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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Sep 30. 2024

부추전을 부쳐먹은 수험생

어제 오후 공부 때문에 주말 외식이 부담스러워 집에서 먹자고 했더니 마나님이 부추전을 부치란다. 


공부한다고 이런 저런 것들을 피하는 수험생은 죄인이다. 

그래서 마트에서 채소를 사고 부추전을 하느라 오히려 외식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싱싱한 채소를 사고, 건새우만 준비되면 부추전은 끝이다. 

아, 부침가루와 튀김가루가 함께 있으면 좋겠다. 


부추와 애호박, 그리고 당근 등 채소는 잘 씻고 물을 뺀 뒤 3센치 길이로 잘 잘라주고 뒤섞어준다.

튀김가루를 채소가 잘 버무려질 만큼 먼저 채소에 뿌려서 털털털 털듯이 묻혀주면 전이 더 바삭하게 

된다. 튀김가루와 부침가루를 절반씩 섞어서 차디찬 물을 부어 숟가락으로 뜨면 쪼르르 흐를 정도가 될 

정도의 점도를 만들어 가루에 묻혀진 채소 위에 뿌려서 잘 섞어준다. 

물기를 쪽 뺀 건새우도 흐트러서 섞어준다.

그러면 젓가락으로 채소를 덜어내어 프라이팬에 부쳐도  반죽이 흐르지 않을 정도가 된다.











식용유를 넉넉히 두른 뒤 젓가락으로 덜어낸 부추와 채소들을 얇게 잘 펴서 부쳐주면 완성.

전이 느끼할 수 있으니 양파를 채쳐서 간장과 식초, 그리고 설탕과 물과 함께 섞어준 뒤 

부추전과 함께 먹으면 양파의 상큼한 식감이 부추전과 함께 먹기에 딱이다.





부추전을 부치고 가족을 먹인 뒤(?) 남은 것을 내가 먹고 정리하고 치우니 오후를 훌쩍 넘었다. 

헛웃음이 났다. 공부를 하려 자리에 앉으니 노곤해졌다. 왜 그런 것 있잖은가? 주말의 나른함.

잠깐 잤다. 그러려니 하고.



부동산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를 꾸역꾸역 느리지만 잘 메워나가고 있다. 

120여개가 밀려 있던 강의를 모두 따라 잡았고, 매일 업데이트 되는 강의를 들으며 

요약, 정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그래서, 당신이 뭘 아는데?"라고 묻는다면 

여전히 대답할 수 없는 수준이다. 


암기할 것이 많으면 말도 안 되는 두문자(앞글자)로 외우고

입으로 거듭 읽으며 눈으로 익혀서 '감'을 키운다. 


내일이면 10월이 되고, 시험은 3주 남짓이 된다. 

주말마다 모아둔 모의고사 3개를 치면서 '시험의 감'을 익히려 한다. 

그러려면 평일에 과목마다 외우고 익혀야 할 것들을 더 눈에 담아야 한다. 


밤에 잠을 자려면 이런 저런 수험생각에 잠을 설치고 

아침에 일어나면 '공부 공부' 하는 생각에 자꾸만 무엇을 까먹는다. 

별 것 아닌 자격증 시험도 사정이 이럴진대, 수능을 50일 앞둔 아이들은 어떨까? 

상상만 해도 숨이 가파온다. 또 그걸 지켜보는 부모는 어떨지....


시험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지금의 시간은 6개월 전보다 두 배는 더 빨리 흐르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지긋지긋한 공부하기도 얼마 남지 않아서 다행이고, 붙어야 하는 부담에 불안해진다. 

모든 과목이 평균 60점을 넘으면 합격이란다. 

짜릿하게 전과목 62.5점만 받고 붙고 싶다! -Rich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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