'는 걸 알려주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가 책을 읽기 시작하자 요령만 늘었다. 비교적 얇은 책, 활자가 큰 책, 그림이 많은 책만 골랐다. 책이 조금이라도 두껍거나 활자가 작은 듯 하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슨 책이든 좋다. 읽기만 해라'는 마음으로 제가 원하는 대로 책을 읽기만 한다면 내버려두었다. 하지만 더 낫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아이에게도 적용되었다. 


아이 스스로 점점 더 두꺼운 책을, 그림보다는 글자가 많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더불어 책을 읽는 시간도 길어졌다. 독서록 쓰기 역시 책읽기의 과정과 그대로 겹쳤다. 격자형 노트에 독서록을 쓰던 초등 저학년 때는 어떻게든 한 페이지에 독서록을 담으려고 문장을 채 마치지도 않고 끝내곤 했었다. 심지어 '선생님이 한페이지만 써라'고 말했다며 선생님 말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알고 보니 '독서록은 한페이지 정도는 써야 한다'는 뜻이었는데, 제가 듣고 싶은대로 들었던 듯 했다. 





두꺼운 책을 읽으면서 독서록에 쓸 것이 많아지자 독서록 쓰기가 장애물이 되었다. 

그래서 온라인에 독서록을 먼저 쓰고 난 뒤 격자 공책 대신 줄만 쳐진 빈노트를 주고 온라인에 쓴 글을 베껴쓰라고 했다. 이른바 키보드 독서록을 시작한 것이다. 키보드 독서록을 쓰기 시작한 후 아이의 독서록 쓰기 실력은 날로 좋아졌다. 우선 분량이 많아졌고, 완성도도 높아졌다. 무엇보다 책을 읽고 난 제 느낌을 온전히 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최근에는 초등학생 추천도서를 넘어서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 읽은 <창가의 토토>는 쪽수가 무려 357 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이었는데, 꾸역꾸역 읽더니 모두 읽었다. 책을 읽고 독서록을 쓰는데 걸린 시간은 대략 예닐곱 시간 정도 걸렸는데, 이 힘든 과정을 잘 지켜낸 녀석의 끈기와 인내를 칭찬하고 싶다. 



https://brunch.co.kr/@richboy/389



책읽기는 따로 배우고 공부할 것이 없다. 

책을 읽는 그 자체로 읽고 듣고 말하고 쓰는 과정인 리터러시Literacy를 완벽하게 배우기 때문이다. 아이는 그저 그 과정을 꾸준히 이어나가기만 하면 된다. 부모의 노력이라면 아이가 책을 꾸준히 읽을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격려하고 칭찬하는 일 뿐이다. 그러면 아이는 언젠가부터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책을 즐기게 되고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몇 분간 이야기할 수 있게 되고, 마지막엔 그런 이야기를 글로 쓰게 된다. 



그 다음부터 어떤 책을, 얼마나 읽느냐 하는 것은 더 이상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책을 읽고, 말하고, 글을 쓰게 된 이후에는 아이는 이미 '책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이렇게 되기까지 거의 5년이 걸렸다. 초등학생 시절에 이걸 알게 되어 다행이다 싶다. '책을 즐기는 사람'이 되면 바쁘고 바쁜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스스로 책을 찾아 읽어서다. 이 때의 독서는 훌륭한 교양이 되고 학습이 되어 학업은 물론 나아가 수능시험에 있어 최고의 차별점이 되어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글쟁이의 습성은 좋은 걸 보면 알리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내 아이의 독서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 겨우 한글을 배울 만큼 책읽기와 친하지 않던 내 아이가 초등 5학년이 되어 200자 원고지 10장 짜리 독서록을 거뜬히 써내는 아이로 변화되어 가는 과정과 학습법을 그대로 담은 책이 다음 날 출간된다. 또래의 자녀를 둔 부모 독자를 위한 책이다. 출간되면, 다시 소식을 전하겠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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