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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그만 괴롭힐 때, 비로소 행복이 걸어들어 온다

by 리치보이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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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이 늘 행복할 수만은 없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하루 하루를 거듭 살다 보면 의도하지 않았던 별 희한한 일들을 겪는다. 시험에 떨어지거나, 운전 중에 딱지를 떼거나, 새똥을 맞거나, 사기를 당한다. 직장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사업이 망하기도 하고, 억울한 일로 고소를 당하기도 한다. 가족이 다치거나 죽고, 내가 다치기도 한다. 이럴 때 마다 불쑥 드는 생각은 '왜 하필이면 나한테...?' 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친구 자네한테만 벌어질까. 모두가 그런 일을 겪고, 그 때 마다 똑같이 '왜 하필이면 나한테....?' 라고 생각을 한다.


이럴진대 누구는 매일 괴롭게 살고, 다른 누구는 매일 행복한 듯 살아가는 걸까. 그건 내게 일어날 '괴로운 일'을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술꾼인 우리 아버지는 이런 저런 이유로 매일 술을 드셨다. 즐거워도 한 잔, 슬퍼도 한 잔, 심심해도 한 잔. 어느 날 국가 대항전 축구를 한다고 한 잔 하신다기에 "한 골을 넣을 때 마다 한 잔 어때요?" 하니 "알았다!" 하셨다. 안타깝게도 전반전 내내 한 골도 터지지 않아 한 잔도 마시지 못했는데, 많이 답답했는지 채널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리고 10초 마다 한 잔씩 마셨다. 옆 채널에서는 국가 대항 농구시합을 하고 있던 것이다.


가족이 아프다고 술을 마시는 바람에 환자 옆에서 곯아떨어지기도 하고, 이사 전 날 시원섭섭하다고 한 잔 하다가 가장 옮기기 힘든 이삿짐이 되기도 하셨다. 나는 이런 광경을 목격할 때 마다 '술 마셔서 해결될 문제면 나는 밥도 안 먹고 마시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일년에 서 너 번 술을 마시는 건, 반면교사인 아버지 덕분이다.


'삶을 만족하지 못할 때 달팽이처럼 껍질 속으로 숨어버리라'는 톨스토이 할아버지의 말씀은 시련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말하는 것 같다. 고양이는 몸이 아프면 가장 어두운 곳으로 숨어 스스로를 핥는다. 무리로부터 도태될까 두려워 하는 습성 때문이라고 하지만, 나는 몸이 아픈 고양이의 행동처럼 '인간이라면 자기만의 동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매일 이런저런 이유로 조금씩 '상처'를 입는다. 사람끼리 만나면서 말과 글 행동, 그리고 느낌으로 상처를 주고,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처를 피할 수는 없다. 그러려면 히끼코모리 즉, '은둔형외톨이'처럼 사람을 마주치지 않고 홀로 살아야 할테니까. 가난, 질병, 모욕, 비방 등에 노출되는 게 필연적이라면, 모두가 이런 저런 이유로 상처를 받는다면, 그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치유하는가가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내가 말한 '동굴'은 그런 치유처가 될 것이다. 운동을 하거나, 샤워를 하거나, 명상을 하거나, 달달한 음식을 먹거나, 좋아하는 사람과 밤늦도록 수다를 떨거나, 모든 것을 잊어버릴 만큼 뜨거운 사랑을 하거나...선택은 자유다. 담아두지 말고 해소할 일이다. 또한 이에 앞서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들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나 빼고 모두 잘 나고, 행복하고, 부유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보다 멋진 장면이 나오게 하려고 온갖 '깨춤'을 추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프레임에 빠져 '극도로 우울한 감정'으로 빠져 나온다.


이러한 '우울감의 무한루프'를 왜 스스로 찾아 들어가는 멍청한 짓을 그만 둬야 한다. 10대 청소년의 자살율이 급속하게 높아진 때가 '스마트폰이 확대된 이후'라는 점이 시사하는 바를 기억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 모두는 매일 행복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프고, 괴롭고, 힘들고, 짜증나는 일을 거의 매일 겪는다. 그러므로 기쁜 일에 많이 기뻐하고, 조그마한 일에도 즐거워하고 행복해 해야 한다. 자주 찾아오지 않을 뿐 더러 이런 감정이 다음에 찾아올 때 까지 오래도록 기억되려면 말이다. -rich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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