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글은 톨스토이 할아버지가 모레에 있을 대선투표를 예상하고 나와 친구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다른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동하라, 그리고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의 기준은 내적 양심, 즉 내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그 무엇을 따르면 된다고 말씀하신다.
6개월 전만 해도 우리는 거짓말을 사실처럼 말하는 뉴스를 보고 생활했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뻔한 거짓말을 했는데도, 그 내용을 한두 번만 들어도 삼척동자라면 누구나 구별할 수 있는 그 말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뉴스를 TV를 통해 들었다. 심지어 국영방송국은 사장이 바뀌자 '잘못보도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소식까지 들어야 했다. 애들 동화 속 '벌거벗은 임금님'을 현실에서 만나리라고는 짐작조차 못했다. 난 그런 모습을 보고는 '내가 지금 헛살고 있구나'하고 탄식하고 그 후로는 뉴스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누굴 탓하겠는가. 대통령을 잘못 뽑은 국민 탓이 아니겠는가. 최근 탄핵을 받을 만큼 어처구니없는 실수와 사고를 반복하는 자였던 것을 두고 절반은 '내, 이 작자자 이럴 줄 진즉 알았지' 하고 혀를 차는가 하면 나머지 절반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정도 일줄은 몰랐다' 탄식했을 것이다.
내 한표의 실수치고 부작용은 너무나 컸다. 나라가 순식간에 20년 정도를 후퇴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나라의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자영업자들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IMF보다 더 한 불황 속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건 그동안 채워둔 곳간 덕분이고, 선진국 국민으로 고양된 국민성 덕분이다. 국민들이 이를 참지 못하고 단 한 번이라도 난동을 부렸다면, 그야말로 끝장났을 테니까 말이다.
모든 것이 내가, 친구들이 대통령을 잘못 뽑은 탓이다!
두 번의 실수는 없어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정말이지 이 나라는 끝장날 것이다. 그러니 제발이지,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윗어른이나 상사의 독촉도 생각지 말고, 내면의 양심을 따르기를 바란다. 지난 정부가 만족했고, 행복했다면, 그래서 탄핵이 못마땅했다면 한 선택을 할 것이고, 이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이다. 누굴 뽑든 제발이지, 독립적으로 생각하자! 찌라시에 카톡에 연연해 하지 말고 내면의 울림을 따라 소중한 내 한 표를 던지기를 바란다.
사전투표를 한 지난 목요일 아침 7시 반, 나는 투표소에 들어갔다. 도장을 찍을 때 내 손은 몹시 떨렸다. 지난 3년이 주마등처럼 지났고, 최근 6개월이 한꺼번에 내 손 끝에 몰린 듯 해서 였다. 행여나 잘못 찍을까 두려워 두 손으로 '꾸욱' 눌러 찍었다. 그리고 투표함에 넣을 때에는 번질까 두려워 접지도 못하고 둥글게 가로 말아서 넣었다. 내 표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이었다. 친구도 투표소에 들어가면 내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제발 투표하기를.
그리고 제발 독립적으로 서서 내 마음의 울림을 따르기를.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