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껏 높은 지적능력을 칭찬해 왔다.
좋은 성적을 거두어 일류대학을 나오면 '지적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며 서로 좋은 자리를 주려고 애썼다. 하지만 최근 일들을 보면서 우리가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바로 지적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도덕적으로도 훌륭한 인물일 거라는 착각이다. 오히려 그들은 지극히 평범한 우리보다 못한지도 모른다. 그들은 염치도 모르고 양심도 없기 때문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욕심'을 부리다 들켜서 창피를 당하거나 자리에서 쫓겨나는 사람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난다.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어제부로 물러난 전 대통령의 안사람도 욕심에 대한 구설이 한 둘이 아니잖은가. 얼마 전 보궐선거를 하게 만든 어느 구청장은 자신의 주식을 백지신탁하지 않겠다고 자리를 그만 두었고, 나라가 가난해져서 환율이 높아질수록 돈을 버는 국채상품을 사들인 경제부총리도 있다. 명예로움을 만끽 할 법한 70대 원로들이 정치판을 기웃거리고, 제 자리를 지키기 위해 수십년 간 몸 바쳐온 자신의 일을 부정하는 데 서슴치 않는다. 도대체 이들은 왜 그런걸까?
평범한 우리는 길을 걷다 떨어진 지폐 한 장을 줏어도 사방 팔방 CCTV를 찾아가며 '이걸 가져야 해, 말아야 해?' 망설이기 마련이다. 염치 즉, 남을 부끄러워하는 마음과 양심 즉, 올바른 마음가짐이 무엇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행동은 내 안에 있는 염치와 양심에 비추어 '가능해' 라는 필터를 거쳐야만 거리낌 없이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몰염치하고 파렴치한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 우선 '우수한 인재인 나는 기본적으로 너희들과 달라'라는 생각이 의식에 박혀 있어서 남 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게의치 않게 생각하며 '너희들이 감히 나를 평가해?' 하는 적반하장의 생각을 가진다. 둘째 양심이 없다. 자기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똑 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혹자는 '에이~ 설마, 그들이 정말 그럴까?'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당신이 그들이 아닌데, 그들의 생각을 어떻게 알아?' 하고 내게 퉁을 놓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런 친구들에게 묻고 이렇게 물어보자. 뉴스에 나오는 저들의 저런 행동에 온 국민이 성토하고 손가락질 할텐데, 그들은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겠는가?엇비슷한 인간들이 '뭐, 그럴 법 해. 잘 했어.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안 하면 바보 아냐?'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똥밭 지름길을 피해 오솔길로 애둘러 가는 이유는 지름길이 빠르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제 아무리 빨리 간다 해도 똥밭을 지나면 하루 종일 내 몸에 똥냄새가 날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독한 똥냄새를 '지름길을 걸어간 사람만이 풍길 수 있는 향기'라고 알고 있는 자들은 거침없이 똥밭을 걸어갈 것이다. 바로 그 차이다.
우리는 오늘 저녁 뉴스에서 또 다시 똥밭을 걸어간 자들을 만날 것이다. 저희들이 얼마나 똥내를 피우는 줄 모르고 거들먹거리는 자들의 면모를 역력하게 볼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걸 즐거야 한다. 그건 염치와 양심이 있는 자들만이 즐길 수 있는 장면이니까.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