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책
지난 12월 이후 지금까지 내가 사는 곳 주변 점포들이 유독 많이 닫았다.
깊어지는 불황을 버티다 버티다 계엄과 탄핵을 거치면서 불안한 정국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버린 탓에 일어난 최근의 상황이다. 손님이 없다 정도가 아니라 '손님 콧빼기도 보기 힘들다' 혹은 '돈이 씨가 말라버렸다'는 푸념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계속되고 있다.
당장 나만 해도 그렇다. 비상계엄이후 지난 1월 말까지, 생겨버린 우울감 때문에 외식은 커녕 산책 나가는 것도 망설여질 정도였으니 충분히 짐작하고 남는다. 당시의 마음은 '세상이 이렇게 어수선한데 무슨 기분에 외식이며 맛집이냐'는 거였다. 딱히 애국심이 투철하지도 못한 내가 이럴진대 다른 사람들은 오죽했을까 싶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격탄을 맞은 건 그 날 그 날 매장을 찾아주는 손님을 보고 사는 자영업자들이었다. 꺼져버린 매출 때문에 고정비용과 부채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처음엔 직원을 줄이고 나중에는 문을 닫는 꼴이 된다. 60대이신 친구의 누님도 조그마한 식당을 했는데, 개업을 하자 말자 코로나를 맞았지만 그렁 저렁 운영을 했지만, 이번 비상계엄이라는 큰 파도는 넘지 못하고 가게를 넘기고 말았다고 했다. 문을 닫고 보니 8천만 원을 손해봤다고 하니, '투표에서 이기고 개표에서 진 꼴' 이 되어 버렸다.
어이가 없는 건 이렇듯 초토화 되다시피한 자영업 시장에서도 낭중지추처럼 성업을 하는 곳들 또한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피같은 돈을 쓰는 나의 외식이 의미가 있기를 바라서 뒤지고 뒤져서 맛있고 서비스 좋기로 소문난 곳을 찾아가다 보니 '흥한 곳은 더 흥하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흥한 곳은 어떤 점이 그토록 다른 것일까?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이 찾아내고 싶은 대답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시기에 성공한 자영업자들의 책이 출간되는 건 반가운 일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자영업자의 책이라고 하면 백종원처럼 특출난 사람이거나 커피나 분식 등 천여 개의 점포 정도는 오픈한 프랜차이즈 대표들(책을 낸 후 얼마 안 가서 망해버린다는 공통점이 있지만)의 책이 출간되었는데, 하나같이 총선에 출마하는 국회의원 후보들의 자서전 만큼 허장성세로 가득한 글들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나오는 책들은 주로 현직 자영업자들과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마치 매뉴얼처럼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내용으로 짜여져 있어 참으로 유익하다. 저마다 성격이 다른 점포 열 곳 이상을 운영하며 모두 성공시킨 영등포 백종원으로 더 잘 알려진 양지삼 대표의 책 <일 하는 사장의 생각>도 그런 책이다.
내가 이 책에 주목한 이유 중 하나는 책 제목에 있다. 내가 성공한 사업가에게서 알고 싶은 것은 그가 매달 얼마나 벌고, 가게가 몇 개가 있는지가 아니다. 그들의 성공담은 독자에게 아무짝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궁금한 건 이거다.
"그에게도 시작이 있을텐데, 그의 시작은 어떠했고,
지금까지 운영해 오면서 '어떤 생각'으로 운영을 했으며,
또 자신의 생각대로 직원들이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어떻게 전달했는가?"
이렇듯 내가 궁금한 건 바로 '사장의 생각'이다. 이런 궁금증에 대해 노골적으로 답해주는 책 <일하는 사장의 생각>을 보는 순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특히 3~4년 전 배달의 민족 관련 책들을 낸 이후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국내 자영업자들에 집중하고 있는 출판사 '북스톤'의 책이라서 믿고 읽을 수 있었다(업의 마인드을 익히고 싶다면 북스톤의 책만 읽어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외식사업은 아니지만 내년에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내게 이 책은 의미 있는 책이었다. 당돌하리만치 당당하고 솔직한 젊은 사업가들의 그을 보면서 흠칫 놀란 부분도 많았다. 예전 꼰대들의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공유정신'이라고 해야 할까, 백만불짜리 조언들이 그득하다.
이런 책을 고를 때 '성공한 사장과 커피 한 잔 사주고 두어 시간 독대해 볼까?' 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책값과 책을 읽는 시간은 충분한 값을 할 것이다. 직장인의 꿈이 '사장님'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할 독자는, 이 글을 읽는 친구, 당신일 것이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