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식탐이 많은 편이다.
학창시절 하숙생활을 오랫동안 하는 바람에 음식이 보이면 많이 그리고 빠르게 먹는 습관이 생긴 것도 있지만, 그 전부터 음식은 가리지 않고 좋아했다. 어릴 적 먹고 싶은 걸 제때 먹지 못한 탓도 있다고 기억한다. 아무튼 죽도록 아프기 전까지는 배가 고프면 '큰일 나는 줄' 알 정도로 여겼고, 배가 몹시 불러야 '잘 먹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보니 내 배는 늘 불렀고, 빵빵했다. 얼굴도 마찬가지로 빵빵했다. 아픈 뒤 나는 '많이 먹는 것도 병을 일으킨다'는 걸 알았다. 그 후 음식을 조절했다. 배는 부르도록 먹는 게 아니라는 걸 먹으면서 의식했고, 좋아하는 음식, 맛있는 음식을 만나 혹여 많이 먹으면 다음 끼니는 굶었다.
배부르지 않아도, 적게 먹어도 절대 죽지 않는다는 걸 요즘 깨닫는다. 바빠서, 집중하느라 잘 못 먹거나 안 먹을 때가 있다.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속은 편하고 몸은 가벼워진다. 단지 입이 자꾸만 '굼굼할' 따름이다. '육체를 돌보는 일은 필요할 때 만 하라'는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말씀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100% 통하는 말씀이다. 살기 위해 먹는다는데, 먹기 위해 사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거니와 육체적 쾌락에 빠진 사람들이 유독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그만큼 줄어든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잘은 모르겠다.
섭생 즉, 먹는 생활에 대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즐거움을 위해서 먹는다'는 말 뒤에 다이어트는 형용모순이다.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허기를 없애기 위해 먹는 정도 면 정말 좋다. 소득의 많은 부분을 먹고 마시고 입고 꾸미는데 쓰는 것 같은데, 잠시 멈춰 고민 좀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친구.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