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 세익스피어, 괴테, 발자크, 톨스토이 등 연령이나 인생의 단계에 상관없이 어느 누구에게나 다가가는 작가들이 있고, 특정한 순간이 될 때까지 그 의미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작가들도 있다."
- 슈테판 츠바이크
누군가는 <엔더스 게임>을 열한 살에 이해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열일곱 살이 되어서야 이해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위대한 개츠비>의 메시지를 고등학교 때 이해할 수 있도 있고, 누군가는 성인이 되어 북클럽에서 함께 읽어야 만 이해할 수 있도 있다. 시를 빨리 접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어떤 아이는 당신만큼이나 <어린왕자>와 <샬롯의 거미줄>을 마음에 들어 할 수도 있고, 어쩌면 오늘 밤은 그냥 때가 아닐 수도 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스무 살 때 처음 미셸 드 몽테뉴의 <수상록>을 집어 들었지만, 그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강제 추방을 겪은 후 생의 마지막 해에 몽테뉴의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이번에는 읽는 즉시 그의 마음에 와닿았다. 그 영향력은 엄청났다. 시기가 딱 맞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목표는 아이들을 독서가로 기르는 것임을 잊지 말자. 하지만 정원을 가꿀 때처럼 어떤 식물이 뿌리를 내리는 데는 알맞은 때와 계절이 있기에, 그때가 오기 전까지 당신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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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아이의 교육에 있어 '섯부르게 판단할 것도 아니고, 조바심을 낼 것도 아니'다. 정말이다. 내 아이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부모이지만, 그런 부모조차 잘 모르는 것이 아이의 학습능력이다. 부모 스스로도 판단하기 힘들어서 주로 학원의 레벨테스트 측정을 통해 아이의 학습능력을 가늠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측정방법이 아닐 수 없다.
아이가 90점을 맞았다고 해서 100점 실력이 아닌 것이 아니고, 60점을 맞았다고 해서 다음에 100점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런데 부모가 조바심이 생긴 나머지 빨리 판단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 뒤에는 이를 보충할 만한 어떤 강좌를 듣게 해야 안심을 하곤 한다. 뭔가 잘못되도 크게 잘못된 판단이다.
방학이면 '특강이다 뭐다' 해서 아침부터 밤 늦도록 강좌를 꽉꽉 채워놓고 있다. 그렇지 않은 가정은 시간적 경제적 사정이 넉넉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가정이 대부분일 것이다. 혹시라도 남는 시간이 있으면 아이가 '놀까봐'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정답은 정반대가 아닐까. 아이는 원래 놀아야 할 존재다. 밥 먹고 잠 드는 시간 외에는 수없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천방지축 뛰어다녀야 할 존재다. 그래서 피곤에 지쳐 잠에 떨어지면 그 때부터 성장을 하는 그런 '매일 자라는 존재'다.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공부는 그런 상태 사이 사이에 슬쩍 슬쩍 끼워넣어야 한다. 물론 책읽기를 포함해서 말이다.
아이가 충분히 잠을 자고 그래서 충분히 자라야 뇌도 자라고 뇌주름도 늘어난다. 이렇게 충분히 성장을 시켜놔야 중고등 학생이 되어야 말 그대로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있는 체력'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초등학생은 제 학년에 맞춰 30분씩 만 더 앉을 수 있으면 된다. 이 정도만 되어도 1학년이 30분이라면, 6학년이면 3시간이 된다. 이 정도가 되면 숙제는 물론 왠만한 문제집을 뚝딱 풀어낼 수 있는 시간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제 학년에 어울리는 책이란 없다. 3학년에 책읽기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면 이때부터 1학년 책을 읽어도 좋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하기를 권한다. 훨씬 더 쉽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1학년이라면 읽어야 할 책을 3학년이라고 해서 읽지 않으면 그 사이의 갭을 누가 메울 것인가. 의외로 아이가 제 학년보다 수준높은 책을 읽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그 아이의 읽기 능력이 제 학년보다 수준이 높은 것이니 그것을 따라주는 것이 좋다. 함부로 부모가 아이의 능력을 판단하지 말고 말이다.
아이의 학습능력, 독서력은 대나무 농사와 같다. 유치하고 수준낮은 책만 읽고, 만화책만 읽는 아이가 평생 그럴 것 같더니 어느 순간 다른 분야의 책을 찾고 읽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우후죽순이라고 '얘가 이런 책을 읽는다고?' 라고 여겨질 만큼 수준높은 책을 읽게 되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부모가 할 건 따로 없다. 변함없이 응원하고 믿고 기다릴 뿐이다. 부모가 아이를 믿지 않는데 누가 아이를 믿을텐가. 부모가 아이를 믿지 않으면 아이는 누구에게 기댈 수 있단 말인가. 아이는 부모의 사랑과 믿음만 있으면 잘 자라게 되어 있다. 조금 늦더라도, 나중에는 제 속도를 찾으면서 말이다, 분명히.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