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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꼭 약속해줬으면 하는 게 있단다

by 리치보이 richboy


말하는 대로 한다



평범한 어느 날, 지미 카터의 아버지는 아들을 따로 불러내어 대화를 나누었다.

"지미" 그가 말했다. "너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해."


"네, 아빠."지미가 대답했다.


"네가 꼭 약속해줬으면 하는 게 있단다."아버지가 말했다.

"네가 스물 한 살이 될 때끼지 절대로 담배를 피우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1930년대 말은 인구의 약 40퍼센트가 흡연을 하고, "다른 어떤 담배보다 카멜담배를 피우는 의사들이 더 많아요!" 라는 광고가 나오며 어린이들에게도 담배를 판매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카터의 아버지 역시 담배에 푹 빠져 있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을게요." 지미가 약속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그때까지 약속을 지킨다면 금시계를 선물로 주마."라고 달콤한 제안을 했다.


스물 한 살, 해군 사관학교에 제학 중이던 지미 카터는 마침내 담배를 입에 대보았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그는 담배를 시작할 기회를 놓쳤고, 이제 담배의 맛이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후로 다시는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다. 비극적으로도 카터의 어머니와 세 명의 형제자매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모두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글을 이 시점에 카터는 아흔 여덟 살의 나이로 여전히 살아 있다.


일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카터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자녀들과 약속을 해야 한다. 이것은 당신이 약속한 대가보다 더욱 큰 평생의 선물을 자녀에게 줄 수 있는 방법이다.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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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 오늘 점심식사를 하다가 아내의 지인이 '중학교 1학년 되는 딸의 남자친구가 SNS에 담배를 피우는 사진을 올렸다더라'는 이야기를 해 줬다. 한 세기 전만 해도 껄렁한 몇 몇이 학교 뒤 담장에 모여 피우다 들켜서 혼나고 했다면, 이젠 그런 행동을 온 세상에 알리는 세대가 된 것이다.


라이언의 이 글을 읽고 '만약 나도 내 아이에게 중요한 한가지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잠깐 고민해 봤다. 하지만 아직은 내 말을 잘 듣고 있어서인지 딱히 해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앞으로 분명히 생길테지만, 그 때는 이 방법을 꼭 써먹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짐작컨대 나 역시 '담배는 피우지 말아라'는 말을 하지 않을까.


아내 몰래 피우던 담배를 그만둔지 두 달이 넘었다. 몇 번인가 글에서 언급했지만, 그 후 깊은 잠을 되찾았고, 시간낭비가 줄었고, 지갑이 두터워졌다. 그리고 더 이상 아내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어졌다. 시험공부에 있어서도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담배를 피울 때는 공부시간이 정해졌다. 1시간 짜리 인강을 하나 듣고 나면 꼭 한 대정도는 피워야 하는 습관이 생겼었다. 대학시절 있던 몹쓸 습관이 되살아난 것이다. 담배를 끊은 지금은 공부하는 시간은 늘고 담배를 피웠을 법한 시간에 어김없이 시원한 물 한잔을 마신다.



15년 전에 읽은 <이중세뇌>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다.


“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을 테고, 도박을 하거나 유흥가를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효과를 봤다고 느낀 적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담배와 마찬가지로 그러한 행위를 통해 해소되는 것은 ‘마시고 싶다’,‘하고 싶다’,‘치고 싶다’라는 욕구 불만의 스트레스뿐이다.


현실이 달라지기는커녕 음주나 도박, 의존적인 섹스를 반복하며 강제로 신경을 자극한 결과, 도파민이 고갈되고 신경 반응성이 저하된다. 그로 인해 오히려 보통 사람보다 더 공허함을 느껴 욕구 불만이나 스트레스가 끓어오른다. ‘실낙원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본문 66쪽


저자가 말하는 '실낙원 가설'을 짧게 말하면 에덴동산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던 아담과 이브가 뱀의 꼬드김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고 낙원에서 쫓겨난 얘기와 닮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약물 상용자가 약물에 손을 댄 순간 그때까지 당연히 누려왔던 ’일상적인 행복‘이라는 낙원마저 잃어버렸다고 본 것이다.

그 점에서 그저 괴로워하며 하고 싶은 참고 노력하지 말고, 이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본래 인간에게는 담배에 대한 욕구란 아예 없었다. 내가 지금껏 피운 담배는 욕구 때문에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담배 때문에 욕구가 생겨난 것이다. 다시 말해, 담배에 대한 욕구는 담배 자체가 만들어낸 것이다.


예를 들어 볼까? 물은 마시면 마실수록 점점 더 물에 욕심이 생기거나 너무 마셔 배가 잔뜩 부른데도 계속 마시고 싶다는 욕구는 생기지않는다. 그런데 담배, 술, 약물은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진다. 흡연자 중에는 “이젠 피워도 맛있는 줄 모르겠는데 계속 피우게 된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이는 이러한 의존 물질이나 의존 행동이 다음 욕구와 욕구 불만을 차례로 불러오는 것이다.


여기까지 글을 쓰다 보니 나 역시도 내 아이에게 딱 한마디 충고를 할 때 금연을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모르는 친구는 영원히 모를테지만, 아는 친구는 너무나 잘 알아서 두 말하면 입 아플테니까. -richboy



담배맛나게_피는_리치-2bfreema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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