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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시간을 엿바꿔먹는 자, 누구인가?

by 리치보이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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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게 아프고 난 후 나는 하루가 소중해졌다.


수술을 앞두고 병원에 누워 창 밖으로 바라본 세상은 은막에 비쳐진 필름영상과 다름 없었다. 손에 잡힐 듯 보이지만 다가갈 수 없는 세상은, 차마 바라보기조차 끔찍했다. '내가 다시 저 세상으로 나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시간을 보낸 이후로는 하루 하루가 기적처럼 느껴졌다.


날이 맑으면 맑은 대로, 비가 오면 비오는 대로 좋았다. 기쁜 일은 몹시 기뻐하고, 슬프거나 화가 나는 일도 결국 '그래 이런 날도 있는 거지' 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어쩌면 이조차도 겪지 못했을 나 였기 때문이다. 한 번 살다 갈 인생에게 매일은 어쩌면 기적 같은 날들인 셈이다.


인간은 늘 욕망한다. 없으면 곧 죽을 것 처럼 욕망하던 것을 채우고 나면 또 다른 뭔가를 추구한다. 바라고 바라고 또 바라는데 끝이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허무한 것들이다. 재물을 바라는 만큼 응분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그럴려면 원하지 않은 노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결국 내가 욕망한 무엇을 손에 넣기 위해 나는 일정시간 만큼의 시간 즉, 생명력을 그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 무의미한 것을 갖기 위해 내 생애의 시간과 맞바꾼 셈이다.

욕망하지만 말고 둘러보고 이미 갖고 있는 것을 만끽하자. 그러면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야근이나 특근 N잡을 하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귀하디 귀한 시간을 엿바꿔먹지 말기를...


자신의 정원을 사랑하고, 훌륭한 책읽기를 사랑하며, 어린 아이 껴안기를 좋아하는 톨스토이 할아버지. 나는 아이와 함께 잠들기를 좋아하고, 갓 내린 커피향을 좋아하며, 책 넘기는 소리를 사랑한다. 친구여, 자네는 무엇을 사랑하는가?있거든 만끽하고 없거든 새로 만들자.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사랑하는 자는 죽지 않으니까'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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