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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생각해 보자

by 리치보이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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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부모로서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한다.


"에픽테토스는 자녀에게 입맞춤할 대 자신에게 "내일 아침에는 아들이 죽어있을지도 몰라."라고 속삭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무슨 불길한 말인가. 그러자 그는 죽음은 자연의 한 과정일 뿐이라며 그런 말이 불길한 것이라면 다 익은 곡식을 거두어들인다고 말하는 것도 불길한 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모든 욕구에 반하는 일이다. 하지만 해야만 한다. 인생은 덧없고, 세상은 잔인하기 때문이다. 마르쿠스는 여덟 명의 아이를 잃었다. 무려 여덟 명이다! 세네카도 한 아이를 잃었다.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지만 실제로 일어난다. 가슴 아프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고 아무도 겪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일어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세네카가 철학적인 훈련으로 아이를 잃는 고통에 대비할 수 있었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어떤 것으로도 그런 고통에 대비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런 훈련으로 그들이 아름다운 자녀들과 보낸 매 순간을 낭비하지 않았길 바랄 뿐이다.


언제라도 아이를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부모는 현제에 중하게 된다. 그들은 취침 시간을 서두르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를 선물로 여긴다. 그들은 어리석은 일에 집착하지 않는다. 훌륭한 부모는 잔인한 세상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앞으로 우리 가족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을지 알고 있지만, 지금 순간만큼은 나에게 그런 일을 겪지 않게 해주었죠. 나는 이 순간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데일리 대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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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우리나라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졌다. 대명천지에 계엄이 선포되었던 것이다. 그 참담한 모습을 보면서 한편 내가 가장 먼저 걱정한 것은 '아이를 내일 등교 시켜야 하나?' 하는 것이었다. 정말 소심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 지 한치 앞도 모르는데 아이를 곁에 둬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교육부도 '휴교령'을 검토하고 있었다고 하던데 새벽 1시가 넘자 다행스럽게도 휴교를 철회했다고 한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이 글을 읽었다. 제목은 물론 내용까지 마치 오늘을 위해 있는 글 같았다(출처는 요즘 자주 언급하고 있는 <데일리 대드>다).

어제를 경험했다시피 우리는 요즘 '잔인한 세상'을 살고 있다. 매일 놀랄 일이 적잖이 많아서 웬만해서는 놀라지 않을 만큼 많다. 이런 잔인한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잘 수행하려면 부모는 강심장이면서 한편 두부만큼이나 말랑한 심장을 가져야 한다. 아이는 그냥 저절로 자라는 것 같지만 매일밤 혁명적인 1밀리미터 짜리 신체혁명을 경험하고 미어캣 못지 않은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따른 덕분이다. 불안한 세상에 대해서는 어떤 일에도 좀처럼 놀라지 않을 강심장을 가져야 하고 어제가 오늘 같고 또 내일도 엇비슷할 평범한 매일 같지만 매일 무사히 그리고 건강하게 조금씩 자라는 아이에 대해서는 '감사하고 또 감사할 만큼'의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


내 아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 없는 요즘, 부모는 "내일 아침에는 아들이 죽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에픽테토스의 말을 되뇌어야 한다. 그러면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어제와는 다르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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