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럼 어정쩡한 연휴는 처음인 것 같아.
개인사업자나 아예 얽매인 일이 없다면
일주일 넘게 쉴 수 있는 황금연휴 였는데,
지난 해 부터 심란한 나날이 연속이라 그런지
명절 기분도 안 나고 연휴같은 느낌도 없었어.
단골 가게들은 하나 둘 씩 폐업을 해서 그런가
길마다 골목마다 썰렁하기 그지 없어.
사고가 났다 하면 수십 명씩 죽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가 무섭게
또 사고래.
이건 뭐...
총알만 안 날아다니지 전쟁터 같은 기분이야.
그래서 그런가 뭐를 먹어도 맛도 안 나고 흥도 안 나.
이런 기분은...나만 그런가?
그러다가 오랜만에 맘에 드는 곳을 발견했어.
내가 간 시간이 애매해서 그런가 사람이 없어, 사람이.
천정은 무쟈게 높고, 분위기도 좋고,
무엇보다 의자가 편해.
편해도 너무 편해, 기대다 죽어도 좋을 만큼.
커피는 좀 맛있어야지.
콜롬비아와 에디오피아 절반씩 들어간
산미 그득한 커피는...향도 맛도 멋졌어.
아들놈이 주문한 꾸덕꾸덕한 초콜렛 케익을
한 술 떠서 입에 넣고 커피를 한모금 넣었더니
그 맛이 도 죽음이야.
아주 행복한 한 시간이었어.
다음에 또 올까 하다가 나중에 까먹을 때 즈음
엊그제처럼 꿀꿀한 기분일 때 오기로 남겨뒀어.
집에서도 제법 먼 것도 한 몫을 하지만,
뭣보다 커피값이 사악해, 만 원이니까.
책 못 파는 글쟁이는 이렁 거 먹으면 다음 끼를 굶어야 하거든.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