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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은, 힘이 참 쎄다

by 리치보이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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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면 할수록 이번 비상계엄은 영화처럼 시작해서, 영화처럼 막을 내렸다.


이토록 중요한 범죄를 일으킨 자들을 단죄할 특검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이 시점에, 민주주의의 원조 미국에서, 그것도 제2의 도시 LA에서 안하무인 대통령을 상대로 대규모 시위를 일으키며 거의 폭동 수준으로 대치하는 상황을 지켜보는 건 아직도 '영화같은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 이토록 평화로운 방법으로 대통령 탄핵을 이뤄냈고, 대선을 치뤄낼 수 있었을까? 말 해서 뭐 할까. 하나에서 열까지 국민들이 '그렇게 하자'고 선택한 덕분이었다. 계엄이 시작되자마자 한겨울에 실내복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국회로 튀어나올 만큼 '나의 일'로 여긴 국민 덕분에, 퇴근 이후 집이 아니라 '탄핵 시위' 현장으로 향한 국민 덕분에, 난방버스와 키세스 군단, 그리고 응원봉을 들고 경찰과 군대, 그리고 기득권자들에게 맞선 스마트한 국민 덕분에 가능했다.


이번 정권의 대통령은 물론 야 5당 전체는 단지 그것을 깨달은 것 뿐, 국민이 가라고 하는 대로, 움직이라고 명령하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었다. 이렇듯 옳은 길을 올바르게 걸어갔기에 '국민의 심복'으로 여기고 뽑아준 것이다. 그 점에서 '열 사람이 힘을 합치면 백 사람이 따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는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말씀은 이것을 대변해 주는 말처럼 느껴졌다. 누가 따로 주동이 되어 시키지도 않았는데, 마치 100년 전 봉홧불을 밝혀 3.1 운동을 했듯, 스마트폰으로 서로 연결하며 수십, 수백만 명이 모여 엄동설한을 후끈거리는 열기의 장으로 만들어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평화적 시위, 상점 하나 피해보지 않은 모두의 시위를 만들어 낸 것이다.


기고만장하고 안하무인이던 이전 정부의 수장은 지금은 일반 시민도 입지 않을 속옥같은 실내복 차림으로 상가를 배회할 만큼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자가 되고 말았다. 무능력한 자의 말로가 내가 먼저 부끄러운 만큼 안타깝지만, 입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내는 저들의 몰염치하고 파렴치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누가 그들에게 자신을 맡기고 함께 갈 수 있을까.


오늘까지 이어지는, 비상계엄을 시작으로 7개월 동안 벌어진 일에 대응하는 이같은 국민성을 볼 때 대한민국의 회복은 그리 길게 걸리지 않을 뿐더러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발전되고 앞서가는, 그래서 선진국으로 정착하는 발화점이 될 것이라고 믿어의심치 않는다. 이제껏 '오늘은 또 무슨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나?' 마음 졸이며 뉴스를 살폈다면, 이제는 정반대로 즐길 차례다. 이러한 놀라운 역사 속의 오늘을 내가, 친구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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