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2년여가 10년은 된 것 같은 시간이었다. 그의 퇴임일을 손꼽으며 '아직도 그 만큼이나 남았어?' 하며 낙담하기를 수십 차례였다. 제 입맛에 어울리는 법만 준수하는 것이야 어긋난 '법 기술자'라면 그럴 법 하다 십분 양보해서 이해했다면, 인간이라면 품을 수 없는 마음씀과 행동에 나는 좌절했다. '인간이라면 그럴 수가 없지' 라는 의문을 얼마나 많이 던진지 모른다.
지금껏 꽤 오래 살면서 만나지 못한 수많은 기괴한 일들을 종식시킬, 그런 순간이 오고 있다. 그들의 야만성과 비인간성을 보며 나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두려워했다기보다 다른 존재에 취해있는 '인두껍'을 두려워했다. 그들은 처음부터 오늘 이 시간까지 그것들에 의지하고 제 몸을 내맡기고 있는 듯 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양심과 염치'가 있을 리 없었다. 그들이 몰입한 그 기괴한 존재들이 영험했다면 과연 오늘의 이 날이 오도록 만들었을까. 미신으로 흥한 자, 미신으로 오늘 망할 것이다.
2년여 동안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법'인 것 같다. '돈'을 이긴 단어는 이제껏 본 적이 없다. 그만큼 법이 활개를 쳤고, 얼토당토 않는 법기술자들의 법들을 목도 했다. 두 번째 단어는 '검사'가 아니었을까. 뉴스는 물론 시사, 예능에 변호사와 전직 판검사가 나와 처음듣는 단어들을 쏟아내는 세상에서 나는 500년 전 벽에 붙은 방을 멍한 눈으로 쳐다보는 까막눈 상놈과 다름 없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법관 마음대로' '정관' '로펌'...이제 더 이상 그들이 토해내는 법기술들을 그만 보고 싶다. 제 아무리 법으로 칼 휘두르듯 했지만, 그들 역시 귀신의 수작에 놀아난 꼭두각시였을 뿐이었으니까.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말씀 중에 가슴에 콱 박히는 단어는 '도덕적인 법'이다. 법은 결코 인간 위에 설 수 없다. 그러므로 법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고, 그래야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귀신에 휩싸인 인두껍이 아닌, 인간의 눈과 마음으로 제대로 판단된 도덕적인 법이 행사되는 그런 날의 시작이, 오늘이 되었으면 한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