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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인 내가 매일 공부하는 게 가능한 이유

by 리치보이 richboy


부모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누군가는 항상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필요로 했다. 그의 아내, 열세 명의 자녀 중 한 명, 조신, 긴급한 국가 업무 등. 하지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는 매일 몇 분 에서 한 시간 정도 - 오전일 때도 있고, 오후 일 때도 있었다 - 연락이 닿지 않는 때가 있었다. 20세기 미국의 철학자 브랜드 블랜사드는 마르쿠스가 "한밤중의 어둠" 속에서 혼자 사색하고 글을 쓰며 이룬 업적에 놀란다. 그는 어디에 있든,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든 상관하지 않고 시간을 내어 홀로 앉아서 생각하고 글을 썼다.


당신도 그렇게 하고 있는가?당신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는가?


훌륭한 베스트셀러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아버지가 된 이후로 매일 오전 '신성한 두 시간'을 따로 내어 글을 쓴다고 밝혔다. 두 시간보다 더 오래 쓸 때도 있었지만, 두 시간을 채우지 않는 경우는 결코 없었다. 그 두 시간이 그가 좋은 하루를 보낼지 아니면 낭비하는 하루를 보낼지,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하루를 보낼지 아니면 게으름 피우는 하루를 보낼지를 결정했다.


아침, 낮, 밤과 관계없이 몇 분 혹은 몇 시간 동안 따로 갖는 이 '신성한 시간'의 개념은 중요하다. 부모는 혼자만의 신성한 시간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병원 진료 예약이나 중요한 회의처럼 이 시간도 시간표대로 지키고 시간을 엄수해야 한다. 물론 이 시간만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건 부모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다. 그러니 자신을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내어주자.


나만을 위해 아껴둔 귀한 몇 분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는지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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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한 건 아니지만, 자격증 시험준비를 하면서 공부를 시작하기 전 책 두 권 -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데일리 대드 - 을 조금씩 읽으며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마침 글 쓰기에 좋은 BEGE 만년필도 구입한 터라, 마음에 드는 대목을 필사하고 타이핑하면서 나를 잡고 또 잡았다. 내게는 이것이 이 글이 말하는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자격증 준비도 그렇다. 닥치는대로 읽고 색칠하고 외우면 더 효율적이고 좋을 것을, 나는 굳이 공부한 것을 따로 포스팅하며 정리했다. 내가 보는 시험이란 게 1년짜리 시험이다. 달리기로 치면 몇 숨 만에 주파해야 하는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거다. 마라톤에서 제일 중요한 건 '페이스 유지'다. 기분 좋다고 초반에 더 달리거나 무리하면 마지막에 지쳐서 완주하지 못한다. 딱 무리하지 않을 만큼 항상성을 유지하면서 달려야 막판에 스퍼트를 낼 수 있어서 완주를 하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어른의 자격증 준비도 마찬가지다.


어른의 자격증 준비는 벼락치기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공부다. 즉 시험 3~4 개월 남겨두고 시작해서 딸 수 있는 게 아니란 거다. 물론 그렇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몇 몇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 내가 12월부터 준비를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이 있듯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 '나'이므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주는 항상성 밖에 없다는 걸 알아서 서둘러 시작했다. 그리고 시기를 정해놓고 그때까지 완주하는 걸 목표로 조금은 벅찬 공부를 했고, 정리를 할 때는 먼저 <공부일기>를 쓰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독려했다(어른의 공부에는 그렇게 해주는 존재가 없다).


담배를 피울 때는 그 시간이 '나의 휴식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해 공부 때에는 20대 훈련병 시절 50분 훈련 뒤에 하이바 깔고 앉아 피우던 그 때처럼 강의 한 개들으면 밖으로 나가 한 대 피우고 돌아왔다. 물론 그 때 뿐일까. 나중에 그 시간을들을 합해 보니 준비하는 시간까지 합해서 이렁저렁 '두 시간'이 되었다. 담배를 피우며 금쪽 같은 돈과 시간을 함께 태운 셈이었다.


글을 쓰고, 공부한 걸 정리하면서 마음도 정리가 되었다. 왠만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평온한 상태, 이러한 행동에 익숙해진 탓에 읽지 않고 쓰지 않으면, 공부하고 정리하지 않으면 불편한 '습관에 든 상태'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선순환이 오늘도 꾸준히 공부하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반백살이 넘은 어른을 공부하게 하는 힘은 '자신'에게 있더라는 결론이다. 결과 여부는 더 두고봐야 할 터이지만, 하루를 만족스럽게 보내고 있는 것 만은 틀림이 없다. 그 점에서 '부모는, 그리고 어른은 잠시라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라이언을 말에 십분 공감한다. 친구들도 자신의 입장과 처지에 맞춰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보기를...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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