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톨스토이할아버지가 전하는 '죽음을 옆에 두고 사는 법'

by 리치보이 richboy
KakaoTalk_20250304_214758544.jpg



KakaoTalk_20250304_214639699_01.jpg




내가 8년째 이 책<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를 매 년 읽는 이유는

<살면서 죽음을 기억하라>는 한 편의 글 덕분이다.



암 절제수술 이후 죽다가 살아난 기쁨도 잠시, 항암치료는 힘들었다.

괴롭고 힘들어서, 매일 아침이 무서울 정도였다.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은 하나의 계절, 겨울 뿐이었다.

온 몸이 부풀어오르고, 먹고 자는 평범한 일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삶이 2년간 계속되었다.


나를 더 힘들게 만든 건, 가족을 위해 아파도 아픈 척 하지 않는 삶이었다.

엄마라도 있었다면 이 나이를 먹고도 칭얼대고 보채기라도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아빠인 나는 안 아픈 척 하기가 가장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푸석하고 부풀어오른 얼굴로 멀쩡한 척 하기는, 말 그대로 웃픈 모습이었다.


이런 괴로움을 잡아준 게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이 글이었다.

이 글은 내게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사람들은 죽음을 몰라. 알아도 모른 척 하거든.

그런데 넌 지금 절반은 죽어 있잖아.

조금씩 조금씩 온전히 살아가게 될 거야.


멀쩡해진다고 해도 지금을 기억해.

죽음을 기억하라고, 알았지?"



우리는 매일 조금씩 죽어간다.

아픈 말이지만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가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안 죽는다고!' 라고 생각하면서 사는 듯 하다.


그래서 영원히 살 것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더 벌려고 하고

잘 살려고 죽어라고 일하며 살아있는 내 생애의 시간을 돈과 바꾸고 있다.


경험해 보니, 톨스토이 할아버지가 말한 '죽을 준비'란 게 별 게 아니다.

아침에 깨어 나면 '오늘 밤 잠든 사이 내가 죽는다'고 생각하고 오늘을 살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하루가 다르게 보인다.

푸른 하늘도, 나를 스치는 바람도,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생경해 보이고

내가 보낸 순간들 모두 의미가 생긴다.


그런 생각이면 허송세월도 없고, 낭비할 틈도 없다.

오늘 밤 죽을 판에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낼 짬이 있을것 같나.


죽음을 보이면 삶과 생각은 단순해진다.

내가 꼭 해야 할 일을 고민하게 되고,

내 마음을 주고 받고 싶은 사람만 떠올리게 된다.

나머지는 죄다 군더더기다. 그들에게 보탤 시간은, 내게 없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보면 알게 된다.


마치 죽은 듯 깊은 잠에 푹 빠진다는 걸.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은 신이 내게 허락해 준 또 하루의 '덤'이라는 걸. -richboy




KakaoTalk_20250304_214639699.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이 방을 공부용으로 쓰면 절대로 안 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