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죽을 만큼 걱정하고 있는 친구에게

by 리치보이 richboy
KakaoTalk_20250524_160740341.jpg



얼마전까지 내 휴대폰의 잠금화면은 '달에서 바라본 지구' 였다.


초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구슬치기 했을 때 갖고 놀았던 구슬 크기만한 지구. 그 작은 지구 속 맨 끝에 점으로도 표시할 수 없을 만큼 작은 것이 나라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 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당장 하늘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걱정하고 고민하며 좌절한다면, 이것 만큼 부질없는 짓이 있을까 싶었다.



다운로드 (16).jpg



8년 전 죽을 만큼 아팠던 나는, 한 2년간 집 밖을 거의 나오지 못했다. 살랑 부는 바람마저 시베리아 강풍처럼 느껴질 만큼 전신이 예민했기 때문이다. 물론 한여름에도 뜨거운 물을 마셔야 했다. 약을 먹으면 중력에 내 온몸이 땅바닥에 달라붙는 것 같았다. 사람 모양은 했지만, 사람은 아닌...난 스스로를 벌레같다고 생각했다.


최말단 단역일망정 세상이라는 무대에 올라서지도 못하고 조명 하나 없는 무대 뒤에 내쳐진 채 암 것도 할 수 없는 존재, 그게 암환자였다. 다행이 어찌 어찌 깨어나고 일어나서 다시 세상이라는 무대에 올라선지 채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그 때를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 왠만한 시련이나 걱정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지니까.


친구여, 걱정이 있고 그것 때문에 고민하고 있걸랑 오늘은 잊어라. 배부르게 밥을 먹고 한숨 푹 자던가, 탐 크루즈의 잘 된 영화를 보면서 잊어라. 오늘만 그 걱정이 커 보이지 내일이면 괜찮아지니까. 죽을 만큼 힘든 것 같아도 잘게 쪼개 보면 암 것도 아니다. 쪼개는 게 귀찮은거지.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말자. 정말로 그런 때를 만나면 백퍼 후회할 테니까. 옛날에 '개똥 밭을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은 참말이다. 저승 문턱까지 다녀온 나는, 너무나 잘 안다.

-richboy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