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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여행은 지우개가 된다

by 리치보이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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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생일이 내일이라 호텔에서 수영하고 맞난 외식했으면 좋겠다는 아이의 바람에 맞춰 분위기 좋은 빌라쥬 드 아난티에 왔다.



주말이라 가격을 제법 줬는데 그렇다고 회원권이 있는 건 아니니 친구들이여 따로 문의하지는 말기를.

회원권도 그렇고 요트도 그렇고, 이런걸 가지면 행복할 때가 딱 두 번이 있는데 막 샀을 때와 막 팔았을 때다. 그런 걸 잘 알기에 절대로 안 산다( 돈이 없어 못 산다는 말은 굳이 할 이유는 없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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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부산은 날씨가 대부분 좋은 편인데 이번주 유독 봄비가 많이 와서 날이 더 좋았다(?)

분위기도 좋고 상쾌하고 조용하고 해서 오히려 비오는 오늘이 좋았단 뜻이다. 마치 부산에 놀러온 여행객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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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신한 침대와 이불을 덮으면 이불 끝에 목이 벨 것처럼 잘 다려진 깨끗한 이집트면 이불은 눕기만해도 바로 곯아 떨어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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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편하고 푹신한 고급의자로 둘러싸인 거실 옆 통유리창은 온천수가 나오는 자쿠지와 썬베드가 놓여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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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노키 자쿠지 뒤에는 마치 일본 온천지에 있는 료칸에 온 듯 와시츠 분위기를 잘 살렸다. 객실 전체 전용면적이 100평 가까운 넉넉한 크기인 덕분에 실내공기는 쾌적했고 히노키 자쿠지가 품어내는 습기와 따뜻한 기운도 모두 감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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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쿠지를 하며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여독(?)을 풀고 입이 짧은 아이가 맛난 한우불고기로 처음으로 고기맛을 알게 해 줬던 곳 송정 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만보식당' 을 오랫만에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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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이곳은 서울식 불고기 전골처럼 나오는데 감칠맛 나는 육수에 싱싱한 채소들, 그리고 입에서 살살 녹는 눈꽃 소불고기가 더해지면...덜큰한 맛과 풍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게 된다.


초2 였던 아이가 처음 이곳에서 고기맛을 알았을 때는 아내와 함께 셋이서 2인분(1인분 200 그램= 23,000원)을 먹었는데, 오늘은 3인분을 싹싹 비웠다. 그만큼 아이가 자랐다는 뜻이리라. 아이의 변화상을 확인한 괜찮은 생일상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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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별미는 쌈을 싸 먹는 김치찌개(7,000원)이다. 나는 소불고기 보다 이놈을 먹으려고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또래라면 아마 알 것이다. 우리 엄마도 잘 못 끓이는 할머니 정도 되는 내공이 있어야 끓여내는 돼지고기 김치찌개! 비계와 고기가 비정형으로 숭덩숭덩 들어가고 김치와 함께 몇 시간 동안 얕은 불에 뜸 들잇 끓여낸 그 맛! 말이다.


입에서 살살 녹을 만큼 푸욱 고아낸 돼지고기는 어찌나 큼직한지 따로 쌈을 싸서 먹어야 할 만큼 크고 양도 많다. 함께 푸욱 고아진 김치는 입에 넣자마자 혀로도 풀어지는 듯 녹아들어가는 그 맛은 또 어떻고!

7도로 도정한 쌀로 막 지은 밥 위에 고기와 김치 그리고 뻘건 국물 몇 숟갈을 척척 얹어 비벼먹으면, 이건 뭐~~ 암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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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아이 실컷 먹이고 다음으로 아내를 챙겨주고 나면 남는 고기들은 잔반처리 하듯 내가 끌어안고 먹었다. 정말 오랜만에 퍼지도록 먹은 기분을 느꼈다. 내일은 아무래도 하루 종일 굶어야 할 것 같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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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오자마자 다시 한 번 자쿠지에 몸을 담그고 샤워 후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심란한 정세에 어두운 국내증시장과 미국증시장, 잔뜩 움추르고 있는 코인시장 때문에 재미날 것 하나 없는 요즘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시험공부 를 다시 하느라 계속 정신없고 여유없는 시간을 보냈는데, 오늘 그걸 조금이나마 충전하는 것 같은 오늘이다.


암 것도 안하고 책읽고 자려고 하다가 블로그를 켠 김에 몇자, 아니 몇천 자 적었다. 친구들도 의미있는 주말 보내기를..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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