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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로운 밤

by 리치보이 richboy

탄핵 전후 3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뉴스에 귀와 시선이 머무는 편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탄핵이 가결된 다음날인 오늘은 긴장이 풀린 날이었다. 무엇을 먹는 것조차 귀찮아진 하루, 날은 맑았지만 밖은 유독 추웠다. 지나는 사람마저 없는 듯 했다. 긴장을 푸는 날, 모두 나 같았던 것 같다.


주식은 반토막이 났다. 미장과 코인은 빨간 불이지만 주식의 손해를 커버하진 못했다. 빌어먹을~

특히 최근 2주 동안은 정말이지 형편없었다. 나뿐 아니었다. 140조 증시가 증발했다는 뉴스는 숨을 헉 막히게 했다. 현 정권이 도대체 얼마나 국부를 까먹은 것인가.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남은 임기 동안 까먹을지도 모를 남은 국부를 지켜냈다는 것으로 위로라면 위로가 아닐까.


누군가 말했다. '국민이 참정 즉, 정치에 참여한다는 건 나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이라고. 이젠 그 말을 바꿔야 한다. '국민의 참정은 나라를 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라고. 이 트라우마가 얼마나 갈 지 모르겠다만 두 세대 만에 국민 모두에게 안겨준 트라우마는 이 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몸에 좋은 각성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밤, 동네가 유독 조용했다.

모두가 오랜만에 깊이 잠은 밤이 아닐까.

모처럼 정말 자유를 느끼는 밤이었다.

자유란 말이 오늘, 이토록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 비단 나 뿐일까.


내일은 다시 평범한 하루가 시작되겠지.

그간 못했던 공부를 하고, 아이의 공부를 챙기겠지.

또 힘들고 힘들다고 말하겠지.

이젠 알 것 같다. 자유로워서 이런 생각도 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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