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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빠가 집으로 돌아갈 때...

by 리치보이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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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음



- 김승현


바쁜 사람도

굳쎈 사람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 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를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은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을 생각 한다

어린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 (同胞)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 반이다

아버지의 가장 외로운 사랑 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英雄)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는 사람도

술가게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이 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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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아이를 위해 신선한 빵을 사와서

버터에 타지 않을 만큼 굽고 뜨겁지 않을 만큼 우유를 데웠다.

눈을 비비고 깨어난 아이는 늘 먹었다는 듯 시큰둥한 표정으로 크게 한입을 베어 물었다.


너에 대한 내 마음씀을 네가 어찌 알랴마는 설령 모른들 또 어떠한가.

내가 마음쓸 곳이 있고 그걸 지켜볼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할 뿐이다.


김승현의 시 <아버지의 마음>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다.

내게 추호같았던 술꾼 아버지가 이 세상에 없고 난 다음 만난 시다.

아비의 부재는 솔직히 말하면 '시원섭섭한 무엇'으로 여겨졌다.

보면 괴롭고 보지 못하면 신경이 쓰였던 아버지 였으니까.


삼 년이 지났을 때 였을까, 우연히 이 시를 읽었고 나는 털썩 주저 앉아

아버지를 그리며 펑펑 울었다. 나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한참을 지나 내가 아비가 되고 나니, 이 시가 더 좋아졌다.

남자가 밖에서 무엇을 하고 무슨 벌이를 하든 집에 오면 모두 아비가 된다.

가족이 필요한 무엇을 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해치우고

시원찮은 내 무릎보다는 자식의 성장판을 더 걱정하는

그런 아비가 된다. 아비는 남자가 집에 돌아와 얻는 이름이다.


시절이 참말로 하수상하다.

죄인을 체포하고 구속해서 형을 때리는 일로 밥을 먹고 명예를 얻던 자가

그 반대의 상황이 되자 모든 것을 부정하고 거부하고 있다. 자신과 같은

죄인을 만난다면 그는 어떻게 했을까? 정말 궁금하다.


솔직히 이 자는 걱정이 되지 않는다. 시간이 알아서 그를 붙들어맬 것이기에.

내가 더 신경이 쓰이는 건 '관저'라는 공간에 갖혀 있는 수많은 아비들이다.

그리고 그 아비를 기다리고 걱정하는 가족들이 많이 신경쓰인다.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온전한 아비의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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