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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할 수 없는 고민, 현관 앞에 두고 들어가자

by 리치보이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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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에 두고 들어간다



당신은 직장에서 하루 종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음도 목격한다.

그들의 기분과 감정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휴대폰에서는 걱정스러운 뉴스, 고통과 질투심을 유발하는 소식을 담은 소셜미디어의 알람이 쉬지 않고 울린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당파 정치는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라는 말처럼 세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현관 문턱에서 멈춰야 한다. 그런 쓰레기를 집 안으로 들고 들어가선 안 된다. 가족이 모여 저녁을 먹는 동안 CNN을 틀어놓는 것도 당연히 안 된다.


랜들 스터트먼이 말한 것처럼 불만스러운 직업인에서 온전한 부모의 역할로 빠르게 전환하여 집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죄송하지만 입장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초청자 명단에 없거든요."라고 말하는 경호원처럼 현관문에서 모두 내려놓고 와야 한다. 당신은 어떤 일에도 타격을 입지 않는다. 상사의 분노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분열이나 불화의 조짐이 신발 밑창에 들러붙어 거실에 퍼질 수 없다. 집은 반드시 깨끗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이런 부정적인 것들은 들어올 수 없다.


집에 도착하는 순간, 당신은 온전히 부모가 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즐길 준비가 되어야 한다. 하루의 고단한 끝에 지쳐버린 부모가 아니라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부모가 되어있어야 한다.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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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쉽다. 또 그래야 한다. 물론 그래야 하지만, 말이 정말 쉽다.

누군들 그러고 싶어서 할까. 하지만 마음속 고민을 현관 앞에 두고 기쁜 마음으로 들어가기는 정말 쉽지 않다.


비단 지난 12월 3일만 해도 그렇다.

자정 즈음의 나는 한마디로 패닉이었다. 계엄의 무서움을 아는 마지막 세대이기도 한 나는 '말 같지 않은 말을 쏟아내는 괴물'을 지켜보면서 슬퍼서 울 뻔 했다. 계엄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데, 정말 한단 말인가?


OTT를 보고 있던 아내를 소리질러 부르고 함께 성명을 지켜보면서 '어머, 정말 미쳤나봐'를 연신 되뇌었다. 그리고 계엄해제결의안이 통과될 때 까지 울렁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지켜봐야 했다. 그 날 이후 설 연휴가 되기 전까지 내게 '즐거운 일'은 없었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해결은 되고 있지만,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를 견디는 이 기분은 밖을 나가도, 집에 들어와도 매한가지였다. 심지어 잠자리에 누워서도 애먼 천정에 대고 욕을 내뱉는 날이 숱했다.


이럴진대 주식과 코인을 하고 매달 대출원금과 이자를 내야 하고, 매출에 신경을 써야 하는 대다수의 부모들의 요즘 마음을 그러기가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걸 아이들이 지켜본다는 거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학습하고 부모의 마음까지 닮아간다는 거다. 부모의 표정이 어두우면 아이도 따라 어두워진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내 마음이 괴롭더라도 현관 앞에 둬야 한다. 괴로우면서 아닌 척 하는 것이 아니라 뚝 떼어놓고 와야 한다. 설령 괴로움을 집안에 들이고 자기 전까지 끙끙댄들 해결될 일이 아니잖은가?

그렇다면 아이를 핑계로 뚝 떨어놓고 오는 게 오히려 상책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고민 중에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겨우, 4%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어차피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이라면 뚝 떼어놓자! 나를 위해 아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그게 낫지 않겠는가.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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