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인펠드>에서 조지의 부모인 프랭크와 에스텔 코스탄자만큼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인물은 없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들만큼 조지를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도 없다. 프랭크와 에스텔은 엉뚱하고 터무니없는 부모다.
한 에피소드에서 조지는 매주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는데, 이 일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항상 전화하기 전에 이야기할 내용을 생각해 놓아야 할 정도였다. 물론 반전은 조지의 부모도 매주 하는 통화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일요일마다 받아야 하는 전화라니"라고 하면서 그들은 마침내 불평하고 만다.
현실적으로 이것은 정확히 거꾸로다. 왜 조지가 연락을 해서 안부를 붇는가? 그건 부모가 해야 할 일이다.
당신의 아이는 이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당신이 한 것이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아이가 컸을 대 "넌 왜 연락이 없니?"라고 잔소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건 당신의 일이다.
그렇긴 해도 아이들이 당신에게 전화를 걸고 안부를 물으며 근황을 공유하는 관계를 원한다면, 훨씬, 훨씬 어릴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아이들이 당신에게 마음을 열고 속마음을 털어놓길 기대해선 안 된다. 아이들은 어떤 속마음을 털어놓아야 하는지, 혹은 자기가 힘들어하고 있는지조차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당신이 아이들의 안부를 물어야 한다. 아이들은 아직 경험이나 관점이 부족하다.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그냥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당신이 조심스럽게 캐물어야 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깨달을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그저 곁에 있는 것 이상으로 적극적이어야 한다.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부모에게(주로 엄마) 학교에 있던 모든 일을 이야기한다. 수업을 듣다 궁금한 것이라든지, 모르는 용어 등을 포스트잇에 따로 적어놓고 필통에 넣어두었다가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나, 자잘한 이야기들, 자기를 웃게 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20여 분을 보내는 것 같다.
덕분에 아내는 아이 반의 친구들 이름을 거의 알고 있다. 학교 행사에서 찍어 가정통신망으로 보내준 사진들 덕분에 모습도 알고 있다. 그래서 1학기 중반 정도 되면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할 정도가 된다. 이러한 대화는 아이가 10살 무렵 그러니까 '친구'라는 관계가 돈독해지는 3~4학년 때 주효했던 것 같다. 아이가 친구를 사귀고 무리지어 몰려다니는 그 또래의 습성을 익히면서 친구들과의 관계로 인한 갈등과 고민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초등 1학년 때 부터 지켜온 이러한 저녁 대화 덕분에 아이는 제 부모로부터 '친구'라는 존재에 대하여, 그리고 갈등이나 다툼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러한 갈등을 해소하고 잘 마무리짓는 일이 더 중요한 일임을 배웠다. 이러한 대화를 통해 아이는 제 생각을 공감해 주는 가족이 있어 편안함을 느끼고, 부모는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지내는지를 충분히 미루어짐작할 수 있었다.
며칠 전 이야기한 내용인데, 습관은 아주 무섭다. 아이와 부모 간의 대화는 갑작스럽게 하려고 하면 쌩뚱맞고 할 말이 없지만, 거의 매일 습관적으로 하다 보면 이 보다 편한 대화는 없다. 부모는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유일한 사람이다. 즉 내 아이를 더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가 최고라는 뜻이다. 그런 부모가 아이가 어떠한 하루를 보냈는지, 학교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생활하는지도 어렴풋이나마 알아야 할 게 아닌가. 그 점에서 많은 대화를 하기를 추천한다. 대화하고 대화하고 또 대화하다 보면 알게 된다. 내 아이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자기 딴에는 심각한 고민이지만, 막상 부모는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녀와 부모가 대화가 많아서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장점 투성이다. 다만, 그 중요성을 몰라서 하지 못할 뿐이고, 저마다 '피곤하다'고 생각해서 서로를 건드리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거듭 강조하지만 강점 투성이다. 대화하고 대화하고 또 대화하기를 권한다.
나는 아이와 대화하는 시간은 거의 매일 밤 가는 사우나에서다. 제 엄마 몰래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보게 하거나, 바나나 우유를 마시며 별밤보고 이야기를 하거나,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사주기로 약속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새로 친해진 친구 덕분에 야구에 관심이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우나 친구(?)에게 부탁해 이번 주말 사직구장에서 펼쳐질 프로야구 시합을 예매했다. 이 때문에 공부를 못하겠지만, 아이에게는 난생 처음 경기장을 가는 것이니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덩달아 설렌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보다 명쾌한 답이 있을까. 자녀와 대화하자. 따지듯 추궁하지 말고, 아이가 알고 있는 세상에 스며들듯 공감하며 대화하자. 자녀를 키우는 새로운 맛을 느낄 테니까.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