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는 '나를 괴롭히는 다섯 가지 죄악'으로 과식과 나태, 정욕과 분노 혹은 증오, 마지막으로 오만을 들었다.
살기 위해 먹었던 인간이 먹기 위해 사는 형국이 되었다. 태초의 인간은 굶주렸다. 가만히 앉아 놀던 인간은 배에서 꼬로록~ 소리가 나고 배가 등짝에 달라붙을 때가 되면 먹기 위해 산과 들을 향해 걷고 뛰어다니며 먹을 것을 찾아 헤맸다. 주렸던 배를 채우면 또 다시 자거나 놀았다. 한마디로 '배고픈 인간'이 디폴트값이었던 것이다.
거친 음식만 골라 먹고 먹고난 뒤에는 다시 배가 고플 때까지 절대로 먹지 않는 '원시인 다이어트'는 그래서 일리가 있는 방법이다. 푸짐이 먹고 12시간, 16시간, 20시간을 연속으로 굶는 '간헐적 단식'도 그와 맥락이 닿는 식사법이다. 이 방법들의 공통점을 '꾸준히 먹기'를 금한 것이다. 불에 굽거나 튀기는 방법의 화식을 자제하니 마이크로바이옴 즉, 장내 유익균이 왕성해져서 몸이 자연스럽게 건강해진다. 한동안 먹기를 관두면 장기가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 내장이 편해진다. 게다가 밥때에 음식이 들어오지 않으니 체내에 있던 지방들을 태워 몸을 유지하니 자연스럽게 체중이 줄어든다.
반대를 생각하면 무서울만큼이 된다. 마른 사람이 살을 찌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그 배가 꺼질만 할 때 또 먹는 것이다. 우스개소리 같지만, 우리의 일상을 곰곰히 따져보면 다를 바가 없다. 뭔가를 먹고 난 뒤엔 어김없이 '아아'를 마시거나 '라떼'를 마신다. 중간에 심심하면 또 뭔가를 먹어줘야 하고, 저녁엔 술을 마시며 안주를 먹고, 술안주에 밥을 비벼먹는다. 입가심으로 맥주를 하고, 집에 돌아와 헛헛하면 라면을 끓여먹는다. 마지막에 부른 배를 끌어앉고 잠이 든다. 아침에 전신이 붓는 건 술 때문이 아니라 내가 먹은 음식들 때문이다. 프랑스 최고의 요리 중 하나인 '푸아그라'는 거위의 입을 억지로 열어서 끝없이 음식을 쏟아부어 만든 '지방간'이다. 우리 모두 지방간이 되지 않은 건, 어쩌면 기적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원래 굶주렸다. 꼬로록 하고 배에서 나는 소리를 달고 살았다.'는 걸 인식하자. 그리고 나면 뭔가를 먹고 나서 또 다시 먹을 것을 찾는 건 정상이 아님을 떠올리게 한다. 예전의 내가 입이 심심할 때마다 먹을 것을 찾은 건 '배는 든든해야 부러울 게 없는 행복한 상태'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굶주린 배가 정상'이라는 '생각의 리셋'은 부른 배를 불쾌감으로 만들어준다.
배가 불룩한 친구들이여, 굶주린 배를 만들어 보라. 그리고 쑤욱 들어간 배로 생활하기가 얼마나 편한지를 경험해 보라. 그러면 절대로 다시 불룩한 배로 생활하지 않을 것이다. 5킬로가 빠졌네, 10킬로가 빠졌네 ~ 하고 말들 하지만 그만큼의 무게 즉, 1킬로 그램이 우유 1리터짜리의 무게가 내 몸에서 떨어진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최근 금연이후 살이 쪘다고 말했다. 담배를 피워야 할 타이밍을 이기지 못하고 뭔가를 씹어 먹으니 굶주릴 시간이 없어서다. 게다가 혀의 미뢰가 금연으로 되살아나 음식맛이 왜 그리 좋은지, 평소보다 두세숟가락을 더 먹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담배를 피우는 시간 동안 뭔가를 먹는 걸로 대체했으니 살이 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제부터 극단적으로 굶기로 했다. 식사 때는 평소의 80퍼센트만 먹고, 식사 때를 빼고는 물만 마시기. 그랬더니 어제밤에 넷플릭스로 '제로데이'를 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냉장고 앞에 서 있거나, 과자를 쌓아놓은 찬장 앞에서 과자를 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허전해서 뭔가를 먹어야 한다는 강박'은 거의 중독에 가까운 병적인 수준이었다. 이 때 마다 배가 부르게 물을 마셨더니 잠을 자려고 누우니 위가 출렁거려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견디니 다음 날 아침 몸무게가 1킬로 빠져 있었다. 그 점에서 과식은 확실히 나라는 인간을 괴롭히는 주범이 맞다.
친구여, 다음을 명심하자.
"굶주린 인간이야말로 기본값이다.
홀쪽한 배로 생활하기가 얼마나 편한지 경험해 보자."
이 두 가지를 인식하고 뭔가 먹고 싶을 때 기억하기만 하면,
그 생각만으로도 5킬로 그램이 빠질 것이다!
나머지는 또 시간이 될 때 말해 보자.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은 아주 중요한 문제들이니까.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