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존재하기에 악도 존재한다',
그리고 '악은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 선'이라는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말씀은 어느 때 보다 묵직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특히 지금 내가, 그리고 이 나라가 맞이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시의적적한 메시지를 100년 전에 말했을까 놀랍고 또 반갑다.
'나와 생각이 다른 상대방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 큰 요즘이다. 상대가 저 정도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고, 저토록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시대가 그것을 커밍아웃하게 만들었고,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게 된 지금, 그 현실에 서로 당황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 상황에서 생각할 것은 '상대방이라고 무조건 악인가?' 그리고 '이번 악이 사라지면 더 이상의 악은 없는가?' 일 것이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둘 다 아니라는 것.
갈등은 전진과 발전의 토대가 된다. 그것을 어떻게 잘 승화시키는가에 달려 있다. 그 갈등을 일으키는 팩터를 우리는 부르기 좋게 '악'이라 부른다. 그 점에서 나는, 너는, 우리는 선이면서 악이 된다. 내가 네가 될 수 없고, 우리가 될 수 없는 건 서로 이해하지 못해서다. 그 말이 곧 톨스토이 할아버지가 말하는 '악은 제대로 이해되지 못한 선'이 아닐까. 극단적인 사건이 있었으니 그 원인에 대한 단죄는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다음 국면은 '이해와 포용'이다. 그 국면들을 기대한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