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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학벌이라는 허상이, 부모에게 남긴 숙제

by 리치보이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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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천국에 간 어떤 석유 시굴자가 있다. 천국 문지기인 성 베드로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네 기록을 다 살펴보았는데, 너는 천국에 갈 수 있는 모든 자격을 갖추었더구나.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여기 천국에서는 석유 시굴자는 무조건 천국으로 보내기로 원칙을 정해놓는 바람에 너도 저기 대기소를 보면 알겠지만,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차서 네가 들어갈 자리가 나지 않겠어.”


그러자 석유 시굴자는 “제가 고함 한마디만 질러도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성 베드로는 별로 어려운 부탁도 아니어서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석유 시굴자는 두 손으로 손나팔을 만들어 큰 소리로 외쳤다.


“지옥에서 석유가 발견되었다!”


그러자 대기실 안에 있던 석유 시굴자들이 번개같이 바깥으로 뒤어나와서 곧바로 지옥으로 달려나갔다. 이를 지켜본 성 베드로는 “머리를 제법 잘 쓰는구나. 그럼 이제 대기실에서 편안하게 쉬면서 천국갈 준비나 하고 있거라”라고 말했다. 그러자 석유 시굴자가 잠시 망설이면서 아무 말 하지 않더니 “잠깐만요, 나도 그 친구들 따라서 지옥으로 가봐야겠습니다. 소문이 그렇게 나고 사람들이 모두 간 걸 보면 아무래도 진짜로 뭐가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고는 사람들 쪽으로 뛰어가더란다.



우리는 지난 정부에서 이른바 '최고 학력', '최고위직'이라는 허물이 만들어낸 어처구니없는 만행을 3년 동안(계엄해제 이후 새대통령 당선까지를 포함) 지켜봤다. 누구를 붙잡고 원망할텐가. 비록 '나'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국민'이라고 하는 '우리'가 그를 선택한 것을. 누구 말대로 '1년 만에 제 손가락을 자르고 싶을 것'이라더니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그리 하고 싶을 만큼 후회스러운 선택이었다.


위의 이야기와 같이 우리는 '자승자박' 했다고 즉, '제가 한 말을 믿고 그 말에 크게 뒤통수 맞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서울대 법대를 나왔고,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는 특검을 역임했고, 지난 정부에서 검찰총장까지 했으니 '믿을만 하다'고 여긴 것이다. 아니, 어쩌면 여기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선 전 '검찰만 했지 정치를 모른다'는 국민들의 우려에 친윤들은 '능력 있고 머리가 뛰어나 가르치면 금방 배울 것'이라고 호언장담 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 선출되자 그를 가르칠 수 있는 자는 하나도 없었다. '격노' 한 방에 모두 움츠려들었고,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능력 있고 머리가 뛰어난 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격'이 되고 만 것이다. 그 점에서 '학문을 발전시키는 사람이 반드시 도덕까지 발전시키지는 않는다'는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말씀은 지금의 우리에게 시의적절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겪었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자승자박' 중이다. 서울대를 나와도 로스쿨을 나와도 '구직중'이라는 뉴스를 접하면서도 우리는 자녀가 '스카이SKY'에 들어갈 방법을 꾸준히 모색 중이고 그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 정작 주인공인 우리 자녀들은 이러한 부모의 생각이 '옳은 답'인양 믿고 따라야 하고 말이다.


1년 총사교육비 30조, 학생 1인당 월 사교육비 지출액 50만원의 시대에 '학자의 삶, 교육, 학문'은 인생이라는 나무의 나뭇잎이다'는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말씀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이 말씀인 즉, '학력은 인생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말인진대, 지금이야말로 그럴 때가 아닐까. AI 시대로 접어든 지금, 부모의 노후마저 저당잡혀 가며 자녀의 학력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할 때는 아니란 말이다.


내 자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부모다(모른다면 지금부터라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은, 심지어 학원마저도 돈을 받을 때만 그런 척을 할 뿐, 당신의 자녀에게 1%도 관심이 없으니까 말이다). 학력이 자녀의 인생을 책임져 주는 시대는 이미 지났고, 출신이 전부가 아니며, 자녀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SKY만이 답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최소한 누가 여기서 소리치면 여기로 뛰어가고, 저기서 고함치면 저리로 뛰어다니는 부모는 되지 말아야 한다. 그럼 뭘 어떻게 해야 할까? '뭣이 중헌지' 자녀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부모 스스로가 풀어야 한다. 남에게 돈을 주고 맡기다가 뒤통수 제대로 맞지 말고 말이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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