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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끊었다.
아니, 엄밀하게 말해서 '담배를 끊겼다'고 해야겠다.
아내 몰래 피우던 담배를 들킨 것이다.
아내는 안 그런 척 하며 피웠다고 '자신을 속였다'고 화를 냈고,
나는 '힘들게 글 짓는 일'을 하는 내 유일한 휴식인데 그걸 모른다고 화를 냈다.
전자담배로 괜찮다고 설득도 했지만,
결국, 끊기로 다시 한 번 약속을 했다. 그 후 내내 아내가 서운했다.
몰래 피우던 담배는 약간의 절박함과 스릴이 더해져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습관이란 무서워서, 담배란 놈이 워낙 중독적이라 한동안 정말 힘들었다.
매 시간 마다 '뭔가 해야 할 일을 다 못한 기분과 느낌'이 계속 나를 자극했고
그 때 마다 나는 입맛을 다셨다.
식사량은 늘었고, 잠도 같이 늘었다. 순식간에 체중도 3킬로가 늘었다.
몸과 얼굴이 붓고 여드름 같은 것들이 계속 돋아났다. 불편했다.
몸과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하지만, 이건 일종의 금단현상이었다.
딱 보름이 지나자 점점 원래대로 돌아왔다.
답답한 기분이 점점 줄고 상쾌함이 그 자리를 메웠다.
무엇보다 '코'가 제 기능을 해서다.
늘 한쪽 코가 막혔는데 담배를 끊고 일주일 후 '뻥' 하고 뚫렸다.
콧구멍 두 개로 온전히 숨을 쉰다는 건, 정말 기분좋은 일이다.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이 든다. 머리마저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늘어난 잠은 여전했지만, 개운한 아침은 금연의 선물이다.
담배연기 흡입을 멈추자 혀에 돋아 있는 미뢰라는 세포가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고
늘 먹던 음식들의 맛이 더 좋아졌다. 풍미를 느끼니 포만감도 빨리 찾아왔다.
체중도 점점 원래대로 돌아오는 중이다.
처음엔 아내가 서운했지만, 지금은 고맙고 또 고맙다.
위 글 '손님'을 읽다가 떠오른 게 바로 올해 모처럼 한 '금연'이었다.
담배를 끊고 말고는 오로지 생각에서 비롯된다.
중독을 거스르는 독한 의지도, 첨단의약도 아니고 그냥 '생각'이다.
담배를 끊으면 다시 붙여서 피우고 싶어진다.
나는 전자담배를 휴지통에 통째로 넣으면서 '담배를 버린다'고 생각했다.
버린 후 발로 짖밟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어느 현인이 말했다.
"사는대로 생각하지 말고, 생각한 대로 살라!"
담배를 옆에 두고 틈만 나면 피울 생각에 안절부절했었다.
그래서 여행도 그리 반갑지 않았고, 특히 해외여행은 괴로움을 주는 시간이기도 했을 만큼.
나는 그렇게 사는 대로 '생각'했었다. 지금은 '생각한 대로 살'고 있다. 최소한 담배만큼은.
'생각한 대로 살기'를 하나씩 하나씩 늘려야겠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