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천국에 간 어떤 '석유 시굴자'가 있었다.
천국과 지옥을 관리하던 성 베드로가 석유 시굴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네 기록을 다 살펴보았는데, 너는 천국에 갈 수 있는 모든 자격을 갖추었더구나.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여기 천국에서는 석유 시굴자는 무조건 천국으로 보내기로 원칙을 정해놓는 바람에 너도 저기 대기소를 보면 알겠지만,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차서 네가 들어갈 자리가 나지 않겠어.”
그러자 석유 시굴자는 “제가 고함 한마디만 질러도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성 베드로는 별로 어려운 부탁도 아니어서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석유 시굴자는 두 손으로 손나팔을 만들어 큰 소리로 외쳤다.
“지옥에서 석유가 발견되었다!”
그러자 대기실 안에 있던 석유 시굴자들이 번개같이 바깥으로 뒤어나와서 곧바로 지옥으로 달려나갔다. 이를 지켜본 성 베드로는 “머리를 제법 잘 쓰는구나. 그럼 이제 대기실에서 편안하게 쉬면서 천국갈 준비나 하고 있거라”라고 말했다.
그러자 석유 시굴자가 잠시 망설이면서 아무 말 하지 않더니 이렇게 말했다.
“잠깐만요, 나도 그 친구들 따라서 지옥으로 가봐야겠습니다. 소문이 그렇게 나고 사람들이 모두 간 걸 보면 아무래도 진짜로 뭐가 있지 않겠습니까?”
최근 국내 상황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느끼고 행동하는 것 같다.
떠돌아다니는 소문에 진짜로 뭐가 있을거라고 너무 쉽게 믿고 따라 다닌다. 레밍 쥐떼에게는 특이한 습성이 하나 있는데, 누군가 급하게 뛰어가면 이유도 따지지 않고 함께 뛰어간다는 것이다. 문제는 쥐들이 서너 마리라면 별 일이 아닐텐데 수천 수만 마리가 동시에 같이 앞서 달리는 동료를 보고 뛰어간다는 점이다. 정작 맨 앞에 뛰기 시작한 레밍 쥐는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뒤에서 쫓아오는 동료들을 보고 '이거 또 뭐가 잘못 되었구나' 싶어 멈출 생각은 하지 않고 더더욱 빨리 내달리다 보니 끝내 벼랑 끝까지 달리다 모두가 추락해 버린다.
요즘 군중의 심리가 레밍쥐를 닮은 것 같다. 누군가 자기 바람으로 어쭙잖은 뉴스(업계에서는 소위 찌라시라 부른다)를 만들면 같은 바람을 가진 사람 모두 광분하며 그 뉴스를 나눈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그 소식을 만든 이조차 그 말을 따라 함께 광분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세상에는 진실보다 허구가 더 진실처럼 느껴진다. 되도록 남의 말을 듣지 말자. 특히 불안할수록 더욱 그래야 한다. 일어나야 할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 있다. 꼼수와 우연은 곁가지일 뿐, 거대한 흐름은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제 길로 유유히 흘러 가고 있다. 그러니 그 때까지 차라리 귀를 닫자. 불안하다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 듣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친구의 마음 속은 '지옥'이 될테니.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