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의 초등 1학년 첫 독서록.
서투른 손으로 꿍싯거리며 노트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보고 듣고 배우기만 하던 아이가 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창조'란 걸 했다. 난 이 첫걸음에 큰 의미를 둔다.
"나는 도시쥐가 되고 싶어요." 라고 써진 단 한문장의 독서록.
당시 어떤 책을 읽고 빌딩 높이에 관심을 둔 아이가 유튜브로 세계 최고의 빌딩 들을 보면서 빠져들 때 였다. 도시쥐와 시골쥐를 읽으면서 책 속에는 없는 높은 빌딩들을 봤을 도시쥐를 상상한 것 같다.
학교에서 숙제로 시작된 독서록은 이 그림독서록을 시작으로 매주 1권씩 학교에 제출하는 과제가 되었다.
처음에는 이 숙제를 무척이나 버거워했다. 하지만 아이가 도움을 요청할 때를 제외하고는 제 힘으로 독서록을 쓰도록 내버려뒀다. 글씨를 틀려도 되고 책 내용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도 수정을 하도록 권하거나 대신 그려주지 않았다.
아이는 독서록을 쓰면서 읽은 책을 생각하고 제가 느낀 바를 제 능력껏 발휘하는 독서록을 그리고 썼다.
이때 부모가 할 일은 독서록을 마친 아이를 무조건 칭찬하는 것이다. 부모의 무조건적인 칭찬은 아이가 다음 독서록을 쓸 용기와 동력이 된다. 물론 부모가 볼 때 엉성하고 부족하기 짝이 없는 독서록이다. 하지만 이 독서록은 다음과 같은 훌륭한 학습효과를 발휘한다.
첫째, 책을 끝까지 읽었다.(읽기)
둘째, 자신이 읽은 책 내용을 떠올리며 무엇을 쓸까 생각하고 상상했다.(생각하기)
셋째, 자신의 능령껏 책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쓰기)
여기서 더해야 할 것은 '말하기와 듣기'인데 이 부분은 아이가 부모와 함께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하면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 하지만 초등 1~2 학년 때에는 내용에 상관없이 '표현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생략했다. 아이의 독서와 글쓰기는 하루 이틀 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초등 1학년의 독서와 글쓰기는 '아이가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골라서 끝까지 읽고 읽은 바에 대해 자신이 마음껏 표현했다'에 방점을 두고 이 부분을 칭찬해 주자. 그러면 독서에 글쓰기를 연결시킬 수 있다. '바늘과 실'의 관계인 '독서와 글쓰기'는 이렇게 연결된다. 이 점에 유의하자.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