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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밥(돌아서면 밥먹을 시간) 일요일

by 리치보이 richboy

아침 8시 30분, 비싸디 비싼 '엘리앤비르 고메 버터'에

빠바의 '상미종 식빵'을 먹기 좋게 구워

땅콩버터와 누텔라를 반반 발라서 아이에게 먹였다.



에그샐러드에 얇게 썬 오이를 얹어 먹던 아내가

"너 요즘 키가 잘 안 크는 것 같아." 고 말했다.


그러자 녀석이 "맨날 냉동식품만 먹으니까"라고 답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매일 '이걸 좋아할까, 저걸 좋아할까' 전전긍긍하며

해다 바친 것이 얼만큼인데, 그럼 내가 손으로 직접 돈카츠를 만들고

치킨 가라아게를 튀기고, 유린기를 맹글까?



배신감에 울컥했지만, 한편 드는 생각은 아이가 쪼만할 때만 해도

매 끼마다 몸에 좋고 키성장에 도움되는 밥과 반찬을 만드는라 하루를

보냈던 세월이 있던 터라, 조금은 미안한 감도 없잖았다.


오케이, 오늘 점심은 한우 불고기다!


마트가서 제일 좋다는 한우 투뿔 불고기용 1킬로를 사고

제가 좋아하는 배 한 꾸러미를 챙기는데, 건너편에 제주 겨울 무우가

오히려 배보다 더 맛있어 보였다.

게다가 아들 녀석이 젤로 좋아하는 반찬이 깍두기가 아니던가.


오케이, 오늘 점심 먹고 깍두기나 담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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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불고기 맹글기는 라면 끓이기 만큼이나 쉽다.


다진 마늘과 잘게 썰어놓은 대파는 많을수록 좋고

후추 적당히(이만큼 뿌리기가 젤로 어렵지) 뿌리고

참기름 휘리릭 두르면....아, 내가 10년 째 쓰고 있는 특제 소스만

한 국자 듬뿍 뿌려주고 나서 주물럭 주물럭 해주면 끝!


보다 자세한 내용은, 특히 특제 소스가 뭔지는

예전에 포스팅 해 뒀던 떡갈비 레시피를 참조하면 되시겠다!

참고로, 불고기 두 손으로 쪼물락거려 패티로 맹글면 그게 떡갈비다.





배가 터질 만큼 고기를 먹은 녀석과 함께 이제부터 겨울무로 깍두기 만들기 시작!


제주 겨울 무우 3킬로 그램 정도을 잘 씻어 적당한 크기(이게 젤로 어렵지)로 자른 후

천일염 두 스푼과 뉴슈가 반 스푼을 넣어 40분간 절여준다.


이 때 대파 세 뿌리 정도를 3~4센티미터 정도로 잘라

멸치액젓 두 세숟갈를 뿌려 대파도 40분간 절여준다.


그 동안 믹서기에 양파 중간사이즈 하나 썰어 넣고

사과 중간 사이즈 반개 넣고

마늘 열 세알 정도

생강 반 스푼 정도

홍고추 12개 정도 썰어서

식은 밥 두스푼 반을 넣고

한꺼번에 갈아주면 양념 완성!


절인 무우를 중간 마다 뒤적거려 골고루 절여지도록 만들고

40분이 지나면 물기를 쫘악 뺀 후

고춧가루 100ml를 넣어 절여진 무우에 코팅하듯 고춧가루를

골고루 발라준 다음


절여놓은 대파와 잘 갈아놓은 양념들을 절여진 제주 겨울무에 넣고

잘 비벼주면 끝!

절인 무우에 고춧가루를 코팅하는 일부터

진정한 손맛이 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은 부득불 제가 먹을 주된 반찬이라고

제가 해야 된다고 해서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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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절여진 깍두기는 베란다에 3~4일 정도 내놨다가 김치냉장고에 넣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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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홍고추를 넣었더니 새빨간 색깔도 한결 나고 맛도 훨씬 더 깊어졌다.


이 훌륭한 레시피는 내 것이 아니라 한식반찬 스승으로 삼고 있는 김대석 쉐프의 레시피이니,

겨울 무 깍두기가 땡기거든 참고해서 만들어 보시길!



유튜브 제목 - 3번 리필하는 대박집 깍두기 비법 알려드립니다




아침 먹고 마트가서 장보고

불고기 점심 먹고 치우고, 설겆이 하고

깍두기 담그고, 설겆이 하고 나니 다섯 시 반.

음식냄새 지운다고 세수하고 커피 한잔 내려놓고

몇자 긁적이다 보니 여섯시 반, 저녁준비해야 할 시간.


이러니, 일상을 제대로 챙기려면 절대로 공부 못한다.

민법 다 끝내려면 100 페이지 읽고, 문제도 50문제나 풀어야 하는데,

언제 풀고, 언제 정리하냐 한숨 중이다.


공부시간을 좀 내려면

버거킹 햄버거나 먹자고 해야겠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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