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신학기다.
아이들은 한 학년 위로 올라가는 진급의 시간이자 봄방학이기도 하다.
내가 보이엔 '책 읽는 습관 들이기'에 딱 좋은 시기이다.
해서, 석 달 전 출간된 자녀독서가이드북 <<아이성적 올려주는 초등독서법>>을 소개할까 한다.
내 아이가 책 읽는 습관을 기를 수 있는 유일한 시기가 '초등학생일 때'다. 중학생만 되더라도 많은 교과목과 진학 공부 때문에 독서습관을 기를 엄두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는 언감생심, 교과서 읽을 시간도 부족하다. 하지만 초등학생 때 독서습관을 길러 '책 읽는 재미'를 알게 된다면, 중고등학생이 되어도 아이는 책을 찾아 읽게 된다. 아이가 '책 읽기는 공부가 아니라 놀이이자 휴식'이란 걸 알고 있어서다. 많은 학자들과 교육전문가들이 '초등학생 때 책읽기만한 교육이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아이성적 올려주는 초등독서법>의 머릿말을 소개한다.
읽어보고 흥미롭거든 구입해서 읽거나, 주위 초등 학부모에게 선물해 주기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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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어 과목이 대입 수능에서 변별력이 뛰어난 과목으로 주목받는가 하면, 지난 수능에서 수험생을 가장 속 썩인 과목이 되면서 한눈에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대치동에서 “의대에 가려면 수학을 잘해야 하지만, 명문의 대와 일반의대는 국어 실력으로 갈린다”라는 말까지 떠돌까요. 문제는 국어 실력이 한두 해 준비해서 쑥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어릴 때부터 ‘좋은 책을 잘 읽고, 많이 읽으면’ 높은 국어 점수는 저절로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 우리 아이, 어떻게 해야 잘 읽을 수 있을까요?”
부모를 대상으로 강연할 때 이 질문이 등장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어린 자녀를 둔 대한민국 부모라면 대부분 갖는 걱정이기도 합니다. 저는 “어떻게 해서든 아이가 책을 잘 읽게 하면 됩니다”라고 답합니다. 그만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이 책은 ‘내 아이가 책을 잘 읽게 만드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아이의 학교 성적 역시 책을 잘 읽기만 한다면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저는 다양한 연령층의 독서인을 만나 책 읽기와 글쓰기 에 대한 강연을 수없이 해왔습니다. 덕분에 몇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중 하나는 책을 읽는 사람은 노인이 되어도 꾸준히 읽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몇 살이 되든 읽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2023년 ‘대한민국 독서실태조사’ 결과, 성인 10명 중 1년 동안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이 4명에 불과한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책 읽기 습관을 익혀야 할 시기는 초등학교 때뿐이라는 것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학생들에게 책을 읽지 않는 이유를 설문 한 결과,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31.7%)’ ‘책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서(29%)’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아서(7.6%)’라 고 대답했고, 그 비율은 모두 합쳐 약 57%에 달했습니다. 읽는 학생은 독서량이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읽지 않는 학생 은 아예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한대와 0, 즉 읽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의 이러한 간극은 날로 심화되는 학력 격차, 그리고 빈부 격차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평균 소득과 성적이 독서 습관에 비례한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기 때문입니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남들에게 없는 독서 습관은 결국 넘볼 수 없는 차별점이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스펙입니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부모라면 모두 공감합니다. 문제는 아이가 책을 읽게 하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위안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작가인 저 역시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제 아이를 보며 매일 똑같은 걱정을 했습니다.
제 아이는 초등학교 입학 직전에 겨우 글을 깨쳤습니다. 유치원을 다닐 때 어떻게든 한글을 가르치려고 했지만 아이가 정말 싫어하더군요. 다른 집 애들은 벌써 혼자 책을 읽고 있다는데 작가 아빠를 둔 아이는 일곱 살이 되도록 글을 모르다니,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맞구나 싶었습니다. 이런저런 방법을 써가며 아이가 책과 친해지도록 노력해봤지만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잠들기 전 나란히 누워 책을 읽어주는 것도 시도해봤지만 들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지요.
결국 아이는 책과 친해지지 못한 채 간신히 한글을 깨치는 정도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한동안 아이가 학교 에서 수업이나 제대로 들을 수 있을지 걱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학교에서 책 읽기를 권장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매일 등교하면 첫 수업 시작 전까지 10~20분 동안 교실 뒤 서재에서 책을 골라 읽게 하고, 1학년 2학기 때부터는 매주 책 한 권을 읽고 독서록을 쓰도록 숙제를 냈습니다. 아이들이 독서록 숙제를 제때 잘해오면 선생님이 보상으로 달콤한 캔디를 나눠주고, 잘 쓴 독서록은 교실 뒤 게시판에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한 학기 동안 빠짐없이 제출하면 학기 말에 독서 우수상을 주기도 했지요.
아이들은 부모가 강요하면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친구들이 하면 무작정 따라 하고 싶어집니다. 제 아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책 읽기를 미루느라 독서록 숙제를 계속 빼먹던 아이가 반 친구들이 월요일마다 독서록 숙제를 척척 제출하고 담임선생님께 사탕을 선물 받는 모습이 부러웠나 봅니다. 마지못해 따라 하더니, 책 한 권을 일주일 내내 조금씩 읽고는 삐뚤빼뚤한 글자로 몇 줄짜리 독서록을 꾸역꾸역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가 쓴 독서록이 교실 뒤 게시판에 전시되었다며 무척 좋아하더군요. 그 일이 방아쇠가 되었는지 아이가 달라졌습니다. 매주 한 권을 겨우 읽던 아이가 2~3권씩 읽었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몇 번 책을 빌려 오는가 싶더니 어떤 책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아서 도서관 에 갈 때마다 대출 중이라며 투덜대는 날도 생겼습니다.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아빠와 이야기하는 날도 점점 늘어났지요. 정말 신기했습니다. 이런 날이 올 줄은 상상조차 하 지 못했거든요.
그때부터 아이가 책 읽기와 글쓰기에 더욱 흥미를 갖도록 도와주고 싶어, 국내에 소개된 어린이 독서에 관련된 책 들을 거의 모두 찾아 읽었습니다. 자료를 찾아 연구를 하면 할수록 아이들의 책 읽기는 어른과는 차원이 다르고 더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아이들의 두뇌는 새하얀 스케치북과 같습니다. 아이들은 한 권, 10권, 100권 책을 읽을 때 마다 그 내용을 머릿속에 그림처럼 새겨 넣습니다. 또한 아이들은 스펀지와도 같아서 젖은 물을 빨아들이듯 줄거리와 낱말들을 쑥쑥 흡수합니다.
아이의 책 읽기는 단순히 국어 성적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릴 때 책 읽는 재미를 알게 된 아이는 평생 동안 독서를 즐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좀처럼 책과 친해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때 벌어 진 격차는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커집니다. 성인이 되어 삶 의 질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물론 학력과 경제 수준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쉬운 공부 방법은 바로 책을 읽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으면 아이의 뇌는 종이 위에 새겨진 글씨를 읽어내는 과정에 익숙해지고, 그것들을 상상하고 이해해서 습관적으로 지식으로 저장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초등학생이라면 무조건 책 읽기 습관을 잘 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말이야 쉽지요….”
물론 부모 입장에서는 막상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난감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한 아이의 아빠이자 작가인 저는 아이를 책 읽기와 글쓰기 학원에 보내는 대신 직접 가르치기로 결심했습니다. 20년 가까이 수천 권의 도서 리뷰를 쓰고,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지만 소중한 내 아이의 책 읽기를 돕기 시작하자마자 부족한 것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후 저는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동서고금의 어린이 독서에 대한 책 200여 권을 찾아 읽고 배우고 익혔습니다. 그리고 성장 시기에 따라 실천하기 쉽고 편한 책 읽기 방법과 글쓰기 방법을 내 아이에게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을 때마다 두렵고 힘들었지만, 아이 와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했습니다. 가정에서 책 읽기 지도를 한 지 5년째에 접어들어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아 이는 200쪽짜리 책을 두세 시간 만에 뚝딱 읽어내고, 독서록도 한 번에 두어 장을 어렵지 않게 쓰고 있습니다. 학기 말마 다 독서 우수상을 받을 정도가 되었지요.
이 책에는 제가 그동안의 독서 경험으로 터득한 쉽고 편한 책 읽기 방법과 아이에게 책 읽기를 가르치며 겪은 여러 시행착오와 해결책을 담았습니다.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책을 읽는 방법, 독서록과 일기 같은 글쓰기도 손쉽게 척척 해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것입니다. 또한 제가 여러분 보다 먼저 알게 된 ‘우리 아이 독서 치트키’를 가정에서 실천하기 쉽게 전해드리겠습니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