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고대하던 선고일이 지정되었다. 4월 4일 11시.
이로써 불확실한 헌재로 인한 극단적인 대립의 긴장은 한순간에 해소되었다. 답답한 마음에 일주일간 계속된 산불과 해외의 강진 등을 보며 좌절감까지 든 한 주 였는데, 쳇증이 내려간 것 같은 기분은 신기할 만큼 묘했다. 전세계가 목도한 이 광경에 대한 결과를 불보듯 뻔한 사실, 그래서 더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것 같다.
나에게는 12월 3일 이후 지금까지 내려놓을 수 없는 신기함 하나가 있다. 국민들이 어찌 이리 침착할 수 있을까. 화가 나고 억울하고 분통터지는 순간들이 그토록 많았건만, 상대가 눈 앞에 보이는 상황에서도 '야만'이 발동되지 않고 어찌 이리 침착할 수가 있을까. 어찌 단 한 명도 없을까 말이다. 이러니 상대가 보기에 누군가 사주해서 동원하고 시켰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이런 비난은 어쩌면 극찬의 범벅이 아닐까. 야만의 반대말은 이성이다. 이성적이어서 더 무서웠던 국민들이 나는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다.
모든 것을, 국민이 다 막았고 국민이 다 해냈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