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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보이 richboy Dec 03. 2024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아이는 더 이상 없다!




"아주 어릴 적 꿈같은 시기에 나와 함께 살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여기에 없는 어린 소년들의 얼굴이 보였다." 

- 케이톨린 프래너건



모든 부모의 가장 큰 두려움은 자녀를 잃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가 된다는 것의 끔찍하고 아름다운 비극은 실제로 우리가 끊임없이 아이들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물론 말 그대로 아이들을 잃는다는 의미보다는 아이들이 성장하고, 변화하고, 새롭고 독립적인 존재가 되어간다는 의미다. 

매 시간, 매일. 

스콧 갤러웨이 교수는 아들이 열한 살 때 찍은 오래된 사진을 바라보며 느낀 깊은 슬픔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열한 살짜리 아들은 이제 열네 살이 되었고 열한 살의 소년은 더 이상 없다. 


이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이것이 우리가 선택한 삶이다. 우리는 자녀가 성장하길 바란다. 아이가 걷고, 학교에 입학하고, 인생이 준비한 모든 멋진 일들을 경험하길 고대한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더 이상 지금의 아이와 만날 수 없다는 뜻이다. 지금 이 순간의 아이는 지극히 짧은 순간만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눈을 팔거나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면 순식간에 지금 눈 앞에 있는 아이는 사라진다. 

당신은 그렇게 아이를 놓쳐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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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주옥 같은 말이다. 

철학자가 쓴 자녀에 대한 이런 훌륭한 글을 일년 동안 읽을 수 있도록 

일력으로 만들어진 책이 바로 이 책, <데일리 대드>다.


사우나를 갈 때면 아이와 함께 간다. 아이를 씻기고 닦으면서 아이가 얼마나 자랐는가 몸소 확인하는 시간이다. 

사실, 자람을 기뻐하면서도 어렸던 아이의 모습이 하나 둘 씩 사라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아이가 자라는 만큼, 늙어가는 나를 확인하면 간절해지기까지 한다. 


흐르는 시간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유일한 방법은 아이의 모습을 되도록 자주 오래도록 내 눈에 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잡다한 것들을 물리치고 가급적 아이와 함께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를 키운다'고 말하지만, 사실 나는' 아이와 함께 자란다'고 여긴다. 아빠라는 내 이름은 아이와 나이가 같으니까 말이다. 내 아빠에게서 아쉬웠던 걸 내 아이에게는 반복되지 않기를, 매일 바란다. 


내 아이는 피아노와 수영을 빼면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 배우는 건 학교에서도 충분했고, 익히는 걸 집에서 해야 해서다. 배우고, 익히고. 이게 학습이 아니던가. 

집에 오면 학교에서 내준 숙제를 제일 먼저 하고, 국어, 영어, 수학 문제집을 저 혼자서 푼다. 모르는 걸 물으면 부모가 가르쳐준다. 그래서 아이가 학교간 사이 먼저 문제집을 봐야 한다. 아이 덕분에 부모도 공부한다. 치매에 걸릴 일은 없겠다고 웃은 적도 있다. 

1학년 때에는 홀로 30분을 공부했다. 3학년 때에는 1시간 30분, 5학년이 된 지금은 2시간 30분을 홀로 공부한다. 학교에서 처럼 40분을 공부하고 10분을 쉰다. 


어렵다고, 힘들다고, 도무지 풀리지 않는다고 푸념하고 눈물을 짓기도 하지만 10분을 쉬고 나서 또 다시 꿍싯거리다 보면 결국 풀고야 만다. 그 문제는 아이의 것이 된다. "아빠, 나 학원에 가야 할 것 같아."라고 말할 때가 될 때 까지, 최대한 중학생 때까지 집에서 홀로 익히게 할 생각이다. 


아이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은 데에는 더 큰 그림이 있다. 

'아이가 자라는 모든 순간을 내 눈에 담고 싶어서'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아이의 순간을 담자고, 그리고 공유하기로 했다. 아이가 숙제하고 공부하면서 느끼는 모든 순간과 감정을 학원이나 과외라는 '남에게 돈을 주면서 외주'를 맡기는 건 '아이가 커가는 순간'을 잃는 거라고 생각해서다. 


유난스럽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아닌 게 아니라 그런 면이 없지 않지만 

죽음의 절벽 끝에 서 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이 사연은 내가 쓴 책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에 담겨 있다)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것'이 가족이고 내 아이 라는 걸 깨달은 내가 선택한 방법이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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