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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하는 어려운 공부를, 부모는 잘 모른다

by 리치보이 richboy


당신은 학생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가?



"내일 죽는다는 생각으로 살고,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자." - 간디Gandhi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았을 때, 어른이 되면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했는가?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되는 것? 우리는 부모님이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거나 숙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여러 학교에 입학 지원서를 쓰는 모습도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우리가 아이들에게 교육이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슬픈 일이다. 더 이상 수업을 듣지 않다도 된다는 것, 어른이 되면 교육이 멈춘다는 것, 졸업이 최종 목적지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다소 슬프다.


하지만 자녀에게 반드시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건 아니다. 에픽테토스가 쉅을 가르치던 어느 날, 한 학생의 등장으로 교실 뒤쪽에 소란이 일어났다는 일화가 있다. 그 학생은 누구였을까? 바로 로마의 황제 하드리아누스였다. 하드리아누스의 이러한 행동은 그의 후계자이자 양손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 분명히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재위 말기에 한 친군느 마르쿠스가 책 더미를 안고 나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그에게 "어디로 가는 길이야?"라고 물었다. 마르쿠스는 "나이가 들어도 배움은 좋은 거야. 나는 아직 모르는 것을 배우기 위해 섹스투스에게 가는 길이야."라고 답하며 스토아 철학에 관한 강의를 들으러 갔다.


자녀가 배움을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면, 당신이 수많은 시간과 돈, 걱정, 관심을 쏟아온 교육을 멈추지 않길 바란다면, 평생학습에 헌신하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자. 우리는 아직 졸업하지 않았고, 여름 방학 중도 아니며, 교육의 종착점에 도착하지 않았음을 보여주자.


지혜는 끝없이 추구하는 것임을 알려주자.




<<데일리 대드, 라이언 홀리데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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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학원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초등교육은 부모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였다. 아이에 대한 관심 말고는 딱히 다른 데 시간을 들여야 할 이유도 없었다. 특히 집이나 사무실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하는 나 였기에 '아빠'로서 아이 교육에 관심을 두는 것은 쉬운 편이었다. 이 점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초등 아이의 공부를 도와주는 건 다른 게 없다.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게 제일이었다. 아이가 교과서를 읽어야 할 때 함께 읽으면 좋고, 아이가 문제집을 풀어야 할 때 교과서를 함께 읽은 나 였기에 문제도 함께 풀었다. 나는 의외로 문제를 많이 틀려서 당황했다. 그리고 내가 틀린 문제를 아이가 맞히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물론 아이가 틀린 문제는 함께 문제를 풀어본 내가 해설서를 보면서 풀이를 해 줬다.


초등 1, 2학년 때에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어서 잘 모르지만 3, 4학년이 되면 '평등의식'이 슬슬 올라온다. 이를테면, '나는 숙제하고 공부해야 하는데, 부모는 하루 종일 TV를 봐도 되는 이 불평등하고 드러운 세상' 하면서 아이가 억울해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학교 가고 학원 간 사이 하루 종일 돈을 벌고 집안 일을 하다가 이제 쉬는 건데, 생각이 짧은 아이는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오히려 억울한 건 부모의 몫이지만, 아이가 그렇게 여기는 데는 달리 해결해 줄 방법이 없다. 함께 공부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그럼 부모는 언제 쉬냐?' 고 퉁을 놓을 수 있겠지만 나는 되려 '아이가 공부를 잘 하고, 성적을 올리는 방법이라는데 부모가 이것도 못 해주냐? 아이가 잠들고 하면 되지 않느냐?' 고 반문하고 싶다. 틀린 말이 아닌 게, 아이의 학업에 도움이 된다면 제대로 된 부모라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그렇지 않은가.


아이와 함께 공부하다 보면 '내 아이가 이런 걸 배운다고?' 하며 거의 매일 놀라게 될 것이다. 나와 친구, 자네가 초등 때 배운 내용보다 훨씬 어렵고 수준높은 내용을 배우기 때문이다. 교과서는 어찌나 재미있는지 우리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렇게 함께 공부하다 보면 학업에 열심인 자녀를 보면 '어려운 공부를 잘 하고 있구나'하고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반면, 아이를 학원이나 과외에 보내는 '외주'를 주고 '돈으로 떼우는 식'으로 하다 보면 '좋은 성적을 받은 아이'를 보고 '정말 열심히 했구나' 칭찬하기 보다는 '역시 학원 보낸 값을 했구나' 내지는 '그럼, 잘 해야지. 돈을 얼마나 쓰는데' 생각하기 쉽다. 이런 생각 속에 '열심히 공부한 예쁜 내 아이'는 들어있지 않은 것이다. 뭐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게 아닐까.


초등 6학년인 내 아이는 아직도 학원이나 과외를 하지 않고 있고, 나는 아이가 1학년 때부터 함께 공부를 시작했고 6년 째 아이의 국어공부를 맡아서 가르치고 있다. 아이는 학교에서 우등생으로 통한다. 초등 5학년이 되자 어느 정도 틀이 잡히고, 굳이 내가 함께 하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내 공부를 시작했다. 부동산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한 것이다. 아이에게는 '아빠도 공부중'이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SKY를 나오지 않았다. 부모라면, 내 아이를 잘 가르칠 수 있다. 단지 시작하지 않았거나, 중도에 포기했을 뿐이다.


라이언이 말하는 "당신은 학생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가?" 라는 질문의 다른 표현은 "너는 놀면서 아이는 공부하라고 하는 거 아냐?" 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공부를 함께 하는 것'이 아닐까. 넷플릭스 실컷 보고, 눈이 벌게지도록 유튜브 본다고 암 것도 안 생긴다. 하지만 아이의 공부를 함께 하면, 아이의 공부 태도는 변하고 머지 않아 성적도 올라서 어쩌면 학원이 필요없을 지도 모른다.

-richboy



teacher-4784916_1280 (1).jpg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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